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농민단체의 과격 폭력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민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동반사퇴 했다. 경찰 총수가 사퇴한 것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과격 폭력 시위 진압의 최일선에서 시민단체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있는 전투경찰 요원들은 누구한테도 하소연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전ㆍ의경 부모들이 오는 7일에 농민단체 등 시민단체의 '폭력시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고, 수많은 시민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전의경 부모의 모임' 카페를 개설한 이들 전·의경 부모들은 폭력시위에 대한 항의집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굳히고 카페를 통해 관련 소식을 계속 공시하고 있다.

 이들 '전·의경 부모모임' 및 '전·의경 우리의 고운 아들들' 카페모임은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전·의경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폭력시위근절'을 위한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집회 계획은 최근 허준영 경찰총장을 비롯한 치안총수의 자진사퇴로 인해 경찰이 '폭력진압'의 멍에를 쓰면서 일방적으로 '매도' 되고 있다는 반발심리에다 불법ㆍ폭력 시위를 더 이상 용인하지 말자는 자발적 요구에서 출발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는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폭도들로부터 시달리고 고생하면서도 살인마 소리까지 들은 우리의 아들들입니다. 모두들 참석하셔서 전·의경들의 사기를 북돋워 줍시다" 며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고,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집회의 성격을 타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와는 다른 류의 집회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시위의 목적을 "전·의경들을 비롯한 경찰가족의 인권과 무너진 공권력을 바로 세우는데 있다" 고 하면서, "감정 조절이 안되어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집단들의 집회와 다를게 없는 폭력집회로 변질되고 말것"이라고 과격집회로의 변질을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총련과 좌익단체 등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전·의경 출신 등으로 가장하고
집회에 잠입하여, 폭력적인 행동으로 집회를 망칠 우려도 있다"며 경계를 요했다.

 이들은 과격 폭력시위를 주도한 농민ㆍ시민단체에 대해서도 항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은 “불법집회 진압 과정에서 전·의경들도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만큼 폭력 시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당연하다”며 “당시 농민집회는 분명한 불법집회였지만 현재 경찰만 폭력경찰로 매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권력 회복과 전 ·의경의 인권 개선이 관철될 때까지 집회를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여의도 농민집회 도중 전·의 경은 218명이 부상했으며 3일 현재 27명이 병원에 입원중이다. 이와관련, 농민은 12명이 구속됐으며, 전국농민연합 지도부 등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권위주의 시대의 경찰은 '원죄의식' 때문에 시위대가 사망하면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사회가 민주화하면서 경찰 역시 임무수행에 정당성을 확보해 '우리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그러나 "폭력동원 진압과 폭력시위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경찰과 시위단체 양측이 해결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새해 첫날 부상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전의경들을 위문하고 한 보수 인터넷 매체에 "폭력시위는 없어져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아래는 그의 글이다.

 폭력시위는 없어져야 합니다!

 티없이 맑은 얼굴과 초롱초롱한 눈빛의 젊은이들이 침상에 앉아있다. 불편한 것을 참고 차렷자세를 취하고 있다. 문병이 오히려 폐가 되지않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다. 다리 다친 사람, 팔 다친 사람, 허리 다친 사람 ... 한 젊은이는 누워있다.

 '높은사람'이 왔으니 일어날 법도 한데, 도저히 일어날 형편이 못 된다고 한다. 벌써 삼주일이나 되었는데 말이다. 마음 아프다. 덩그러니 한쪽 구석에 놓여있는 서울 경찰청장의 화분 하나를 빼놓고는 병실은 그저 담담하다. 전.의경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길처럼.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대에 가서 전경으로 차출되어, 영문도 모르고 농민들과 '전투'하다 부상당한 젊은이들. 왜 농민들과 싸워야 하는지, 마음마저 상처투성이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분노를 어찌해서 우리 젊은이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가? 나라는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이 순진무구한 젊은이들을 돌맹이받이, 쇠파이프받이, 화염병 받이로 앞세워 놓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이 젊은이들의 희생과 고통을 제대로 알아주는가? 이 젊은이들이야말로 국법질서의 수호자,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세상이 알기나 할까?

 이제 폭력시위는 없어져야 한다. 법 질서는 엄정히 수호되어야 한다. 티없는 젊은이들이 속절없이 짓밟히고 부상당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도 밝은 웃음으로 새해를 맞는 우리의 젊은이들, 우리의 아들들이 장하기만 하다. 이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의 내일이다. 이 젊은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이 희망을 꽃피우기 위해서라도, 나라를 제대로 세워야겠다.

 2006. 새해 아침에  손학규(경기도지사, http://hqsohn.cyworld.com)

(Konas)

이현오 기자 konasn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