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병영, '민간사회화' 돼서는 안 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요즘 ‘새 병영문화의 창출’이라는 기치아래 병영생활의 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여러 가지 혁신적인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중 최근 여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몇 가지 예를 든다면, 신병교육을 마친 병사에게 ‘부대 재배치 청구권’을 주는 문제, 군부대 내 ‘동성연애 행위’에 대한 규제의 철폐 또는 완화 문제, ‘병역 특례’ 문제, 군복무 중, ‘대학학점 취득’ 등 제대 후 사회적응 준비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방안들은 대체적으로 사회생활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고 장병의 ‘기본 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검토되는 것 같다.
정부나 국방당국이 군 장병의 기본인권 보장에 신경을 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 노력은 분명히 병영생활 개선에 기여하고, 장병의 사기를 높임은 물론,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의 걱정도 덜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이 도를 지나쳐서 ‘군대사회’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민간사회’의 보편적 가치기준과 생활패턴 또는 행동성향을 따라가는 모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군대사회와 민간사회는 그 존재이유, 지향목표, 구성원의 행동성향 등 모든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민간사회는 본질적으로 평화를 지향하며, 인권 등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보장하는 사회다. 그 반면, 군대사회는 그런 민간사회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평시에 ‘전쟁을 준비’하는 사회이며, 개인의 이익이나 행복 추구보다는 개별 장병의 충성, 헌신, 복종, 필승의 신념 등 ‘자기희생정신’을 바탕으로 부대 전투역량의 유지·강화를 지향하는 특수사회다.
따라서 군병영 생활에서 병사들이 갖추어야 할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및 규범은 민간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개인의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민간인과 ‘자기희생정신’으로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을 같은 위치에 놓고 인권, 선택권 등에 대해 왈가왈부(曰可曰否)하는 것은 타당한 것 같지 않다.
현재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새 병영문화의 창출’ 노력은 새 시대에 부합되며, 바람직하고 또 권고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군병영 생활이 민간사회의 생활양식과 행동성향을 모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병사 개인의 기본인권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확고한 자휘체계가 보장되어야 하며, 개인의 행복권 보장에 앞서 부대의 전투역량 유지를 위해 개인행동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방당국은 병영생활 개선방안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신병교육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된 병사가 배치된 부대가 맘에 안 든다고 해서 재배치를 요구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 처사라 할 수 있다. 그 보다는 부대 지휘관이 재량권과 함께 책임을 지고 각개 병사의 권익보호와 아울러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둘째, 군부대 내 ‘동성애 행위’는 계속 엄격히 규제되어야 할 사안인 것 같다. 동성애 행위는 민간사회에서 조차 보편적인 정상행위로 간주되지 않는다. 외국군의 경우에도 병영 내에서의 동성애 행위에 대해서는 입대금지, 강제전역 등 매우 엄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라고 하지만, 국방당국은 부대 내 ‘동성애 행위’ 문제를 개인 인권보장 차원에서보다는 군 기강 또는 부대 전투역량 강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국방당국은 평상시에도 병영생활의 목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병영생활의 목표 우선순위가 ‘부대의 전투역량’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군복무 중 대학학점이나 자격증 취득 등 병사 개인의 제대 후 사회적응능력 위주로 검토된다면, 이는 목표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학학점이나 자격증 취득 등은 군복무 중에 있는 병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병사들 간 위화감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병사들이 군복무의 의미에 대해 갖는 인식이 군 본연의 임무수행보다는 사회적응능력을 기르기 위한 시간선용 차원의 의미로 인식한다면, 그런 병영생활은 군의 전투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없다.
넷째, 국방당국은 ‘병력특례’의 남용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본다. 병역의무가 어떤 특정전문분야 젊은이들에게는 마치 ‘불필요한 짐’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정치권이나 사회 일각의 잘못된 인식에 편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에게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대뜸 이들을 위한 ‘병역특례’의 특혜를 당정협의로 결정, 발표하는 정부와 여당의 처사는 군복무중인 장병의 사기를 저하시킴은 물론 새로운 병영문화 창출에도 도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특례보다는 군복무를 마친 전 장병에게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시 ‘가산점 부여’ 등 ‘특례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국방당국의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새 병영문화 창출’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그 노력은 군대라는 특수사회의 존재이유와 군 본연의 행동규범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konas)
박 용 옥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전 국방부 차관)
- 2026.10.1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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