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소감문(1) “발걸음으로 새긴 역사, 마음으로 품은 평화”
(이 글은 '제15기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소감문 우수작으로 선정된 글입니다.)
들어가며
7박 8일간의 대장정이 끝나고 이제 그 여운을 글로 남기려 합니다. 단순히 전쟁의 역사 현장을 돌아보는 답사가 아닌, 75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비극과 순간들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무더위와 장마를 뚫고 걸어간 이 길에서 저는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과 사명감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소감문의 작성에 앞서, 이번“제15회 대학생 휴전선 전적지 답사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계기와 다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계기는 작년 10월에 늦은 나이로 전역한 후 반년이 넘게 지난 시점에서, 2년 전 훈련소 생활을 직접적으로 보낸 6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숙식을 한다는 점이 몹시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번째 계기이자 다짐으로는, 6·25전쟁 75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임과 더불어 입대 이전 평범한 대학생 신분에서는 평소 무지하던, 진정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애국심과 선후배 전우 분들에 대한 존경심. 이 복잡하고 소중한 감정들을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며 기억하고자 하는 취지로 지원했습니다. 아울러 끝까지 부상 없이 완주하자는 각오가 컸으며, 단순한 개인의 완주를 목표하기보다는 함께 참여한 모든 단원들과 서로 의지하고 함께 도우며, 되도록 이탈자 없이 다 같이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임했습니다.
첫째 날: 설렘과 어색함 그 사이에서
7박 8일의 국토대장정, 그 첫날이 밝았습니다. 오후 1시, 양재역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건물 앞에 도착해 개인 명찰을 받고 직원분들의 따뜻한 손인사와 환대 속에서 7박 8일의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물품을 지급받고 여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들었습니다. 가장 선두인 1조에 배치되었는데 모두들 성격이 좋아 금세 조 구호도 만들고 조장과 부조장도 선출했습니다. 1조에는 특별하게도 미국 텍사스에서 온 네이든 박, 하와이에서 온 김 사무엘이라는 미국인 친구들이 두 명 속해 있었습니다. 첫날에는 두 친구 모두 한국어로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옆에서 영어로 오리엔테이션 내용과 질문들을 나름대로 통역해 주고 재차 질문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해단식 이후에 따로 약속을 잡아 식사까지 할 정도로 가까워질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조원들과 함께 지급받은 물품에 누락된 사항이 있는지 체크하다 보니 금방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은 다른 조 단원들과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고 싶어서 왔다는 친구도 있었고, 군부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왔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넓게 보면 이유들이 비슷비슷했지만, 다들 목표하는 바와 개개인의 다짐은 또 다를 것입니다. 국토대장정을 통해 스스로 깨우칠 감정들과 깨닫는 것들 또한. 이 또한 단체 생활의 매력이 아닐까 사색에 잠겨봅니다. 숙소로 올라와 같은 호실에 배정된 친구들과 잠들기 전까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언어와 살아온 환경은 달라도, 청춘의 설렘과 감정들은 동일한가 봅니다. 첫날밤은 그렇게 이야기에 빠져있다 다음 날을 위해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둘째 날: 본격적인 역사와의 첫 만남
호림유격전적비 참배는 이번 대장정에서 가장 숙연했던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북한 무장 게릴라의 남침을 저지하다가 희생된 호림 유격대원분의 동상을 보면서, 이들 모두 한때는 저와 같은 젊은 나이의 청년들이었을 텐데, 조국을 위해 역사 속으로 목숨을 바친 선택을 한 분들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특히 1950년대 초에 태어난 전사자분들의 나이를 보며, 그들이 얼마나 젊은 나이에 전쟁터로 나가야 했는지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이 슬프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전적지 앞에서 참배를 마친 뒤, 이후 전망대 앞 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기자들과 시민들 앞에서, 그리고 TV 카메라 앞에서 우리의 의지와 앞으로의 여정을 다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단장님과 학생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6.25 전쟁 75주년을 맞아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이는 제 스스로에게 단순한 구호가 아닌 진심 어린 다짐이 되었습니다. 서로 어색한 상태로 출정식 리허설을 하며, 약 100여 명의 단원들이 하나의 동작을 행하던 그 순간이, 이렇게 본 출정식에서 각 잡힌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니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연습하던 오전 일정이 참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출정식 장소에서 12사단 신교대대까지의 첫 도보 행군은 운동화에 돌이 자꾸 들어가는 바람에 약간은 불편했습니다. 그렇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땀을 흘리며 걷는 동안, 75년 전 이와는 비교할 수도 없게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전투를 치렀을 선조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돌과 같은 사소한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받은 국가 안보교육은 단순히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하루 종일 걸어온 길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첫 불침번 근무를 서면서, 이런 일상적인 경계 근무가 우리의 평화를 지키는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셋째 날: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내린천 래프팅이 취소되어 우발계획으로 춘천역에서 내려 우천 속 행군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쟁터에서는 날씨를 가릴 수 없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비를 맞으며 걷는 동안,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마침내 장호 닭갈비에서 따뜻한 점심을 먹으며 젖은 몸을 말리는 시간은 정말 소중했습니다. 8전투비행단 방문은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홍보관에서 보는 영상과 전시물들을 통해 현재의 공군 활동을 알 수 있었고, 격납고에서 실제 전투기를 보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기술력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블랙 이글스 설명을 들으며, 우리나라 공군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느꼈습니다. 전쟁 후 폐허에서 시작해 이만큼 발전한 우리나라의 저력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넷째 날: 자연과 역사의 조화
