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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2] 나를 버리고 모두를 얻는 길

6.25 59주년 대학생 전적지 국토 대장정 체험수기
Written by. 강승익   입력 : 2009-09-09 오전 9: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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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59주년을 맞이하여 재향군인회는 전국에서 선발된 125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에서 포항까지 460km를 종단하는 제2회 '대학생 전적지 국토대장정'을 지난 6월 25일부터 11박 12일간의 대장정을 성공리에 끝마친 바 있다. 이에 코나스는 체험수기 공모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선정된 6편을 엄선 시리즈로 게재합니다.

국토대장정을 통해 대학생들은 어느 곳에서도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6.25에 대해 피비린내 나는 전적지에서 또한 참전용사들의 경험담에서 피부로 느끼고 체험했다.

대학생들은 체험수기에서 6.25에 대해 국가가 혹은 학교교육에서 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되묻고 있다. 왜 우리의 현대사를 이토록 방치하고 알지 못하게 했는지를 기성세대를 향해 비판하고 있다. 참전 21개국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의 대해서도 그들의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알지도 못하는 외국의 젊은이들이 왜?, 무엇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피흘러 죽어갔는가?"를 국토대장정 처음부터 끝까지 화두로 삼아 스스로에게 되 묻고 있다.

이 젊은 대학생의 고민과 갈증을 풀어 줄 해결책은 정녕 없는 것일까.

코나스는 잘못된 근.현대사 교육의 해결책을 바로 대학생들의 체험수기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독자들의 필독을 바라며......(konas 편집자 주)



한걸음을 걷더라도 그 걸음의 의미를아는 125명 대원들을 생각하며

[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 아디다스 광고 ]

 사람이 땅에 살아서일까. 우리의 건국신화는 하늘로부터 시작되며 이웃나라 일본의 건국신화는 바다로부터 시작된다. 이렇듯 오랜 세월 사람에게 바다와 하늘은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고, 첨단 문명을 이룩한 지금도 바다와 하늘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점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대자연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바다와 하늘은 참 많이 닮아있다. 땅과는 다르게 유동적이며,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다. 완전정복을 위하여 앞으로도 바다와 하늘을 향한 사람들의 도전은 끊이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야말로 로망인 것이다.

 우리는 서울에서 포항까지 걸어서 갔다. 사서 고생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다는 친구의 말에 난 오히려 더욱 의지가 불타올랐다. 우리 땅을 우리 두 발로 직접 걷고, 이 땅과 지금을사는 우리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모르는가하는 마음에서 화가 났다. 이러한 분노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치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국토대장정을 완벽하게 이루어냄으로써 나는 한층 더 성장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우리를 성장하게 한 11박 12일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려한다.

 1일차[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 백범 김구]

 장충체육관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만난 무더운 여름날. 의미 없는 걷기는 그만 두라는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내딛은 나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귈수 있다는 설렘이었다기보다 여행과 모험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시작된 12일간의 짧은 여정에 대한 기대는 모두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했다.

 역시 젊음이 최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국립 현충원 참배를 마치고 수원으로 이동했다. 프랑스군 참전 기념비에서 관련 자료를 한 부씩 배부 받아서 읽어보았는데, 유엔군으로서 참전한 프랑스군이 내가 군복무했던 양구 펀치볼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내가, 지금의 자유대한민국을 이룩하기까지 많은 고생을 했던 그 땅을 밟고 서서, 그 분들의 유지를 이어나갔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프랑스군 참전 기념비 참배를 마치고 수원 10전투 비행단까지 우리는 걸어서 이동했다. 대장정을 막 시작한 탓에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일상에 치여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대한민국은 이렇게나 아름답다.

 2일차[爲國獻身軍人本分: 의사 안중근]

 수원10전투비행단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UN군초전기념비로 이동했다. 기념비가 세워진 그 지역에서 UN군 최초로 적군과 전투를 벌인 스미스부대를 기리는 묵념을 마치고, 당시에 있었던 전투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爲國獻身軍人本分(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지만, 어떻게하여 자국이 아닌 알지도 못하는 타국에 파견되어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된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爲人獻身萬人本分(위인헌신 만인본분), 사람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곧 사람의 본분임을 알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적군과의 전투에서 패한 스미스부대였지만, 큰 의미를 남긴 전투라고 했다. 적군의 전투력을 과소평가한 스미스부대는 그 전투를 계기로 더 크게 성장했을 것이다. 지피지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전투라 하겠다. 그 날 행군은 매우 힘들었다. 평소 편안한 생활만을 하다가 장거리를 걸어가려니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종아리부터 시작된 통증은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엉덩이까지 이어졌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어깨도 욱신거렸다. 그러나 우리 125명의 대원들은 서로를 격려하는 구호와 노래로 힘들고 지친 몸을 위로하며 공군방포여단까지의 행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3일차[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 작자미상 ]

