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 전국 13개 도시에서 발생한 과격 폭력시위로 경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궐기 대회에 대한 금지 방침을 통보한 가운데 통일연대 등이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또다시 충돌이 예상된다.

 서울경찰청은 4일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와 통일연대 등이 오는 6일 서울시청 앞 광장과 서울역 광장 등에서 제3차 反 FTA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한 데 대해 금지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앞서 범국본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연 뒤 서울광장에서 을지로 입구를 거쳐 보신각까지 2개 차로로 행진을 벌이겠다는 집회신고를 지난 1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1차 반 FTA집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있고 도심 교통체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금지키로 했다”며 “범국본이 경찰의 불허 방침을 어기고 불법 집회를 강행할 경우 지도부를 사법처리 하는 등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전국에서 개최된 제1차 反 FTA집회에서 일부 도청 시설이 파손되는 등 폭력행위가 발생하자 범국본 지도부 검거에 들어가는 한편 범국본의 집회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달 29일 범국본측이 개최하려던 제2 차 反 FTA집회를 금지했으며 5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집회 자체를 원천 봉쇄한 바 있다.

 하지만 범국본과 통일연대 등은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경찰의 금지 통고에도 불구하고 6일 전국 광역 시도와 시청 앞 광장에서 1만 여명이 참석하는 제3차 反 FTA집회를 강행한다고 공지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최근 과격 폭력시위가 다시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시민단체의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와 공청회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마련하기 위해 4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각계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화물연대 파업 등 최근 잇따른 집회·시위에 대해 “집시법을 개선해 현재의 시위 문화와 사회 갈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민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법제사법센터 소장은 “집회 및 시위로 야기되는 타인의 권리침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사회적 불만과 비판이 극에 달했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만 강조하기보다는 공공의 안녕 질서와 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고려대 법대 교수 역시 “복수의 집회 및 시위 금지,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금지 등을 인권침해라고 보기도 하지만 집회·시위로 침해되는 타인의 이익을 공평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황필규 변호사는 “국가권력 비판과 국민의 의사를 여론화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집회·시위의 자유는 필수불가결 한 기본권”이라며  “집회·시위의 양상을 논하기 전에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이들과는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이 날 오후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1백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의경부모모임 회원과 자유주의연대 주관으로 평화적 시위문화정착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Konas)

 이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