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처럼 모시던 80대 할아버지 몰래 거액을 빼돌린 60대 여성이 자신을 용서한 할아버지의 진정어린 호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충북 청주지법 형사5단독 최해일 판사는 8일 부녀지간처럼 지내던 식당 주인 김모(83)씨 명의로 현금카드를 만들어 지난해 11월 200여 차례에 걸쳐 1억7900여만원을 무단 인출한 혐의(사기)로 구속기소된 조모(여·62)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일교포인 김씨는 돈이 무단 인출되자 경찰에 신고했으나 범인이 자신을 아버지처럼 극진히 모시던 조씨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돈을 들여 변호인을 선임해 주었다. 또 현금카드 발급 은행을 찾아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써주었을 뿐 아니라 조씨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은행측 합의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더구나 김씨는 법정에 출두해 “조씨가 조속히 식당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조씨도 법정에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면서 피해액을 반환하고 김씨를 극진히 봉양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