 저녁에는 두 차례의 오리엔테이션과 1일차, 2일차 행군 간에 틈틈이 연습하고 준비한 분대별 장기자랑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정말 무덥고 땀을 많이 흘린 날이었는데, 숙소인 선문대 로스쿨 캠퍼스에서 가진 장기자랑은 피로를 풀어주고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지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그때까지 서먹서먹했던 분대원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분대는 음식재료 이름들을 가지고 아카펠라를 만들어 코믹한 댄스와 함께 선보였는데 3등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다른 분대원들이 우리분대의 장기자랑을 보고 웃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고 분대원들도 좋고 하늘도 좋았다. 나와 너, 우리 모두를 얻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다.

 4일차[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가치가 있다. : 찰스 디킨스 ]

 4일차는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우리 막내분대원인 규영(김규영 대원)이가 태어난 날!! 생일이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분대원들 모두가 규영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행군을 마친 그 날 밤에는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여 조촐한 생일파티와 함께 다시 한번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막내분대원인 규영이는 다소 엉뚱한 아이였지만,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 순수하고 똑똑하고 예의바른 친구다. 분대원들 모두가 진심으로 규영이를 축하했다. 갑자기 규영이가 보고 싶다. 행군 간 우리 모두의 흥을 돋군 규영이의 멋진 랩이 듣고 싶어진다.

 5일차[살짝 미치면 세상이 즐겁다. : 작자미상 ]

 말로만 듣던 계룡대에 입성하는 날이었다. 이 날도 무척이나 더웠다. 아마 12일의 대장정 중에서 제일 더웠던 날이 아니었던가 싶다. 땀으로 샤워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얼굴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휴식시간에 친구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더위에 지쳐 쓰러져 있는 내 모습과 다른 대원들의 모습을 장난삼아 보여줬다. 친구가 말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더위 속에서 걸으려고 거길 갔냐? ”나는 대답했다.“ 살짝 미치면 세상이 즐겁단다.”. 우리가 그렇게 더위와 싸워가며 도착한 계룡대. 육p해p공 본부가 모두 모여 있는 계룡대는 어마어마하게 웅장하고 큰 규모를 자랑했다. 군생활 중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장군님들까지 실제로 보니 벌어지는 입을 다물 길이 없었다. 시설도 매우 좋았고,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라면 영관급 장교님들과 함께 샤워를 했다는 점 군생활 할 땐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다. 훗..

 6일차[봉사를 위해 보낸 삶이 오직 열매 맺는 삶이다. : 간디]

 오전에는 계룡대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이성계가 도읍으로 정하려 했었다는 그 곳, 그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도 견학하고 육군명예의 전당도 들러 여러 육군부대의 활약상을 듣고 많은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동한 곳이 대전 현충원, 그 곳에서는 묘비석 앞에서 직접 참배하고 묘비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묵념을 올렸다. 후에 우리는 다시 걸어 포도로 유명한 영동까지 갔다. 영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영동 재향군인회 어른들이 사물놀이와 함께 간식을 준비해주셨다. 힘들 때마다 각 지역 재향군인회 어른들께서 격려를 해주시는 바람에 너무 감사했고 오히려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것인지 부끄럽기까지 했다. 이 분들의 호의에 대한 보답이라면, 우리가 앞으로 멋진 청년으로 거듭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일을 하는 것일 것이다.

 7일차 [배낭은 무겁게! 걸음은 가볍게! 마음을 즐겁게! : 작자미상]

 7일차 행군엔 복병이 있었다. 그 것을 바로 경상북도로 넘어가는 길목인 추풍령!! 바람도 쉬어간다는 추풍령을 오르기 전에 재향군인회 측에서는 여성대원들의 낙오를 우려하여 여성대원들의 배낭만은 차량 추진하는 배려를 해주셨다. 남자대원들은 물론!! 전부 메고 갔다. 남자니까,,,,, 숨이 차올랐지만 그래도 끊이지 않는 대원들과의 수다, 어느새 다다른 추풍령고개에서 휴식을 취하며 “경상북도” 표지판을 보는데 벌써 대장정의 반이 지나갔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직 반이나 남아있었는데도 말이다. 추풍령을 넘어 내려오는데 그 곳 경치는 가히 천국이라 할 만 했다. 자동차가 한 대도 안지나 다닐 정도로 정말 조용했고, 넓게 펼쳐진 과수원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였다. 걸음은 가벼웠다. 마음이 시원했다.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8일차 [Freedom is not free : 미국 워싱턴 한국 참전 기념비]

 8일차엔 낙동강방어선을 형성하기 위해 끊었다는 낙동강 구 철교를 답사하고 왜관전적기념관으로 향했다. 그 날은 비가 한차례 쏟아진 날이었는데 젖은 신발을 신고서도 잘 걷는 대원들을 보니 정말 행복했다. 우리 국군의 최후의 보루였던 낙동강 방어선은 조국의 운명을  두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었다. 왜관전투는 많은 국군과 UN군이 희생되었다고 했다. 저 먼 서울에서 이곳까지 밀려 내려오다니,, “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날 밤, 계속 귓가에 맴도는 말이었다.

