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을 비롯한 29명의 의원이 11일 '북한인권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되어 있는 북한주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할 것과 북한의 반인권범죄 정보 수집을 위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한 배포자료를 통해 "현재 탈북자가 국내 입국하는 경우 별도의 국적취득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북한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김 의원은 또 "현재 발효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서는 북한주민이 '외국인'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면서 "북한인권 문제는 대한민국이 주도해야 할 문제로, 미국·일본 등이 아무리 북한 인권 개선에 노력한다 해도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과거 서독의 중앙범죄기록소를 모델로 삼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설치, 북한 내 인권침해 사례와 증거를 쳬계적으로 수집·기록·보존토록 했다.

 그밖에 김 의원의 인권법안은 ▲납북자 문제, 국군포로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을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요 인권현안으로 규정 ▲이를 위해 별도의 기획단을 마련하며, 각급 남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을 규정 ▲북한인권 개선 등을 위하여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할 기구로 통일부에 관계 부처의 차관급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북한인권개선위원회를 두도록 함▲통일부장관은 북한인권 개선 등을 위한 기본계획과 연도별 집행계획을 수립하여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활동에 협력하고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북한인권대사를 두게 함 ▲북한인권 개선 등의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등을 의무화하는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법안을 제출한 김문수 의원 외에도 나경원, 황진하 의원 등이 각각 '북한인권개선 및 인도적 현안의 해결에 관한 법률안'과 '북한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한 지원법안' 등의 북한인권법안을 마련, 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북한 인권법 발의에 대해 우익성향 시민단체들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내보였다. 국민행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면서 "김문수 의원의 북한인권법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인권기록 보존소를 설치하여 북한내에서 이뤄지는 인권침해사례와 증거를 조사, 기록하여 둠으로써 통일된 뒤에도 反인류 反민족적 범죄자들을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한 점"이라고 평가했다.

 국민행동본부는 이어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양심수들을 때려죽이고 굶겨 죽이며 공개처형하고 있는 범법자들에게 경고가 될 것"이라며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그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아니라고 해도 이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법안 통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성명은 또 "이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주어졌다. 이 법안에 대한 찬반여부가 이들의 양심 상태를 보여줄 것이고, 그들의 정치인생에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충고와 감시를 게을리 해선 안될 것이다. 북한동포를 경멸하고 증오하는 자가 아니면 이 법안을 거부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국회의 애국심과 인류애를 기대한다"며 법안의 순조로운 통과를 기대했다.

 북한 인권 운동 관련 단체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해온 유럽을 비롯해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의 시민사회와 정치계에도 북한인권문제가 본격적인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라며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 정치인 언론인 학자 등 여론주도층과 지식인들은 깊이 머리 숙여 맹성(猛省)해야 한다"며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해온 사람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민주노동당은 "북한인권법은 북에 대한 내정간섭이자 부당한 압박으로 위기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배곤 부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정치적 박해로 심각한 인권유린에 시달리는 받고 있는 한총련 수배자, 양심수에 대해서는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하는 한나라당이고 보면 북한인권법이 인권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출발한 것인지, 북한에 대한 압박용으로 제출된 것인지 능히 짐작 가능하다"고 인권법 발의의 저의를 폄훼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미국과 일본의 북한 압박을 비판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이건만 한나라당은 제 동포 옥죄는데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며 "화합과 단결 평화를 정착시키려 온 민족이 지혜를 모으고 있는 마당에 유독 한나라당만이 남북 대결과 대립을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듯해 참으로 측은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을 가했다.

 민노당은 또, "17대 국회의 상식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법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응당 부결에 동참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konas)

 윤경원(코나스 객원기자)

 '북한인권법안' 전문은 <코나스> 정보자료실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