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초지능의 특징을 갖는 4차 산업혁명은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급격히 진전되고 있으며 시·공간의 압축을 통해 전 지구적인 차원의 교류를 확산시켜 편익의 증진을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안보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과학기술은 안보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본질적으로도 가변성과 불확실성을 지닌 신흥안보의 위험요인과 만나게 될 경우, 특정 임계점에서 폭발적으로 창발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된다면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대처 방법으로는 신흥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매우 곤란할 것이다.

 신흥안보란 기존의 안보 개념과는 달리 사소한 미시적 차원의 안전 문제가 특정 계기나 시점에 양적․질적으로 급격히 비화하여 거시적 차원의 안보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마치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변화하듯 일련의 변이과정을 겪는 것이나,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태풍이 되어 돌아오는 나비효과처럼 신흥안보 위험은 일단 한 번 창발하게 되면 국가나 세계의 안보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신흥안보의 유형은 다양하다. 지진이나 해일, 태풍, 가뭄 등 천재지변과  감염병, 경제적 불균형, 식량․에너지 안보 위협 등 인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이 인간의 안전과 안보를 위협하게 되고 이러한 신흥안보 위협은 결국 자발적 또는 강제적 이주나 난민, 테러 등과 같은 인간안보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러한 신흥안보 위협요인은 전통적 안보와는 다른 몇 가지 특성을 가진다. 첫째, 신흥안보 위험은 사소한 안전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발생 확률도 낮고 예측 가능성도 희박하다. 둘째, 신흥안보 위험의 주체는 인간 행위자뿐만 아니라 비인간 행위자가 되기도 한다. 셋째, 신흥안보 위험은 위험요인의 비가시성으로 인해 과잉 안보화의 문제가 항상 따른다. 마지막으로, 신흥안보 위험은 양질 전화나 안보 이슈의 중첩, 국경의 초월 등 특정 임계점과 만나게 되면 급격히 창발하여 엄청난 파괴력을 동반하는 X-이벤트적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신흥안보 위험에 대한 대응은 대응 시기와 주체, 범위와 방법을 선택하기가 매우 곤란하며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적․공적 제 노력의 통합과 국제협력의 매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신흥안보의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신흥안보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대국의 군사적 위협에 의한 약소국의 안보 위협이라는 단순한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 최대 곡창지대에서의 전쟁은 전 세계의 경제 숨통을 조이고 식량․에너지난을 촉발하여 세계 인류의 인간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한국의 신흥안보 위협에 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konas)

최규상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