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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는 헌법상 불가능하다

Written by. 제성호   입력 : 2004-06-14 오후 4: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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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판결의 혼선은 헌재의 불명확한 지침 탓(?)


최근 서울 남부지방법원의 한 젊은 판사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게 무죄판결을 내려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후 법원들간에도 엇갈리는 판결이 나오는 등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헌법재판소가 2년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명쾌하게 법률적으로 교통정리를 해 주지 않은 때문이라고 하겠다. 


결론부터 예기하면 우리 헌법체계 내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하겠다. 우선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 내지 신념은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한다. 양심의 자유의 내포와 외연과 관련해서 보면, 양심의 형성 및 결정은 내심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때 절대적으로 보장된다. 하지만 양심의 '실현'은 그것이 타인의 명예와 권리, 헌법질서, 실정법 등에 저촉되지 않을 때만 인정된다. 이것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이며 헌법학계의 통설이다.

이러한 입장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해서도 물론 지지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집총)거부 행위는 우리 헌법과 병역법이 정하고 있는 '국가의 근본질서', 즉 국민개병제 및 징병제를 근저에서부터 와해시키는 것이기에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양심의 자유  병역의 의무 상호 충돌시, 후자가 우선권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여부는 국민의 기본의무인 국방의 의무 내지 병역의 의무와의 관련 하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에게 공평하게 부과되는 인적 부담(일신전속적인 공적 부담)이다. 그래서 수범자인 당사자들에게 병역이나 아니냐(즉 수용이냐 거부냐)의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기본적 의무'의 본질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권리인 양심의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의무인 병역의 의무가 충돌하게 될 경우, 당연히 후자에 우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만의 하나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게 된다면, 양심의 '실현'을 구실로(예컨대 국가가 자기가 납부한 세금을 올바로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개인적 신념을 내세워) 납세거부권도 인정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함께 양심적 납세거부를 인정하게 되는 날 대한민국의 존립이 위협받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은 우리 헌법체계 내에서 결코 수용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평등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게 될 경우, 이는 종교를 이유로 한 사회적 차별(특혜의 제공)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다른 종교로부터 불만을 야기할 것이다. 살생을 금하는 것은 불교나 기독교나 모든 종교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여호와의 증인에게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종교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으며(종교간 차별), 특권적 제도의 설정과 종교에 대한 국가의 정치적?사회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면을 고려할 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반전?평화사상을 가진 양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사람들에게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면, 이는 헌법 제11조 2항에서 금지하는 사회적 특수계층의 창설과 다름없게 된다. 따라서 특수한 양심을 가진 사람에게만 병역거부를 인정하거나 후술하는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발상도 역시 위헌적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소수자의 인권' 시각에서 볼 수 없게 만드는 소치이다. 소수자의 인권을 구실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은 개인의 자유를 빙자한 공동체에 대한 의무의 방기를 묵인하고, 결과적으로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국가들과 우리는 상황이 달라...


오늘날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국가가 있기는 하다.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러시아, 폴란드, 스페인, 쿠바 등 40여개 국가가 있다. 이들 나라는 하나같이 주변국가로부터 전쟁의 위협이 거의 없는, 실로 안보환경이 매우 양호한 나라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이스라엘 다음으로 안보환경이 취약한 나라이다. 게다가 한반도는 지금 휴전상태에 있고, 지난 수년 동안 서해교전을 두 차례나 치루었다.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한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결의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인권선진국이 되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모든 나라의 안보환경이 동일하다면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이 인권수준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보환경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인 상황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권선진국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더불어 유엔인권위원회의 결의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 내지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양심적 병역 거부는 우리 헌법체제 하에서 '권리'로 인정될 수는 없으며, 국방 내지 병역의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된다. 현재 국방의 의무를 실시하기 위한 법률로 병역법 등이 제정돼 있고, 이 법 제88조 1항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은 병역법의 실효성 확보와 병역 정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정이다. 담당판사는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를 동조에서 명시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법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하겠다. 정당한 사유란 관혼상제, 중대한 질병,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와 같이 누가 봐도 객관적인 정당성이 있는 사유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요구 대체복무제는 사실상의 병역면제


우리 사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권리로서 공식 인정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라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이나 지금도 중국으로부터 안보위협이 끊이질 않는 대만을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대체복무 역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라고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원정출산, 금품수수, 신체훼손 등에 의해 어떻게 든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전평화사상이나 종교적 양심에 의한 집총거부 등을 이유로 한 새로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은 병역기피 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설령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병역 내지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의 진실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아무리 명석한 판사라 하더라도 내심의 영역에 있는 양심을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더구나 그러한 병역거부의 양심 판단에는 주관성과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요구하는 대체복무는 기존의 대체복무와는 전혀 다른, 사실상 병역면제와 차이가 없는 것이라는 점에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를 비롯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일반 대체복무자들이 받는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 8년간의 예비군 훈련, 그리고 전시상황에서 동원령이 발동될 경우 이를 따라야 하는 의무 등에서 면제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집총거부는 물론 군복은 절대로 입지 않겠다는 것, 군대 근처에는 가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군복무의 1.5배 정도 되는 대체복무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우리 국민들이 양해해 주고 사회적 합의를 해줄지는 의문이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 인정은 결국 현역병 자원의 감소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현역병의 복무기간 연장을 초래할 위험성도 있다. 이는 극히 불합리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현역으로 가면 바보'라는 자조적인 생각들이 일반화되면 결국 누가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키려고 하겠는가.


기존의 대체복무제 수혜자 확대 및 기존제도 활용토록 유도해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이나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병역기피자로 엄중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 그간 우리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재징집에서 제외될 수 있는 최소형량인 1년 6월의 징역을 선고해 왔다. 나름대로 인도적인 배려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아예 처벌하지 말자는 요구는 현행법체제 하에서 과도한 것이다. 병역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나 병역의무 이행거부자(또는 기피자)에 대한 처벌의 평등 및 형평성 확보를 위해서도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현단계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새로운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존 대체복무제도(산업기능요원, 연구전문요원, 공익근무요원 등)의 수혜자를 확대하는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열심히 자신의 기능과 실력을 쌓아 이러한 기존 제도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길밖에 없다고 하겠다.

기존의 대체복무제도에 대하여는 널리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들이고, 또 기능?학력 등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해 선발하도록 돼 있다. 양심과 같이 주관적이고 자의성이 개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악용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기존의 제도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최대한 흡수하는 것이 불완전하지만 현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 하겠다.


  현행 법체제 하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불가피하게 전과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일반 형사범 내지 파렴치범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평생 동안 전과자 꼬리표를 달도록 하는 것은 비인도적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복역 후 사회에 진출하려 할 때 취업이나 해외여행 등에 있어 부당한 인권침해가 없도록 배려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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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티그린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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