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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수기 '오늘의 감동이 내일의 희망으로'(입선)

Written by. 전병연   입력 : 2019-11-19 오후 1: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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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은 지난 5월 24일∼ 6월 21일까지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를 공모해 선발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2019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를 9월 26일 발간했다. 2006년 시작된 체험수기집 발간은 올해가 14번째로 사회복무요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코나스는 병무청의 협조 아래 우수작을 중심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복무하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복무 첫날 걱정은 사라졌다.>
<인지・기억 기능 장애를 가진 어르신과 대화하고 보람을 느꼈다. 어르신들은 스스로 행복하고,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이었다.>
<사회복무를 통하여 느낀 감동이 희망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한다.>

 요양원으로 소집통보를 받고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보를 받기 전에 컴퓨터에 관심이 있던 나는 이를 활용하고 싶었다. 용인의 “늘편한요양원”에 소집통지서를 받고, 어떻게 사회복무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요양원은 어르신들을 모시는 곳이라는 것과 복지분야 사회복무요원들의 고충만 알 수 있었다. 보람찬 사회복무를 하고 싶었다. “요양원에서 사회복무를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시작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척추질환 때문에 무거운 것을 들기 어려워서, 복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복무 첫날 걱정은 깨끗이 사라졌다.

 노트북을 이용한 치매노인과 대화
 첫 출근을 한 날, 요양원에는 여섯 분의 어르신이 계셨다. 모두 할머니들이고, 이곳에서 24시간 생활하는 분들이다. 어르신마다 인지기능 수준이 달랐다. 정상에 가깝게 인지하는 분도 있었고, 인지・기억 기능 장애가 있는 어르신도 있었다. “인지・기억 기능 장애”란 “치매”다. 요양원의 대표님이 치매는 “사랑병”이라고도 한다고 했다. 요양원에서 복무하기 전에 치매노인은 나에게 두려운 대상이었다. 그래서 오전에는 인지기능이 정상에 가까운 어르신들과 먼저 대화했다. 나는 어르신들과 대화를 이끄는 능력이 있다. 내 부모님, 친구들의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한 편이다. 그래서 어르신들과 어려움 없이 대화했다.

 요양원 대표님의 권유로 오후에는 인지・기억 기능 장애가 있는 어르신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대부분의 어르신들과 대화할 수 없었다. 말이 전달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문장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평소에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데, 이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노트북의 텍스트 프로그램에 글씨 크기를 140으로 맞추고, 하려는 말을 간단히 적어서 어르신에게 보여드렸다. 어르신들은 현대 기기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매우 느리고 반복해서 보지만, 글도 잘 읽었다. 어르신들의 고향이 어딘지를 물었다. 자녀가 몇 명인지, 학교를 다니셨는지 물었다. 어르신마다 치매수준이 달라서, 질문을 달리하며 대했다. 백세가 넘는 어르신과 대화할 때, 이 어르신은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

 직업이 무엇인지, 몇 살인지, 결혼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이 대화가 계속 반복됐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15번 정도 반복하자 새로운 질문이 나왔다. 어르신 당신의 젊었을 적의 새로운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지만, 내 손을 잡고 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하는 어르신을 보면서, 나는 왜 치매를 “사랑병”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퇴근하면서 “늘편한요양원으로 잘 왔다”고 생각했다. 인지・기억 기능 장애 어르신과의 대화는 돌이켜 볼수록 보람을 느꼈다. 어르신들은 스스로 행복하고,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대화하면서 사회복무를 계속하면, 보람찬 사회복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왜 이렇게 인정이 많으셔?”
 첫 주 동안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친해지고,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어떤 어르신 한 분과는 전혀 대화할 수 없었다. 어떤 질문을 해도 대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지・기억 기능 장애가 있는 다른 어르신들과 매일 대화를 하는 나로서는 왜 이분과 대화를 할 수 없는지 고민했다.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이 어르신의 식사 보조를 할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르신이 내게 말했다. “왜 이렇게 인정이 많으셔?” 순간 매우 놀랐다. 인지・기억 기능 장애를 가진 어르신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후에 다시 말이 없었다.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재빨리 고향이 어딘지 물어봤다. 어르신이 고향을 말했다. 평소에 대화를 전혀 하지 못하다가, 이때 처음으로 한 것이다. 대표님도 놀라서 나에게 대화를 계속 이어가도록 했다. 나는 보잘것없는 지식을 총 동원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지식이란, “늘편한요양원”에 와서 얻은 것이다. 이곳 대표님이 “한국치매협회”의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어서 치매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앞에서 “인지・기억 기능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도, 치매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복무 첫 주에 치매의 종류와 원인, 치료 또는 완화 방법 등에 대하여 공부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중에서 주로 “명사”를 잊어버리는 치매가 있다. 이는 개념은 남아있지만, 단어를 잊어버린 것이다. “왜 이렇게 인정이 많으셔?”라고 물은 어르신도 이러한 치매였다. “아들”은 佛語로 fils라 한다. fils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해서, “아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르신은 당신께서 관용적으로 쓰던 “문장”은 남아있지만, 각 단어는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그동안 대화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어르신이 쓰는 관용적 문장을 유도하며 대화했다. 지금도 대화가 가능하고 나를 좋아하신다.

