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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故 백선엽 장군, 국민 가슴에 영원히 영면하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20-07-15 오후 4: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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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남한은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빼앗기고 국토의 10%만 남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는 와중에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국가의 명운을 건 대 결전을 펼쳐야 했다. ‘최후의 일각까지, 최후의 일인까지’ 당시 국군용사들은 전우의 시신을 방호벽으로 쌓아놓고 끝없이 밀고 오는 적과 대적해 물리쳐야 했다. 촌각의 순간이기에 주검이 된 전우들의 시체를 묻을 여력조차 없었다. 

 비 오듯 쏟아지는 적탄 속에서도 마지막 남은 땅덩어리를 부여잡기 위해 호국의 영웅들은 온 몸으로 이 땅에 혼을 묻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처절한 낙동강 방어전투가 그 무대였고, 다부동 전투가 바로 그런 전투였다. 그리고 그 현장에 불세출의 30대 젊은 장수 백선엽 장군이 있었다. 

 1950년 8~9월의 낙동강 전선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내가 물러서면 (너희들이)나를 쏴라”. 생전 백 장군의 표현처럼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백선엽 장군은 적병의 기세에 겁에 질려 물러서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 높여 외치며 권총을 빼 들고 선두에서 이끌었다. 지휘관을 믿고 따르는 장병들은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일제히 고지를 향해 공격 앞으로 백병전을 불사했다. 

 그렇게 낙동강의 혈전혈투는 계속됐고, 이 전투의 승리를 발판으로 유엔군은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며, 아군은 서울을 탈환, 38선을 돌파하고 일착으로 평양선두입성을 가능케 할 수 있었다. 고래(古來)로 어느 전장을 막론하고 전쟁터에서는 숱한 삶과 죽음이 순간순간 교차하기 마련이다. 1·2차 세계대전이 그랬고, 6·25전장이 그랬다. 수많은 전투가 하늘, 땅, 바다 위에서 연속이었고, 호국영웅들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쳤다. 그 빛으로 대한민국은 구사일생(九死一生) 회생할 수 있었다. 전쟁터에 선 모두가 영웅이요, 호국의 수호신이지만 6·25한국전쟁에서 백선엽 장군을 빼놓고 어찌 6·25를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미 국내외 전략·전술가, 전문가들이 평해놓고 있어서다. 

 그러기에 전사가나 학술연구가, 학자는 말할 나위 없고 범부에 필부라 해도 당대의 역사를 떠올리는 양식 있는 국민이면 누구라도 백 장군의 죽음을 추모하고 그 분이 생전 나라에 바친  공덕을 추억하고 새기는가 한다. 

 세상에는 나라 잃은 백성도 있을 수 있고, 노예가 된 민족도 있었다. 보편적 인권과 누려야 할 평등에 자유를 빼앗기고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짐승같은 삶을 이어가는 민족도 있을 수 있다. 속된 표현으로 앙꼬 없는 찐빵도 있을 수 있고, (군대에서)공이 없는 소총도, 린치 핀이 빠진 수레바퀴도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식이다. 그러나 ‘앙꼬’라는 고명(팥)이 빠졌을 때, 하나의 작은 부속에 불과한 ‘공이’나 ‘린치핀’처럼 있어야 할 그 곳에 없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그 작은 것들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가를 비로소 알게 된다. 세상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늘의 별은 어둠이 내려야 비로소 더 빛이 나게 마련이고 그래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더 귀하고 찬란하게 다가옴을 안다. 우리에겐 바로 백선엽 장군이 그와 같이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개가 자신의 편향과 입맛에 맞는 것만을 추종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재단하고자 한다. 적확한 판단이나 사고의 우선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정 선상에서 내가 하는 게 최선이며 제일이라는 자기중심, 자기 아집에 집착이 우선 지배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나 상황과도 결코 무관치 않을 터다.  

