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뢰도발, 규탄만으로는 안 된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듯 깊은 해인지라 정부도 새해 벽두부터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 왔다. 정부는 올 초 국무총리와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하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발족 시켰다.
추진위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추진해 나가야 할 국가목표를 ‘선진한국’과 ‘국민통합’, ‘통일국가 달성’ 등 3가지로 꼽았다. 추진위는 바로 이 같은 “미완의 과제들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 올해를 완전 광복으로 가는 원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그 의지를 밝혔다.
또 “다양한 기념행사를 통해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함으로써 이를 대한민국 재도약의 동력으로 만들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8월5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원선 남측 구간 복원 착공식에 참석한 것도 추진위가 준비한 여러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경원선 복원 착공식에 참석하던 그날 김대중 前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3박 4일간의 북한방문 길에 올랐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초청해 이뤄진 방북이니 이 여사와의 면담은 당연히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경색될 대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통일대박’ 발언에 대해 큰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향한 움직임에 국내 주요 언론들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늘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부문에서 화해 협력 무드가 조성되다가도 한 순간 군사부문에서 일이 터지면 그만 얼어붙어 버리고 만다.
지난 8월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20대 초반의 아군 병사 2명의 발목에 치명상을 입힌 지뢰 폭발사건은 제2의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연상케 할 만큼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현장에서 수거한 철재 용수철 등 잔해물 43점과 사고지점이 남고북저(南高北低)인 점 등으로 볼 때 북한군의 목함지뢰로 밝혀졌고, 북한군의 소행임이 분명하다고 합참과 유엔사령부는 발표했다. 틀림없는 정전협정 위반인 것이다.
여러 정황으로 보더라도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아군의 통행로 안과 밖에 지뢰를 묻어 놓았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휴전선에서 북한군에 의한 지뢰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은 48년만이다. 특히 그 시점도 이희호 여사의 방북(8월5일) 하루 前이었다는 사실은 향후 남북관계를 보는 북측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북한은 3대째 권력세습을 이어 받으면서도 김일성 시대의 빨치산식 대남적화 노선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을 상대로 평화를 논하고 통일을 논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이번 지뢰폭발 현장에서 우리 병사들은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사건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 꽃다운 나이, 20대 초반의 두 하사가 보여준 적응 조치와 전우애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점을 반성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 먼저 우리의 경계태세는 과연 완벽했는가에 대한 반성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휴전선상의 경계문제로 우리 군은 늘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점도 감시장비의 사각지대였고, 수풀이 우거져 관측에 제한을 받는 지역이라는 등 많은 장애 요소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군이 우리 측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아군이 출입하는 철책 통문에 지뢰를 매설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당했다는 사실은 그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작전 이전에 경계에서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더욱이 합참의장은 취임 이후 몇 번이나 “다음 도발은 휴전에서 발생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예측 따로, 대비 따로’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합참의장이 정확하게 예측을 했으면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바로 이점 우리군의 맹성(猛省)이 요구된다. 아울러 북한의 반복되는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앞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빈 말이 아니라 실천이 따라야 한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준비한 크고 작은 남북 협력방안은 꾸준히 논의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오랜 분단의 역사속에서 우리는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결코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터득해 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독일에게도 통일 25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지난 7월16일 동독지역인 로스토크 시에서는 제14차 한독 포럼이 열렸다. 서울과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독일대사 2명을 비롯 두 나라의 국회의원과 외교관, 기업인, 학자, 언론인 등 70여 명이 참석해 양국 간 협력방안과 남북문제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통일은 말의 성찬(盛饌)이 아니라 평화로 가는 길을 만들어 가는 실천이 선행되어야 하고 쌍방 간에 상호 끊임없는 교류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통일’을 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이지만 실천이 따르지 않는 통일논의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요 속 빈 강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갈망하고 기원한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황이 우리에겐 운명과도 같은 일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남북은 언제나 대화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 관광의 날’이다. 이번 휴전선 참사(慘事)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은 반드시 재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준범 (前 국방홍보원장)
* 월간 자유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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