형제・자매・자녀들의 끝없는 슬픔
 이렇게 나름대로 보람 있는 사회복무를 하더라도, 이곳에 어르신을 맡기신 형제・자매・자녀분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끝없는 슬픔을 느낀다. 이곳은 가족들이 자주 방문한다. 어르신께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직접 대화하는 것을 보여드린다. 자녀분들의 나이는 60에서 70이고, 이분들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대화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다. 한 어르신의 자매 분은 내가 어르신과 노트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을 보여드리자, 그 자리에서 거의 눈물을 쏟기 직전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눈물이 났다. 자매 분이 하는 말을 어르신이 알 수 있는 말로 바꿔서 노트북으로 옮겨 적었다. 어르신은 매우 느리지만 반복해서 읽어서 대화가 가능했다. 대화가 오갈 때마다 자매 분의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어르신의 자제 분은 방문할 때마다 어르신께서 좋아하는 간식을 사온다. 자제 분은 어르신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같이 앉아 있다가 가신다. 자제 분이 가시면 어르신은 자제 분이 준 간식을 먹고 쓰레기는 버리지 않고 모아 둔다. 다른 쓰레기는 내가 치워도 어르신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데, 이 쓰레기를 치우지 말라한다. 나중에 이를 자제 분께 알려드리자 자제 분께서 슬픔과 놀라움으로 말을 잇지 못하셨다. 왜냐하면, 자제 분은 어르신께서 당신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제 분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다른 어르신의 자녀분도 어르신과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여 포기하고 있었다. 자녀분이 방문했을 때, 어르신과 대화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어르신의 젊었을 때 일들을 자녀분에게 알려드렸다. 자녀분은 그런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물으며 신기해 하셨다. 노트북을 이용하여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자녀분이 그 다음 방문 때, 어르신이 잘 읽을 수 있도록 편지를 써 오셨다. 어르신이 자녀분의 편지를 읽으면서 많이 우셨다. 우는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오늘의 감동이 내일의 희망으로
 어르신들의 가족들과 대화한 후, 이분들이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를 신뢰하셨다. 치매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 고통 때문에 가족은 치매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우리 사회가 평소에 인지・기억 기능 장애가 있는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내 가족이 이런 일을 겪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5월 10일에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국치매협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치매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치매人 위드, DFS 행사”가 열렸다. DFS란 “Dementia Friendly Society”의 약자로 “치매 친화 사회”를 뜻하는 말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 노인인구 비중 13.1%에서 2060년 40.1%로 늘어날 전망이며, 2018년 노인인구 중 75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2014년에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치매”로, 암보다 무서운 질병이 되었다.

 치매환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면, 자녀분들은 어르신의 정신이 돌아온 것 같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치매는 대부분 치료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인지・기억 기능 장애를 가진 어르신의 어떤 부분이 비교적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지 파악하고, 그 기능을 이용하여 대화를 한 것 뿐이다. 이미 장애가 발생한 부분으로 대화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어르신들과 대화를 자주 하면, 평상시의 인지・기억 기능 장애가 일부 완화된다.

 치매가 심하여 매일 잠을 자던 어르신이 잠깐이지만 스스로 깨어나서 체조를 따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르신들의 인지・기억 기능 장애가 완화됨을 볼 때마다 근무하는 보람을 느낀다. 오늘의 감동이 내일의 희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복무를 통하여 감동을 느끼고, 퇴근 후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복무를 마치면 어떤 희망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한다. 이처럼 소박하고 행복한 경험이 다른 사회복무요원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전병연(늘편한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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