 9일차 [必死卽生 必生卽死 : 여해 이순신]

 9일차엔 다부동 전적 기념관에 들렀다. 다부동하면 역시 떠오르는 것은 전진부대! 국군 제 1사단이다. 다부동 전투는 국군 제1사단과 UN군이 대구사수를 두고 벌인 방어전이었다. 빠른 시일내에 부산까지 점령하고자 했던 적군에게 있어서 부산점령이 여의치 않자, 대구로 방향을 전환한 적군의 대규모 공세를 막아낸 방어전투이다. 융단폭격이라는 전술용어가 처음 등장한 지역이라고 하니 세계전쟁사에 있어서도 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전투라고 했다. 아군은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정신으로 전투에 임해 승리 하였고, 적군은 뼈저린 좌절을 맛보게 되는데, 이러한 적군의 좌절은 곧 아군의 사기로 이어져 이후 반격작전을 개시하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그 때의 치열함을 잊은 듯 고요히 흐르는 낙동강, 가능하다면 이러한 우리 민족의 아픔까지 함께 가져가주렴,,

 10일차 [나라에 바칠 목숨이 하나뿐인 것이 유일한 슬픔입니다 : 열사 유관순]

 10일차는 제3사관학교에 입성하는 날이었다. 3사관학교가 가까워지자 군악대 연주소리가 들려왔다. 군악대의 연주는 피로에 지친 하루의 행군을 말끔히 잊게 하는 활력소였다. 군악대와 함께 3사관학교에 들어가 짐을 풀고, 씻고 저녁식사를 했다. 이후 강당에 모여 3사관학교가 위치한 영천지역 전투에 대한 육군대학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영천지구 전투는 우리 국군 8사단이 UN군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전투를 치러 승리한 전투이다. 영천지구 전투 초기에는 국군의 전력열세로 인해 적군에게 빼앗겨 방어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지만 전투 장비를 지원받은 우리 국군의 공격으로 적군을 격퇴하여 최초의 방어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전투의 가장 큰 의의라 한다면 우리 국군이 단독으로 전투를 치러내어 적군으로 하여금 국군의 건재함을 알게 한 것과 이 전투에서의 승전으로 인해 국군과 UN군의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그리고 숙소로 복귀하여 우리가 한 것은 롤링페이퍼 작성이었다.

 막바지에 다다른 대장정, 분대원들과 롤링페이퍼를 쓰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고마웠던 이야기 등을 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롤링페이퍼를 읽고 울음을 터뜨리는 대원들도 있었으니, 아 정말 대장정도 이제 다 끝났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날 밤,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영천지구 전투에서 희생된 많은 국군을 기리는 마음과 함께 우리 대원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보며 잠을 청했다.

 11일차 [내가 성공을 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덕이다. : A. 링컨]

 아침부터 바쁘게 출발하여 영천호국원에 들렀다. 영천호국원은 현충원과 같은 국립묘지이다. 그곳에서 참배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마쳤다. 후에 우리가 향한 곳은 마지막 목적지는 포항!!!! 포항에 입성하여 우선적으로 방문한 곳이 포항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이다.

 학도의용군, 요즘 아이들이 부모님께 용돈투정, 반찬투정 할 나이. 당시의 그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 자원해서 총을 메고 전장으로 향했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하여 공을 세우시고 현재까지 살아계신 한 할아버지의 말씀은 모두를 울컥하게 했다.

 말씀을 간략히 적어보자면 이렇다.
“여러분, 전장에서 많은 군인들이 적군의 탄환을 맞았을 때 가장 먼저 외치는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어머니입니다. 단 한사람 빼놓지 않고 모두 어머니를 외칩니다. 여러분 효도하세요. 죽음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입니다.”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에도 대장정간에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걱정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전승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계속해서 이동하였다. 우리의 목적지이자 마지막 숙소가 될 해병대 제1사단의 상륙장갑차대대!! 들어서니 넓게 펼쳐진 바다가 나타났다.

 특히 여성대원들 중에는 우는 대원들이 많았다. 그 울음의 의미는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으리라. 그 곳에서 우리는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캠프파이어와 함께 삼겹살파티를 하였다. 간단한 음주를 하며 그간 고생한 모든 대원은 서로를 위로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에서 잔잔히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넓은 바다만큼이나 풍요롭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대장정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다.

