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재개되는 남북체육회담을 앞두고 통일부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두 기관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 벌어져 혼선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정부내 대북업무를 총괄하는 통일부가 체육회담 당사자인  KOC를 제쳐놓고 진행 상황을 잇따라 앞서 발표해 내부적인 갈등마저 표출되고 있다.

 통일부는 27일 오후 김정길 KOC 위원장 명의로 북측 문재덕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전언통신문을 보내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체육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의 회신이 오기 전까지 보안을 유지하자고 요청했던 KOC는 통일부가 일방적으로 회담개최 사실을 언론에 흘리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체육교류는 사실상 KOC를 축으로 진행돼왔다. 체육회담 당사자가 엄연히 양측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앞두고는 지난 16일 북측에서 아시안게임 공동입장 및 체육회담 요청이 왔다는 소식과 22일 북측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답변했다는 사실을 모두 통일부가 뚜껑을 열었다.

 통일부는 KOC에는 절대 보안을 지켜달라고 요청한 뒤 되레 일방적으로 발표해 KOC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1991년 탁구 국가대표와 청소년축구의 단일팀 구성,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사상 첫 남북선수단 동시입장 타결 등 남북체육교류는 줄곧 KOC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체육회담을 통일부가 전면에 나서 발표하는 것은 지나친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재정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취임을 앞두고 담당부서에서 일단 터뜨려 '눈 도장 찍기' 혹은 일단 '한 건 하자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통일부가 한 발 앞선 발표 때문에 당사자인 KOC가 회담에 필요한 전략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KOC 관계자는 "남북체육교류는 주변 여론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해 왔다. 그러나 이번 체육회담은 내부적으로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통일부가 먼저 발표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통일부의 이 같은 '오버'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풀어보겠다는 과잉의욕 탓으로 보인다. 타 기관 업무까지 가로채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향군인회 고위 관계자는 28일 "지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대북 문제는 북핵 해결"이라며 "민족의 운명이 걸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올인해야 할 시기에 통일부가 KOC 업무까지 가로채 생색이나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통일부를 비난했다.

 그는 "통일부의 어설픈 '한 건 주의' 행태를 보노라면 이 정부가 진정으로 북핵 해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konas)

 정미란 기자 sori@kona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