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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수기 ‘삶의 의미를 찾는 마법’(입선)

Written by. 김도현   입력 : 2019-11-20 오전 10: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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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무청은 지난 5월 24일∼ 6월 21일까지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를 공모해 선발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2019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를 9월 26일 발간했다. 2006년 시작된 체험수기집 발간은 올해가 14번째로 사회복무요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코나스는 병무청의 협조 아래 우수작을 중심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누구에게나 살면서 처음은 늘 존재한다. 처음은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설레는 감정과 낯선 것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불안, 서로 상존하기 어려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사회복무도 처음에는 그랬다. 학업을 하던 중 본인선택을 하여 사회복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학업에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되어 학업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그래도 나의 의지보다는 의무적으로 가는 것이 커서 ‘처음인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업무의 어려움은 없을까? 사람들과는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불안감을 가지고 시작한 사회복무... 어느덧 익산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한지 1년 3개월 정도 되었다. 노인종합복지관은 어르신들이 주간에 프로그램도 수강하고 당구, 탁구, 바둑, 컴퓨터를 활용한 다양한 여가활동과 일자리 서비스 등 어르신들이 총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용시설이다. 수업도 듣고 점심도 먹고 친구들과 담소도 나누고 놀고 일종의 어르신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여 어르신들과 같이 하는 봉사활동 경험도 있다. 그래서 어르신에 대한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어르신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해본 경험은 적다. 또한 책 속에서 배웠던 이론과 실제 현장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사회복무와 같이 어르신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 하는 것과 봉사를 통해 잠깐 겪은 것은 다르기 때문에 불안감을 더 크게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안은 기우였음을 복무를 시작하고 서서히 적응하면서 알게 되었다. 복무를 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통해 막연한 불안과 학업에 지쳐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나의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는 마법과 같은 순간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르신께 배우는 사회복지
 우리 복지관에는 현재 6명의 사회복무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같이 복무하고 있는 요원들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고 아마 노인관련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라면 한번쯤은 스마트폰, 컴퓨터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현재 3층 작은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3층에 계시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젊은이가 있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으로 찾아오신다. 그래서 나도 하루에 적으면 한 분, 많으면 여섯 분 정도 어르신들의 스마트폰과 관련된 문제점을 늘 해결주고 있는 중이다.

 물론 처음에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질문들을 이렇게 많이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었다. “젊은이 이거 어떻게 하는 거여?”, “와이파이가 안돼, 어제까지는 잘만 되었는데”, “상방이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안울려”, “전화번호부 저장은 어떻게 해?”, “카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 수 있다는데 어떻게 만들어?”, “이 화면이 안 없어져, 글자 크기 좀 크게 해줘” 등 굉장히 다양한 문제 상황을 접했었다. 복무 초기에는 이러한 질문들을 내가 다른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찾아오셔서 묻고, 또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하니 지치고 귀찮았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이 있었다. “미안혀, 귀찮게 해서, 나도 잘하고 싶은데, 몸이 예전같이 마음대로 안따라 주네...”, “스마트폰은 계속 사용하는데도 손에 익지를 않네...”, “내가 나이를 먹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워” 등.

 그분들은 젊었을 적과는 다르게 눈도 침침해졌고 새로운 신식 용어 이해를 하기에 시간도 많이 소요돼서 새로운 기술인 스마트폰을 익히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르신들도 무조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고민해 보고 직접 해보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서 주변의 잘 다루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다. 그래도 사회 복지를 전공했다는 사람이 헛배웠다는 생각에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내가 귀찮다는 이유로 상방의 입장에서 고민해보지 않고 그저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급급했으며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르신들이 묻는 문제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해결하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쉬울 수 있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조차 하지 않은 나의 이기적인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는 경험이었다. 우리도 처음 낯선 것을 접하게 되는 일들을 늘 경험하고 있다. 사회복무 역시 나에게는 처음 접하는 활동이다.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은 우리가 하고 있는 사회복무처럼 익숙하지 않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고 싶은 어르신이나 사회복무를 하 고 있는 우리나 새로운 접하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처한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과거의 나와는 다르게 뜻대로 되지 않는 점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잘하는 것도 있지만 부족한 점도 분명 존재한다. 어르신도 그렇고 나 역시 그렇다. 오늘도 어르신들에게는 어렵지만 나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스마트폰 문제들을 해결해 주면서 작은 일이지만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자신이 잘 할수 있는 것을 나누고 서로의 부족한 것들을 채워가 살만한 세상을 이루는 것, 이것이 사회복지의 철학이 아닐까? 사회복무를 하면서 전공책 속에서 배우지 못하는 점을 몸소 느끼고 있다.

