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치러지는 남북 민간단체의 공동행사를 앞두고 그동안 방북이 금지돼 온 반(反)국가단체 소속원에게도 방북 허용 을 용이하게 하는 쪽으로 ‘대북 민간교류 승인기준’을 완화하 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내년은 광복 60주년이자 6.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으로 남북 민간교류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달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통일부, 국가정보원, 법무부 등 관련부처 회의를 갖고 '대북 민간교류 승인기준' 완화 방안을 논의했었고 이 자리에서 국정원과 법무부는 반국가단체 소속인사의 방북허용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11일 “현행법상 방북 불허 대상자인 조국통일범 민족연합(범민련),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인사들이 합법적 단체의 신분으로 방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자는 “지금까지도 범민련구성원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경우 통일부장관 재량으로 방북을 허용하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반국가 단체 소속원 모두에게 방북길을 열어준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평양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축전에서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김일성 전 주석 생가인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써 파장이 일자 대북 민간교류 승인기준을 마련, 반국가 혹은 이적단체 소속원이나 국가보안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의 방북을 금지해 왔다. 

김홍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범민련, 한총련의 방북허용을 결정한 바 없으며 기존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들 단체의 방북을 허용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이 승인기준을 완화하라는 지시를 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대북 민간교류 관련 내부업무처리 지침을 실무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원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고 신청서류 간소화 등 행정절차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인지 범민련.한총련의 방북을 허용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001년 강정구 교수의 '만경대 정신' 서명 파동에 크게 반발했던 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적단체 방북허용 검토 보도에 대해 "이적단체 소속 요원이 아니였던 강 교수 같은 사람도 북에 가서 김일성을 경모하는 글을 남기고 와 온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었는데, 정부가 또다시 법적으로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단체 요원들을 합법적으로 방북토록 허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남남갈등을 부추겨 통일을 방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