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사회.경제 교과서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한국의 경제성장과 기업에 대해서도 잘못된 평가를 주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29일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에서 열린 ‘교과서 포럼’ 2차 심포지엄 ⓒkonas.net

 ‘교과서 포럼(상임대표 박효종 교수)’은 29일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에서 ‘중고등학교 경제 관련 교과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가진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분석을 펼쳤다.

 ‘교과서 포럼’은 정치.경제학 등 사회과학 전공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중.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친북편향성을 지적하고 대안 교과서와 역사서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난 1월 출범한 학술모임.

 “시장경제의 장점을 설명하지 않고, 비윤리적이라고 오해받도록 묘사”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고교 교과서에 나타난 경제이론 교육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제문을 통해 “사회교과에서 시장경제의 원리를 가르치는 내용은 10%에 불과하며 그나마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 내용”이라며 “시장의 작동원리에 대해 수요공급곡선 설명에만 치중할 뿐 경쟁의 장점은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욱 교수ⓒkonas.net

 김 교수는 이어 “몇몇 중학교 교과서들은 시장경제의 원리만을 설명하고 있을 뿐 왜 사유재산재가 효율적이며 바람직한가 등 시장경제의 장점을 설명하지 않은 교과서가 많다”면서 “시장경제가 불가피하지만 위험스러운 도구를 설명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시장경제의)유용한 점은 당연한 것처럼 되어있고, 부작용을 매우 주의해야 한다는 논지는 반복적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대한 예로, 중학교 교과서에 기술된 문구를 거론했다. “경제활동과 신분의 자유가 보장됨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위해 노력하였다…이러한 자유경쟁으로 인해 자본가들은 쉽게 부를 축적하였지만 임금 노동자들은 더욱 가난해지게 되었다. 결국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는 부의 격차가 점점 커졌다.”<디딤돌 출판사, 중학교 사회3>

 김 교수는 또 “시장경제는 비윤리적이라고 오해를 받을 수 있게 묘사하고 있으며, 경제인의 가정은 인간이 시장경제에서는 자기의 이해관계만을 추구한다고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시장경제에는 경제윤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고 경제 정의를 이룩할 수 없다고 오해할 수 있게 기술되어 있으며, 경제정의는 정부의 힘으로만 달성 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평했다.

 그 예로, “경제적 대가를 어려움 없이 지불할 능력을 갖춘 소수의 부자들이 그 생산물을 이용할 수 있도 있고, 아니면 다수의 빈곤층이 이용할 수도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시장의 가격을 기초로 내린 개별 소비자들의 결정에 의해 해결된다…반면 북한이나 쿠바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똑같이 분배된다.”고 서술된 두산출판사 중학교 경제교과서를 지적했다.

 “한국경제 성장 대가로 노동자.농민에 희생 강요했다는 서술은 잘못”

 두 번째 발제자로나선 서울대 이영훈 경제학부 교수는 발표문 ‘중고교 사회과 과정에 그려진 한국경제의 모습’에서 “중학교 사회과 전체에서 한국경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할당된 지면은 없으며, 한국경제의 실태에 관해 지면이 할당되는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사회과 과목에 있는데, 그마저도 교과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정말 미소하다”고 우리나라 교과서의 한국경제 폄하실태를 조사했다.

 이 교수는 “중학교 사회과에서 한국경제에 관련된 지면에서는 통일의 당위성이 매우 강조되며 곳곳에 6.15 ‘남북정상의 만남’사진을 싣고 있는데, 자연.인문지리에 대한 해설이 주요 과제인 곳에서 통일의 당위성이 교육되고 있음은 좀 엉뚱하다는 느낌을 갖는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경제가 노동자와 중소기업, 농촌의 희생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교과서 내용은 현실과 다른 평면적이고 부정확한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이영훈 교수ⓒkonas.net

 교과서의 대부분이 한국경제가 1960년대 이후 비약적 성장을 이룩했지만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임금과 저농산물 가격정책을 취해 노동자와 농민에게 희생을 강요했으며, 이로 인해 계층 간의 빈부격차가 생겨났고, 도시와 농촌 간 불균형,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등의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잘못 기술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저임금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했다는 근거로 제시된 ‘1970∼90년 실질임금지수 436% 대비 노동생산성(평균 노동생산성)지수 729%’는 잘못된 비교이며, 이는 노동강도와 자본장비율, 기술수준으로 결정되는 평균 노동생산성 전부를 노동자의 분배 분으로 돌려야한다는 비현실적인 발상이라는 것. 또, “1970 ~1990년의 통계를 보면 제조업 노동자의 임금은 생산에 기여한 부분만큼 착실히 성장했으며 노동생산성만큼 임금도 상승했다” 고 밝혔다.

 80년대 이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열 관계가 높은 수준으로 발달해왔고 90년대 이후엔 기술집약적 형태로 발전 하면서 대기업 수가 절대적으로 줄고 있으며, 농촌경제가 차별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의 농업은 공산품이 일찍이 개방된 것에 비해 오히려 지나친 보호를 받아왔고, 가격은 공산품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인상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과서 포럼’은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성명을 내고 일본 공민,지리교과서와 후소샤판 역사교과서의 검정 통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포럼은 성명을 통해 “일본이 한국을 35년간 강제 점령한 것은 하등 논쟁거리가 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라며 “강압과 착취의 역사 자체는 실재했던 그대로 서술되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사실과 객관에 입각한 학문적 엄정성 대신 배타적·감성적 민족주의가 난무하는 지적 포퓰리즘 경향 을 경계하고 거부한다”며 최근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일본 교과서의 문제점을 자 신있게 지적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당당하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교과서만은 결코 일본 교과서 일부가 범하고 있는우(愚 )를 똑같이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onas)

 윤경원(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