열정에 불 지피기
 나는 노인복지관에서 복무를 하기 전 어르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몸이 아파 힘없이 축 쳐져 있는 모습,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내가 노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였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도 어르신의 모습일 수 있지만 굉장히 활동적이고 능동적, 주도적인 모습도 노인복지관에 와서 느끼게 되었다. 노인복지관에서는 웃음치료, 노래교실, 난타, 서예교실, 한자, 컴퓨터, 오카리나, 합창 등 굉장히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 중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 날에 지팡이를 짚으시고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나오신다. 눈이 침침해졌어도 돋보기를 쓰고 새로운 거 하나라도 더 보시려고 하는 모습, 손에 힘이 부족하여 글자를 삐뚤삐뚤 써도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의지와 열정도 가지고 있으시다. 또 작년 10월에는 어르신들이 부채, 접시, 에코백, 텀블러에 새긴 캘리그라피, 자수, 파스텔 스케치 수업을 들으면서 만든 작품 전시회 준비를 도왔던 적이 있었다. 수업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보니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실력들을 가지고 있으셨다.

 열악한 환경과 노화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에도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려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능동적인 모습들을 나는 복무를 하면서 어르신들 속에서 발견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나이가 따로 없으며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루를 열심히 사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교를 다니면서 이루지 못했었던 것을 해보자는 용기와 힘을 얻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취득하고 싶었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하여 흐지부지 되었던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 직업상담사 자격 2개를 복무를 하면서 취득했으며 현재는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중이다. 19년도 2학기에는 군-e러닝을 활용하여 6학점을 취득할 계획이다. 복무를 하는 2년을 목표를 위해 한 걸음 내딛는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사소함이 주는 큰 행복
 “안녕하세요. 익산노인복지관에서 전화드렸어요. ○○○ 어르신이죠? 어르신 식사는 하셨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내가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하는 이야기들이다. 뜬금없이 전화 이야기를 해서 뭔가 싶을 것이다. 사회복무를 하면서 학교생활 때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안부 전화도 그 중 하나다. 최근 우리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여 한 달에 한 번씩 독거 어르신들의 안부확인 전화를 하는 업무가 있다. 복지관의 안부전화 업무도 사회복무 요원들이 돕고 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같이 근무하고 있는 요원들끼리 나눠서 전화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여러 어르신의 안부도 확인해야 되기 때문에 장시간 통화를 하기는 어렵지만 간단하게 안부를 묻고 손주처럼 이야기를 가볍게 들어주고 있다. 어르신 부분은 항상 전화를 마칠 즈음에 “고맙습니다.”, “적적 했는데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처음에 안부확인 전화를 그저 일로써 접근을 했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거는 전화로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때로는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때 오히려 어르신들의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통해 내가 위로를 받고 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은 얘기를 하고 싶지만 이야기를 할 사람이 곁에 없어 하기 어려운 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안부 전화를 거는 것이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있다면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의 역할이 작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이라 느꼈던 활동들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어 뿌듯하다.

일체유심조 :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원효대사가 유학길에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은 유명한 말이다. 과거에는 우리의 삶이 이 말과 깊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1년 3개월 복무를 하다 보니 나는 이 유명한 말을 사회복무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은 기관의 특성상 사람과의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람과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민원인들에게 이리저리 치이지만 2년이라는 시간을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보내면 오히려 불행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힘든 현실 속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사회복무를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보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며 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시기로 삼을 것이다. 또한 처음에 사회복무는 그저 ‘시간만 적당히 때우다가 가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주였으나 여러 어르신들과 만나고 다양한 활동들을 보고 느끼다보니 2년이라는 시간을 단순하게 흘러 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해야 할지 고민하며 나를 위한 투자를 하는 시간으로 사용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통해 삶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나도 복무를 하다보면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 위에서 이야기했던 삶의 자양분을 얻는 경험도 했다. 사람은 주위의 이야기에 쉽게 동요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흔들린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흔들리면서 배우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반성하며 돌이키면서 어제보다 나아진 나로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복무를 하는 과정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보다 지지해주며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오늘도 견뎌 낼 힘을 얻고 있다.

김도현(익산시 노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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