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강한 국군이 곧 평화의 조건이다
매년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우리는 이 날을 맞을 때마다 국군의 창설을 기념하는 날 정도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국군의 날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누가 국민과 영토를 지키는가, 평화는 무엇으로 유지 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는 날이다.
국군의 날이 10월 1일로 정해진 배경에는 6·25전쟁의 결정적 장면이 있다. 1950년 10월 1일, 국군 제3사단 제23연대가 38선을 돌파하며 북진을 시작했다. 불과 석 달 전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국토의 상당 부분을 내주고 낙동강까지 밀렸던 대한민국 국군이었다.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와 인천상륙작전을 거쳐 전세를 뒤집었고, 마침내 38선을 넘어 북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 국군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1956년 정부는 육·해·공군이 각각 기념하던 창설일을 통합해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했다. 국가기록원은 그 제정 이유를 “국군의 새로운 위상과 참모습을 적극 홍보하고, 장병의 사기를 진작하며, 유비무환의 총력안보 태세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국군의 날은 특정 군종의 창설을 기념하는 날을 넘어, 대한민국 국군 전체의 단결과 국민의 국방의식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적 기념일인 것이다.
여기서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유비무환’이라는 말이다.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상대가 감히 도발할 수 없도록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을 때 평화는 더욱 굳건해진다. 국가의 안보 역시 선의나 희망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적의 위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며,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이를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1945년 해방 이후 우리는 국가를 세웠지만,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처음부터 갖고 있지는 못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은 그 사실을 처절하게 증명했다. 준비되지 않은 국가는 침략을 막기 어렵고, 안보를 소홀히 한 대가는 결국 국민 전체가 치르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그로부터 76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나라가 되었다. 세계적인 경제력을 갖추었고, 첨단 무기체계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예 국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역시 미·중 전략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안보질서 변화 등으로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전쟁의 양상도 달라졌다. 과거의 전쟁이 총과 포, 전차와 항공기의 충돌이었다면 이제는 사이버 공격, 우주와 전자전, 드론과 무인체계, 인공지능과 정보전까지 전쟁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안보관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위협에 맞춰 안보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는 일이다. 더욱 강한 국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
국군의 날은 현역 장병만의 기념일이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국방은 현역 군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역 후에도 국가안보에 대한 경험과 책임의식을 사회 속에서 이어가는 예비역과 재향군인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군복을 벗었다고 해서 국가에 대한 책임까지 벗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향군인은 군 복무를 통해 얻은 안보 경험을 사회와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안보를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동책임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일, 군과 사회의 거리를 좁히고 국민적 안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향군이 담당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다.
오늘날 안보를 둘러싼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는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평화가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평화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대한민국이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누군가 그것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낙동강 전선에서, 휴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국군 장병들은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서 있다.
국군의 날은 군사 퍼레이드를 보며 국군의 위용을 확인하는 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 의지를 갖고 있는가. 다음 세대에 안보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1950년 10월 1일의 38선 돌파가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선 국군의 상징이었다면, 오늘의 국군의 날은 미래의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다짐하는 날이어야 한다.
강한 국방이 전쟁을 부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침략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을 때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대한민국 스스로의 방위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미래 국방을 준비하며, 국민 전체가 안보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할 때 대한민국의 평화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국군의 날의 기원이 된 1950년 10월 1일, 그날 38선을 넘어 북진했던 국군 장병들의 발걸음은 단순히 하나의 전선을 통과한 사건이 아니었다. 국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의 발걸음이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국군의 날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평화는 소망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자유는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강한 국군과 확고한 안보의식이 있을 때,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도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국군의 날은 국군의 과거를 기념하는 날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킬 힘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어야 한다. (konas)
권영태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논문심사위원,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국방사업연구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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