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공모전 입선작> 우리 모두의 일
이 글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6.25전쟁 73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호국안보 글짓기 공모전에서 대학생부 최우수에 선정된 글입니다.
2023년 6월 25일, 전쟁으로부터 73년이 지난 오늘 장충체육관 2층에서 작은 태극기를 손에 쥐고 앉아 있다. 참전국들의 국기가 체육관 천장에 줄지어 있고, 4종류의 태극기가 좌우 좌석을 가득 채워 대한민국의 불굴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고, 참전용사분들이 제복을 입고 중앙에 앉아계신다. 순간 내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장교 후보생으로서 4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을 공부하면서 나는 여태 어떤 마음가짐과 각오로 살았던 걸까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갔던 안보 견학과 초등학생 때 참여했던 통일을 주제로 한 각종 행사, 중학생 때 전쟁 가능성으로 인해 아버지를 볼 수 없었던 순간, 고등학생 때 국가안보를 주제로 글을 썼던 기억,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군사학과에 진학하고 장교 후보생이 되기까지 나는 나름 군과 국가안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군인의 길을 걷고자 하면서도 그동안 안보에 대해 안일한 생각과 태도로 지내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6.25전쟁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여러 차례 있었고, 수많은 호국영웅의 희생이 있었음에도 나의 일상과 삶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로 전쟁이 더 이상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휴전 국가임을 인지하고 방심하지 않는 자세, 그리고 스스로가 국가안보에 보탬이 되는 방법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북한은 항상 우리나라가 방심하고 있는 순간을 공격 기회로 삼았다.
북한의 기습 남침이 있었던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우리는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남북이 평화의 대화를 할 때 북한은 우리나라로 통하는 땅굴을 파고 있었고, 제2연평해전이 발발한 당시는 2002 월드컵이 한창일 때였다. 위태로운 안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휴전이 길어지면서 국민에게는 전쟁 중이라는 인식이 드문 게 현 안보 상황이다. 오늘날 군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 중 전쟁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 하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사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시간이 많이 흘렀다. 우리나라는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기술 강국이 되었으며 이에 더해 한미동맹으로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첨단 무기, 사이버 활용 능력, 정보력, 한미동맹을 갖췄더라도 안보에 대한 군 장병과 국민의 의식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국민의 안보 의식과 장병들의 전투 의지 및 안보 의식이 곧 군사력을 완성하는 것이다.
국민과 장병 개인의 발전과 높은 개인 역량도 중요하지만, 의식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민은 항상 하나가 되어 힘을 발휘했다. 이러한 역사를 다시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전쟁 양상 및 방식이 새롭게 등장하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오늘날에는 더 확실한 국민과 군 장병의 안보 의식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활동, 캠페인 등 안보 의식 고취를 위한 접근성 높은 행사 진행 및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 손을 잡고 동두천시에 있는 자유수호평화박물관에 갔던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다. 어린 나이에 6.25전쟁에 대한 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군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이것만 봐도 안보 관련 경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 수 있다.
2023년, 모두가 바쁘게 일상을 살아간다. 개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역사에 무뎌지는 날이 오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진다. 우리가 오늘 누리고 있는 자유와 일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왔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하지 않음을 알고, 늘 감사해야 한다. 안보 문제는 특정 누군가가 떠맡을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힘든 곳을 왜 가? 더 괜찮은 일 많아. 네가 굳이 안 해도 돼.”이 말을 듣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답답함에 눈물이 차오를 정도였다. 우리나라 국민의 안보 의식 수준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 모두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대단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안보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행사에 참여해 보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안보’라는 단어가 멀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와 가까이 있다.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차례대로 시작해 보는게 어떨까? 장교 후보생인 나조차도 안보가 멀게 느껴진다. 북핵, 한미동맹, 평화 등의 단어들이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군사학을 전공하면서 전쟁 역사에 대해 배우고, 군 실무에 필요한 각종 지식을 쌓아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기반이 다져지지 않았다. 안보가 왜 중요하고, 군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장교가 되고자 하는지 질문을 던져봐도 그 답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6.25 전쟁부터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간 그곳에서 느꼈던 어린 나의 꿈과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때 그 마음 그대로 누구보다 먼저 안보를 위해 힘쓰고 싶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수많은 실패와 아픔,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모든 게 변화한다. 우리의 안보 의식이 평화를 만든다.(konasnet)
이가현(경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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