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불타는 페르시아 만(灣), ‘안보’와 ‘경제’의 딜레마에 선 한국
2026년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 및 지도부를 선제 타격하며 시작된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상실하고도 강력한 저항으로 결사항전을 주장하고 있으며, 세계의 목줄과도 같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미국이 지상 작전을 위한 병력을 준비하는 등 중동은 전면전의 벼랑 끝에 서 있다.
한국은 미국과 한미동맹이라는 굳건한 안보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인 동시에, 원유 수입의 80%를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 사이에서 건국 이래 가장 복합적이고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한반도의 대북 억제 전력인 주한미군 사드(THAAD)의 중동 차출은 이미 진행되었고, 추가적으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은 우리에게 '동맹의 의무'와 '실질적인 국가 이익'이라는 잔혹한 시험대를 제공하고 있다.
안보의 위기 Ⅰ. 사드 전환과 대북 억지력의 공백
미국은 이란의 반격이 예상되는 중동 지역 미군기지 방어를 위해 주한미군 전력의 일부분을 차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주 지역에 있던 사드 포대의 핵심 요격미사일과 발사대 등 일부가 이미 중동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에만 고정되지 않는다는 ‘전략적 유연성’의 냉엄한 실체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증명한다.
물론 우리 정부는 대북 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반도 유일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일부 공백은 대북 억지력 약화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동에 집중한 시기에 북한이 이러한 한미동맹의 ‘틈’을 타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한국은 이중의 안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은 지난 70여 년 동안 ‘한반도 안정’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이 ‘2026 NDS(국가방위전략서)’에 언급한대로 전략적 우선순위가 바뀜에 따라 한반도 방어의 주요 책임은 한국군이 수행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정부는 주한미군 전력 차출이 불가피하다면, 그 즉시 대체 전력을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여 확보해야 한다. 또한, 사드 이외의 패트리엇(PAC-3) 포대 등 다층 방어망을 재점검하고, 자체적인 ‘한국형 사드’ 배치와 미사일 방어 시스템(KAMD) 조기 전력화에 박차를 가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안보 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
안보의 위기 Ⅱ. 호르무즈 파병 요청과 외교적 딜레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를 위한 군함 파견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70년 이상의 안보 동맹관계에 있으며, 21세기를 맞아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선제공격한 미국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에 나설 경우, 헌법상 평화 수호에 대한 가치에 손상이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에 한국이 중동에 군대를 파병한다면, 이란과의 적대 관계를 자인하는 것이 되며, 이는 중동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교민들의 안전에 직결될 것이다. 이란은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분류하며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우리의 대응은 더욱 섬세하게 동맹을 관리하는 동시에 중동에서의 커다란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파병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지만, 동시에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투병 파병’보다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면밀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정보 공유 및 해상 교통안전 확보’라는 명분하에 제한적 파병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대응처럼 직접적인 전투 참여보다는 청해부대의 임무 범위를 수정하여 인근 해역에서 우리 선박을 호위하는 ‘독자적 안전 확보’를 내세우거나, 미국 주도의 ‘국제 해양 안보 구상(IMSC)’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가장 핵심은 전투 행동은 최소화하는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 이는 동맹의 의무를 수행하면서도 적대 행위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수호하는 방안이다.
경제의 위기 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에너지 위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주요 원유 수송로를 봉쇄함에 따라, 중동발 석유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약 70%, LNG의 약 20% 이상을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원유 수급의 타격은 경제와 생활 전반에 걸쳐 치명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원유 수송 차질로 인한 고유가 상황이 한 달째 이어지며, 국내 물가 상승과 수출 기업들의 생산 원가 폭등을 유발하고 있다. 관공서를 시작으로 차량 5부제 운행을 시작했으며,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특단의 행정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거나, 우회 경로를 택하면서 물류비용은 수직 상승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언해보면, 한국은 이 기회에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호주 등 비중동 지역의 LNG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을 통한 긴급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 및 소비 제한 등을 좀 더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고유가로 인한 산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차량 5부제와 같은 교통량 통제 등 에너지 소비 절약 조치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비상 상황 시 정유사에 유류 공급 조절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적극 활용하여 필수 산업에 에너지를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관여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위기 Ⅱ.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교란
이번 중동 분쟁은 원유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 공급망까지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사용되는 헬륨 가스의 대부분이 중동(카타르)에서 수입되며, 에칭 가스(브롬)의 상당량은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핵심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라인이 멈출 수도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고유가와 더불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복합 위기’의 주범이 될 것이다.
동 지역의 긴장 장기화는 석유화학, 운송·물류 등 기반 산업의 생산 비용을 상승시키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산업 생산 비용이 최대 1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곧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현실화하는 신호탄이다. 30%가 넘는 수주 비중을 차지하던 중동 건설 시장이 사실상 멈춰 선 것 또한 경제 성장에 심각한 타격이다.
정부와 기업은 공동으로 핵심 소재의 3개월분 이상 비축량을 확보하고, 대체 수입국(미국, EU, 러시아)을 빠르게 발굴해야 한다. 또한, 중동에서 공급받는 원자재의 우회 수송로를 조속히 정착시키고 물류비용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자주국방과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
중동 쇼크는 한 달이 지난 지금,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우리의 국익을 시험하는 지정학적·경제적 전쟁으로 진화했다. 이 폭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함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이번 분쟁은 한국이 얼마나 외부 에너지와 안보 환경에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에게 '에너지 자립'과 '안보 내재화'라는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위기는 한국이 ‘자주국방’과 ‘에너지 독립’을 위한 근본적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중동의 긴장은 일시적인 현상이지 않다. 우리는 요행을 바라면서 단순히 중동의 상황을 지켜보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반도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지켜내야 하는 '진짜 위기'를 맞이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위기는 한국에게 ‘동맹의 시험대’인 동시에 ‘체질 개선의 분수령’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공고히 하되(사드 및 파병의 실용적 대응), 에너지와 핵심 산업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다변화 정책(에너지 자주권 확보)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에만 의존하던 안보 구조를 탈피하여 우리의 방어력을 우리가 스스로 책임지는 ‘진정한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konas)
박동순 :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정치학박사, 향군 안보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보칼럼] 강한 국군이 곧 평화의 조건이다](/img_data/article/260930/260930_6303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