 12일차 [헤어짐은 무척이나 달콤한 슬픔이다. - 로버트 바이른]

 만나기 싫었던 12일차!!!! 마지막 날이라서 그랬는지 기상시간 전부터 일어나서 움직이는 대원들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참전용사 어른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해단식. 한사람, 한사람 수료증을 수여받고 파이팅을 외치며 모두 모자를 하늘로 던졌다. 역시나 우는 대원들은 빠지질 않았다. 이제 진짜 끝이었다. 헤어질 일만 남은 것이다. 포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대원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대원들은 후일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모든 대원들이 MT 및 지역별 모임을 통해 많은 만남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형제와 다름없었다.

 나는 분대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서울로 가는 분대원들과 포항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러 버스에 올랐는데 다영(양다영 대원)이가 울면서 가지 말란다. 가지 말란다. 덩달아 나도 눈물이 흘렀다. 안울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눈물이 흘렀다. 멀어지는 모습을 보여 하염없이 손을 흔들었다. 12일간의 꿈만 같았던 모든 일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끝났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체 게바라]

 넓게 펼쳐진 과수원과 높은 하늘은 나 또한 높고 푸르게 했다. 솜사탕처럼 하얀 구름은 그야말로 훅훅 불면 구멍이 뚫릴 듯 너무나도 가깝게 다가왔다. 걷는 내내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힘찬 구호 소리는 더위와 고통을 잊게 하는 마취제와 같았다.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차가운 냉수만큼이나 고마운 존재였고, 땀과 먼지에 더러워진 몸을 상쾌하게 정화시켰다. 넓게 트인 논과 밭, 과수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좁았던 내 가슴도 덩달아 넓어지는 듯했다.

 태양빛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 우리의 그늘. 그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몸을 뉠 수 있었던 우리, 진정한 자유인이 아니었을까. 간간히 날아와 우리 머리 위에 앉아서 쉬어 가던 나비, 잠자리는 사람인줄 아는지 모르는지,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정말로 바람, 하늘, 구름, 논, 밭, 그늘과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학업에 열중할 우리들.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생각해야할 것이 많은 때에,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하지만, 무식한 대학생이 될 수밖에 없는 지금과 같은 때에, 우리는 각자의 소중한 보물 하나씩을 가슴에 묻었다.

 나는 과연, 내 가슴에 묻은 보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세운 공이 커도 그것이 만인의 행복을 위해 쓰일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조국을 위해 쓰러져간 많은 젊은 피와 땀을 떠올렸다.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 이름 모를 부하의 아픔에 함께 아파했고, 이름 모를 백성의 절규에 땅을 치며 통곡했을 것이다. 전란 중에 아들과 어머니를 잃는 아픔을 내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고통 받는 그들을 다독였을 것이다.

 그렇게 부하들과 백성의 마음을 얻었고, 신임을 얻었으며, 이것으로부터 나오는 장엄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그들을 지휘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상관과 전우들의 마음을 얻었고, 사랑을 받았으며 이것으로부터 나오는 충성심과 애국심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내었을 것이다. 아,, 나를 버리고 모두를 얻는 자,, 가식으로 군림하고 가식으로 따르는 자가 아닌, 진심으로 함께 할 줄 아는 자,, 그런 사람이 바로 영웅이구나,,

 몇년전에 KBS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이순신이란 인물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꿈에 그 분이 나와 말을 걸 정도였으니, 연인을 사랑해도 그 정도로 사랑하지 못했을 것 이다. 그의 어떤 점이, 무엇이 날 사로 잡았는가. 한두페이지 서술로 형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어쨌거나 그의 삶은 나에게 분명 큰 자극이 되었다. 오늘도 생각한다. 왜 태어났으며 왜 사는가. 돈 잘 벌어 불편함 없이 사는 것이 삶의 목표라면 사양한다. 나는 굶주려도 좋다.

 단 한 번을 사는 인생, 어두운 세상의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성공적인 삶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렇게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살다 가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분들의 삶은 당신들은 버리되 모두를 얻는 삶이었다.

 비록 장렬히 산화하셨지만 그것은 곧 불멸의 길이었다. 우리에겐 이러한 삶을 본받아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꾸려 나가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운명이고,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길 기원하며, 나와 같은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로 글을 끝내도록 하겠다.

“움츠려 떨고 있는 그대여, 남들이 헛된 꿈이라 비웃을까 두려운가. 헛된 꿈에 싸움을 걸 배짱이 없는 놈은 세상을 논하는게 아니다. 조롱거리가 되면 어떠하리. 이것이 로망이다. 함께 가자. 헛된 꿈의 끝으로!!!! ”(konas)

강승익(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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