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이 코앞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국민의 활동이  위축되고 사회경제활동 전반이 얼어붙어도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이어져 초목은 녹음 짙고 푸르름은 더해가는 때다. 코로나19 감염증은 개개인의 일상마저 유사 전시상황으로 전개하게 되면서 제1, 제2의 코로나19 같은 감염증이 언제라도 다시 발현 증폭돼 평화로운 사회를 교란하며, 나와 우리 가족, 내 이웃을 위협하는 소리없는 총알로 다가오리라는 사실 앞에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돼가고 있다.

 격리된 병실에서 중무장한 방호복 차림으로 스스로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온 몸이 땀범벅된 채 고위험 확진 환자들을 지켜내기 위해 고투(苦鬪)하고 있는 방역․의료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가슴은 뭉클할 수밖에 없고, 진정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러기에 치유의 손길에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덕분에 챌린지’표현으로 작은 정성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이렇듯 국민은 자신보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권을 위해 방역, 의료 활동에 진력하는 이들에 감사해 하며,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어진 ‘생활 속 거리두기’운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방역 최일선에서 진두지휘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본부장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칭찬,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 초대 청장은 당연 정 본부장이 돼야 하며, 정부는 정 본부장에게 국가 최고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을 본다. 그만큼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과 헌신적인 노력을 다한 이들에게는 반드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진정어린 마음일 것이다.

 지금 육군에서는 ‘6·25전쟁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운동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나라를 위해 헌신 희생하며 이 땅을 끝까지 사수한 6·25참전 전쟁영웅들을 위함이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다.

 70년 전 6.25발발 이후 3년1개월(1129일)에 이르는 동안 대한의 젊은이들은 피와 땀으로 조국의 제단에 몸을 던졌다. 이름 모를 산과 계곡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피 끓는 청춘을 바쳐 이 땅을 지켜내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을 일구는 초석을 다졌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직 단 하나의 일념으로 적과 싸워 승리해 무공훈장을 받게 되었지만 여의치 않은 당시 사정으로 훈장을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아직까지 훈장을 받지 못한 전투 무공수훈자가 무려 56,000명에 달한다. 2019년 6.25 무공훈장 교부현황에 의하면 6.25 전쟁 당시 공을 세워 무공훈장 수상자로 지정된 장병이 16만 2950명인데 이중 약 34%인 5만 4777명이 훈장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참전유공자들의 평균 연령은 87세이며, 매년 약 1만5천여 명의 참전유공자들이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육군은 대한민국을 지켜낸 숨은 영웅들을 찾고자 부심하고 있다. 오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훈장을 찾지 못한 무공수훈 참전영웅 찾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관계 기관과 각 지역단위 보훈기관과 안보관련 단체가 나서야 한다. 일반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6·25전쟁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는 참전영웅 한 개인의 영예만을 위한 게 아니다. 나라를 지켜낸 노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한한 관심이자 미래의 국가안보를 위한 현재적 노력이기도 한 때문이다. 지난 해부터 각 지자체별로 이미 고인이 되신 수훈자들을 발굴해 그 유가족들을 초청하거나 방문해 훈장을 전달하고 사진 찍는 모습의 기사를 보기도 한다.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확인된 분의 유가족을 만나 기념촬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 기관 단체별로 확고한 책임과 의무감을 갖고 나서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3일 국내 TV방송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 6)에도 참전한 올해 105세 된 참전용사의 생일을 맞아 美캘리포니아주 레이크우드 지역사회와 육군이 대규모 행사를 생각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를 축소, 육군 군악대와 장병이 참석하고 지역 경찰차와 소방차량들이 참여한 ‘드라이브 스루’ 사열식으로 노병의 생일을 축하했다는 보도가 특필되었다.

 그런가 하면 2월 초에는 101세가 된 흑인 예비역 공군 대령이자 2차세계대전과 6·25한국전쟁, 베트남전쟁까지 참전한 찰스 맥기 씨가 퇴역 47년 만에 장군(명예 준장)으로 진급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계급장을 달아 주는 사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듯 미국은 퇴역군인이고 현역이고를 막론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군인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사회는 어떤가? 우리라고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그 시발점이 무공훈장 찾기요, 유해발굴을 통한 6·25참전 유공자의 신원확인이면 어떨까?

 나라가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전대미문의 공포와 두려움에 처해 있을 때 현장으로 말없이 달려간 의료진과 소방, 역학, 자원봉사, 방역당국의 모든 분들에게 국가가 취해야 할 보답 또한 최대의 예우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70년 전 숭고한 소임을 다하고도 아직 찾지 못한 6·25참전 무공훈장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국민 또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

 최근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김진호)도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에 발벗고 나섰다. 전국 13개 시·도회와 223개 시․군․구회, 3,179개 읍․면․동회에 관련 포스터 등을 부착하고 지역 내 참전용사와 고인 가족들을 통해 수소문에 나선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단발성 행사로 그쳐서도 안 될 것이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늦었지만 나라위해 헌신 희생하신 호국의 주인공에게 빛을 발하는 훈장이 제자리 찾기를 기대하며 육군의 ‘대한민국을 지켜 낸 숨은 영웅들의 국가 호명’사업이 큰 빛을 발하기를 기원해 본다.(konas)

이현오 / 수필가,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