백암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내려다본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땅 또한 75년 전에는 전쟁터였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평화의 댐을 보며 북한의 수공에 대비한 우리의 노력을 알 수 있었고, 세계 평화의 종 앞에서는 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담아 기도했습니다. 7사단 신교대대에서 현역 간부와의 대화 시간은 특별했습니다. 현재 국군 간부의 생활과 이점들은 미디어에서 글로써 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생생함이 있었습니다. 다만 단장님의 말씀처럼 군지원 홍보가 중심이 된 대화였다는 게 약간은 아쉬웠습니다. 저녁 식사 후 강당에서 조별 활동으로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힘든 여정 속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섯째 날: 긍정적으로 임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파로호안보전시관에서 본 6.25 전쟁 관련 자료들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전쟁 당시 민간인 피해 현황을 보며,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전시된 유품들을 하나하나 보며, 그 물건들의 주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전쟁을 겪었을지 상상해 보니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점심 식사 후 시작된 우천 속 12km 행군은 이번 대장정에서 가장 긴 코스였습니다. 빗속에서 미끄러지는 길을 조심스럽게 걸으며, 우의와 배낭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중간 행군이 끝나고 커피차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는 시간은 정말 꿀과 같았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자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남은 행군 또한 부상 없이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15사단 신교대대에서의 두 번째 불침번 근무는 첫 근무보다 훨씬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며칠간의 행군과 견학을 통해 안보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후라, 경계 근무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섯째 날: 분단의 현실과 마주하다
제2땅굴 방문은 이번 대장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직접 땅굴 안으로 들어가 북한이 얼마나 치밀하게 남침을 준비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좁고 어두운 터널 안에서 헬멧을 착용하고 걸으며, 분단의 현실이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특히 표지판에 적힌 “이곳으로부터 300M 북쪽에는 군사분계선이 위치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보니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월정역사에서는 끊어진 철길을 보며 분단의 아픔을 실감했습니다. 원래 하나였던 철길이 분단으로 인해 끊어진 채 약 70여 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노동당사 방문에서는 공산주의 정권 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지 알 수 있었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6사단 신교대대까지의 행군길은 훈련소 때 이미 걸었던 행군길과 동일해서 추억에 깊이 젖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조별 활동 시간에는 맛있는 햄버거 야식과 함께 내일 있을 ‘소통의 밤’을 최종적으로 연습하며, 힘든 여정 속에서도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원들이 서로 춤추는 모습을 보며 배가 아플 정도로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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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날: 감동과 감사의 하루, 아쉬움
논 옆 행군으로 시작된 하루는 평화로운 농촌 풍경 속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대비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임진강역 방문에서는 실향민들의 한을 느낄 수 있었으며, 애기봉 전망대에서 도시락으로 먹는 점심이 더욱 맛있게 느껴진 것은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과 지금의 평화에 감사했기 때문입니다. 7일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소통의 밤'은 이번 대장정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각 조별로 준비한 장기자랑을 보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고, 조별 발표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더욱 끈끈해졌습니다. 여태까지의 여정이 담긴 영상을 보며 괜히 뭉클하고 연회장에 모인 모두가 감사하고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삼겹살 저녁 식사는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날 밤, 동료들과 나눈 진솔한 대화들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여덟째 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마지막 날 미군과 국군 장병들이 함께 한 트레킹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언어는 달랐지만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코미디언 이정용 씨가 사회를 본 레크리에이션은 그동안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천안함 견학은 이번 대장정의 마지막 교육이었습니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을 통해서 본 분단의 현실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깨달았습니다. 46명의 젊은 장병들이 평화를 지키다 희생된 것을 생각하며,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새겼습니다. 충무관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7박 8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형성된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습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슴속에는 이번 대장정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들이 가득했습니다.
나가며: 평화의 파수꾼이 되겠습니다.
7박 8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무더위와 장마를 뚫고 동료들과 함께 걸어온 길에서 저는 세 가지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첫째, 평화의 소중함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이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호림유격전적비의 이름들, 천안함의 46명 장병들, 그리고 지금도 최전선에서 조국을 지키고 있는 모든 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평화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둘째, 동료애의 힘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대학생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며 형성된 우정은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합니다. 힘들 때 서로를 격려하고, 기쁠 때 함께 웃으며,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낸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셋째, 역사의식과 책임감입니다. 6.25 전쟁 75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젊은 세대로서 이 소중한 평화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역사는 교과서 속 글자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이자 미래를 위해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제 대학 생활로 돌아가 다시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이번 대장정의 경험은 앞으로 저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땅, 제2땅굴에서 느낀 분단의 현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나눈 우정과 다짐들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평화의 파수꾼으로서 살아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신 대한민국재향군인회와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젊은 세대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며, 저 또한 이번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평화 의식 확산에 기여하겠습니다. 75년 전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 세대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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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전하겠습니다." (konas)
유형석 : 동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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