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학원 내 운동권 대학생들의 주체사상 교범으로 통했던 '강철서신' 저자이자 북한인권운동가인 김영환 씨(48)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50여일째 구금 상태인 것으로 밝혀져 정부 당국과 북한인권단체가 김씨의 석방운동에 나서고 있다.

 1990년대 초 북한에서 파견된 공작원의 안내를 받아 북한을 방문해 당시 북한 김일성과 황장엽 노동당 비서를 만나기도 했던 학생운동권의 최고 이론가로 통하기도 했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지난 3월 23일 한국을 출발해 중국으로 들어가 탈북자 돕기에 나섰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29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다른 한국인 3명과 함께 탈북자 지원 활동을 위한 회의를 하다 공안에 체포됐다. 김씨를 포함한 4명은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의 한 구금시설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이하 '석방대책위원회')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인 3인은 영사 접견이나 변호사 접견이 일체 허락되지 않고 있어서 현재까지도 신변안전과 구금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석방대책위원회'는 심양 총영사관의 말을 빌어 "'김영환과 한국인 3인을 '국가안전위해죄'로 요령성 국가안전청이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심양총영사관은 현재 김영환씨는 4월26일 한차례 영사접견을 한 상태이며, 나머지 3인은 요령성 국가안전청이 접견 자체를 불허해 영사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방대책위원회'는 "우리는 중국 정부가 국제법을 준수하고 강제구금중인 한국인들에 대한 대한민국 영사의 접견과 가족들의 면회를 즉각 보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김영환 위원이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지난달 26일 구금된 김씨에 대해 면담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김씨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고 인권 침해 여부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 한국인 3인인 유재길(44), 강신삼(42), 이상용(32)씨 등은 요령성 국가안전청에 의해 격리된 채 비밀리에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요령성 국가안전청은 이들 3인에 대한 구금 이유가 무엇이고, 이들이 어느 지역, 어떤 장소에 구금되고 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김영환 위원은 1980년대 민족해방(NL)계열 주사파 운동권의 핵심 이론가다. 1980년대 중반 '수령론' '품성론' 등의 내용이 담긴 '강철서신'을 통해 국내에 북한의 주체사상을 본격적으로 들여온 인물이다.

 김씨는 1991년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났으나 300만이 굶어 죽어 가는 북한사회체제를 확인하고 난 후부터 주체사상에 회의를 느껴 1997년 전향한 뒤 북한의 주민 인권과 민주주의 도입을 강조하는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북한문제에 대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왔으며, 현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과 시대정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