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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수기 ‘69,000m 마라톤’(입선)

Written by. 정형두   입력 : 2019-11-25 오후 1: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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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은 지난 5월 24일∼ 6월 21일까지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를 공모해 선발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2019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를 9월 26일 발간했다. 2006년 시작된 체험수기집 발간은 올해가 14번째로 사회복무요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코나스는 병무청의 협조 아래 우수작을 중심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4번 레인
 기다리고 기다리던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하여 신체검사를 하라는 문자가 왔다. 할머니도 내가 명절에 놀러 가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얼른 문자가 오길 바랐지만 막상 오니 다시 문자를 보내고 싶었다. 그래도 남자라면 당연히 1급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신검을 받으러 갔다. 시작부터 나는 일이 꼬여버리기 시작했다. 신청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장소를 잘못 선택하여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담당자님의 도움으로 다행히 나도 신체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시력은 그 누구보다도 높게 나왔다. 그때까지는 당연히 1급으로 군 복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기본적인 검사를 다 끝내고 이제 1대1로 건강에 대하여 상담을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처음에는 심장이 아팠던 것에 대하여 비밀로 해야 1급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왠지 모르게 상담이 끝나갈 때쯤에 그래도 얘기는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과거의 나에게 너무 감사하게 느낀다. 나는 4번 레인에 서게 되었다.

 준비운동
 학교에 군 휴학계를 내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사회복무요원은 어디서 일을 하는지 알아 보았다. 국민을 위해 우리나라를 지키는 현역과 달리 우리들은 공공기관, 복지시설들을 총이 아닌 등불을 들고 밝게 비추고 따뜻한 손길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고 사회복무를 부끄러워했던 내 자신이 ‘너무 생각이 짧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느 기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 복무지 선택과정에서 본인선택은 떨어지게 되었고, 선복무에 당첨되어 지역아동센터로 배치 받았다. 군복무를 하기 전에 배치 받은 근무지는 어떨지 어떤 아동들이 있을지 출근 날이 매우 기다려졌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시작이 반이다
 총성을 듣고 근무지에 뛰어들었다. 마라톤 대회도 하기 전에 사람들은 얘기하곤 한다. “뛰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냐.”, “많이 힘들 수 있다.” 응원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하듯 나도 주변에서 사회복무요원이 겪어야 하는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듣고 와서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하였다. 

 근무시작과 동시에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이 물 흐르듯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내려 가고 있었다. 사회복무요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 여기서는 상호간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인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군 안에서는 선후임이 확실하게 있지만, 여기서는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며 선후임이 존재하지 않고 상호존중을 해준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

 센터장님과 선생님들도 너무 다 친절하시고 센터에 다니는 아동들도 말도 잘 듣고 내가 더 열심히 아동센터에서 근무하여 많은 힘이 되어야겠다고 느꼈다. 예비 사회복무요원들도 부정적인 말들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복무일을 기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페이스메이커
 초/중/고 아동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아동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보조 역할을 하고, 청소와 급식배식을 하며 초등학교 교사 같은 느낌이 든다. 아동들이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동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생각했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만큼 내가 더 아동들에게 그에 맞는 언행을 하자고 다짐했고, 지금은 자부심을 가지고 복무를 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많은 선생님을 만났고, 그 중 제일 존경하던 선생님들을 생각하였고, 아동심리 책들을 도서관에서 읽어보면서 아동들에게 조금이라도 한발짝 더 다가가고 도움이 되고 싶어 노력을 하고 있다. 존경하던 선생님들 언행과 아동에 관련된 책들이 내 페이스메이커를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아시스
 달리기를 하면서도 몸이 지치고 힘든 것을 잊게 해주는 것은 시원한 물이다. 사회복무요원의 오아시스는 ‘주말과 공휴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이 현역들이다. 같이 만나기만 하면 무조건 군대 얘기를 하는데 현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사회복무를 무시하는 말들도 하지만 사회복무라는 이유로 고개를 숙이고 있지 말고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히 얘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는 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복무를 하고 있다.

 근육통
 뛰면서 무리를 하면 근육통을 경험한다. 복무를 하면서 누구나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올 것이다. 나는 아동들을 가르치면서 조금이나마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지, 내가 학교를 다닐때 왜 그렇게 기대치를 높게 잡으셨는지 등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던 잔소리들을 내가 아동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묘했다. 선생님으로서 아동들을 가르치다보니 점점 나도 모르게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초등학생, 중학생은 아직 많이 어린 나이인데도 그걸 잠시 잊고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나이인데 아직 많이 실수할 수 있는 나이인데 말이다. 책에서 그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어른들의 잔소리는 어른들의 후회라고 한다. 나 또한 더 좋은 성적과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한 후회를 아동들에게 털어놓는 것은 아닌가 반성을 하기도 했다.

 선생님인 내 자신부터 먼저 모범을 보이고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고 다시 한 번 크게 느꼈다. 근육통이 근육이 찢어지면 다시 더 튼튼한 근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이 복무생활을 하며 기분 좋은 근육통을 느낄 수 있기에 많은 것을 배워가고 더 성장해가는 느낌을 받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결승점을 향해
 나의 복무일 690일. 하루에 계속 100m씩 페이스조절을 하며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약 22,000m 뒤는 결승점이 기다리고 있다. ‘결승점까지 잘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한다. 2020년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가오니 한 명 한 명의 아동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남은 기간 동안 더 잘해주고 많은 것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들이 든다. 중학생들이 영어수업을 하기를 원해 일주일에 2번씩 준비하여 영어수업을 진행한다. 영어문법이라서 많이 힘들어해도 웃으면서 나의 수업을 잘 따라와 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초등학생들 중 몇몇은 가르쳐주고 이해시켜 준 문제가 학교 시험지에 출제되어 함께 풀었던 문제를 맞춰서 해맑고 당당하게 시험지를 들고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아동들이 다양하고 좋은 기회들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에서 끊임없는 지원을 해주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얼마 남지 않은 결승점까지 페이스 조절을 하며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지금 현재 사회를 밝게 빛내주는 사회복무요원들과 앞으로 새로운 사회의 등불 예비 사회복무요원들에게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며, 항상 응원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형두(새힘지역아동센터)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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