 얼마 전 우리사회는 생전의 백선엽 장군 서울 현충원 안장(安葬)과 관련해 부끄럽고 가슴 아리게 하는 일들이 무차별 제기되었음을 알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세력들이 주도했다. 물론 어떤 사안이건 간에 이견이 있고,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찬·반도 있기 마련이다. 통제되고 획일적 사회가 아닌 한 최고의 선이 있으면 최악도, 차안도 있다. 공통점이 있으면 차별화도 있듯이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일 사안을 놓고도 평가는 엇갈리고 각양각색의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우리사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는 정도가 있어야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현충원 안장과 관련해 나중 본인이 사과 발언을 했다지만 모 변호사의 궤변이 또한번 어지럽게 했다. 방송 패널로 나와 "(현충원 안장이)이해가 안 된다. 저분이 6·25 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쏘아서 이긴 그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히냐"고 한 것에서다. 이 정도면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장군만을 저격한 게 아니다. 현충원에 잠든 호국영웅, 6·25참전 유공자 모두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에 하는 말이다. 그 어떤 이유나 변명도 맞지 않는다. 아무리 사고의 결이 다르다 해도 아닌 것은 아니지 않는가? 철딱서니 어린아이의 투정도 아니고, 물정 모르는 유아스런 발상도 아님에서야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이 ‘친일잔재 청산’이지 ‘누군가는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는 사고가 백주에 “현충원 안장 ‘파묘’”론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설사 모든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백척간두(百尺竿頭) 조국의 운명 앞에 자신을 내던진 영웅들을 누가 이리 홀대토록 하는 것인가?

 7년 전인가, 참전단체 관련 직무를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군대 창군의 산파역이었던 창군동우회 행사를 지원한 바 있다. 그 때 지근거리에서 뵌 백선엽 장군님은 단연 돋보이셨다. 좌중에서 연세가 최장이시면서도 언제나 의연하심에 겸손과 겸양이 먼저였다. 동우회 어느 분이라도 건강에 조그만 이상이 보이면 먼저 나서 행동으로 보이심도 그랬고, 한참 나이 어린 후배 예비역들을 대함에서도 공손함은 오히려 후배가 절절 맬 정도였다.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 우선이 몸에 배인 듯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다부동에서 앞장서 부하를 이끌고 독려하고, 38선 돌파, 평양선두입성이 말로만 이루어짐이 아니었음을 조금이나마 알 듯도 했었다.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민간단체가 광화문 광장에 추모제단을 설치해 조문하던 지난 13일 낮 전국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광화문 광장엔 우산을 받쳐 든 수많은 조문객들이 세 줄로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며 헌화와 경례로 추모에 나섰다. 추모객들과 어울려 조문을 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내내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가슴을 지배함은 또 어인 연유였을까? 하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그날 추모객들에게는 오늘 비록 어떤 끼리끼리는 ‘결단코 현충원 안장은 안 된다’거니 ‘파묘’ 등의 거친 표현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오직 나라만을 생각하며 위기일발의 순간에서 조국을 구한 영웅을 보내야 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엔 결코 소홀함이나 멈춤은 없었다. 

 또한 대한민국재향군인회도 지난 12일 "구국의 영웅 고 백선엽 장군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마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국립현충원 안장 반대 세력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전국 223개 시·군·구회마다 추모 현수막을 내걸고 지역 특성에 맞게 분향소를 설치하여 향군회원은 물론 뜻있는 일반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15일에는  대전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 향군회원 500여명이 참석하여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님의 명복을 빕니다” “6.25전쟁 영웅 현충원 반대가 웬말이냐!”라고 적힌 현수막과 추모 피켓을 들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키며 애도했다고 한다.

 더불어 필자가 14일 오후 강원도 어느 부대를 방문해 문득 국기게양대를 바라보자 게양된 태극기가 ‘조기(弔旗)’를 드리우고 있었다. 비록 코로나19 등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일신의 영예를 생각지 않고 국가만을 위하던 장군의 빛나는 생애처럼 그 분의 뒤를 이어 나라를 지키는 오늘의 젊은 국군장병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커보였다. 이제 장군은 우리 곁을 떠나 영원한 하늘의 별로 국민의 가슴 속에 남게 될 것이다. 장군님의 평안한 영면(永眠)을 고하는 바이다.(konas)

이현오 /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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