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保 없는 대선 한심… 나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
본 글은 문화일보 2일자(29·30면)에 게재된 문화일보와 이기백(81) 前 국방부 장관과의 파워 인터뷰 내용임. 이기백 前 국방장관은 육사 11기로 전두환·노태우 前 대통령 등 5공화국 주역들과 육사 동기다. 5공화국에서는 합창의장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고 퇴임 후 민주정의당(민정당) 국책평가위원을 지냈다. 편집자 주)
“남북 대치·휴전 상태에서 경제민주화만 부르짖으면 대선후보 모두 안보에 무관심”
“종북세력이 국회까지 점령 국가기강 해이 우려스러운데 복지·반값등록금이 무슨 소용...”
“한미연합사는 세계최고 체제. 盧 덜컥 전작권 환수 강행으로 한·미 동맹에 균열 생기고 북 도발 억지력까지 약화시켜”
“‘노크 귀순’ 원인 따지고 보면 진보정권 10년의 군 사기저하 탓 대체전력 없는 국방개혁 반대 지금 ‘지상군 감축’은 시기상조”
▲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예정대로 2015년 한국으로 이양한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전작권 이양 문제가 처음 거론됐을 때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신 것으로 압니다.
“노무현 정부 때 괜히 그 문제를 만들어서…. 한미연합사령부는 세계에서 가장 잘된 지휘체제인데 이를 망가뜨려서 국가안보체제에 위협을 초래했습니다. 우리 국군도 있지만 주한미군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못한 겁니다. 보복응징 능력에서 미국이 우리보다 몇 십배 강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에 비해 대량파괴무기(WMD), 핵무기 등의 도발에 응징할 수 있는 전력이 매우 약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연합이란 안보의 큰 틀을 망가뜨려 놨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 이상으로 국가에 큰 손실을 불러온 것입니다.”
▲ 노 전 대통령은 전작권 문제를 ‘자주국방’ 차원에서 다룬 것 아닙니까.
“그건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체제를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양국 대통령, 양국 합참의장이 똑같이 연합사령관에 대해 작전지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휘체제가 양국 대통령, 양국 국방장관, 양국 합참의장이 똑같이 작전 지시를 할 수 있는, 즉 미국에 예속된 것이 아니라 굉장히 평등한 시스템입니다. 1984년 당시 미국에서 함께 회의를 하던 존 W 베시 미 합참의장이 회의를 하다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호출을 받자 한국 측 합참의장이던 저에게 회의를 주관하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 동등하게 회의를 하는데 ‘전작권 환수’와 같이 못된 말을 쓰는 것은 내용을 모르니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는데 어땠습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첫 국군의 날 행사에 와서 6·25전쟁을 ‘실패한 통일 시도’라고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때 북한이 이겼으면 통일이 됐을 텐데 통일이 안 됐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기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보도도 거의 안 됐습니다. 장관에서 물러나 외빈으로 참석했는데 그때부터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어쨌든 김 전 대통령은 전작권 문제까지는 생각 안 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연평해전 때 (북한의 공격에) 대응을 하지 못하게 했고 작전에 참여해서 공을 세우면 오히려 좌천시키는 등 반국가적 통치를 했습니다. 국민들은 그걸 모르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 아닙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 이번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은 예정대로 넘겨받되 미니연합사를 구성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적 약속이니까 공식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미니연합사란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말입니다. 아마 양국 국방장관들이 새로운 체제를 연구한다는 뜻으로 한 말을 신문들이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전쟁 원칙 제1조가 지휘의 통일성입니다. 단일 지휘체제일 때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연합사야말로 동서고금 최고의 연합방위체제로서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것이라고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는데 이걸 해체한다니….
연합사 체제하에서는 전쟁이 발발하면 59만의 지상병력과 5개 항공모함 전단, 1200대의 항공기 등이 자동으로 동원되게 돼 있습니다.그런 억지력이 있기에 북에서 사소한 도발도 함부로 못하는 겁니다.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이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국지적인 도발은 계속해 왔으나 전면 도발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 그러한 강력한 응징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보에 대해서 노무현 정부 때 너무 소홀히 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안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고 영원히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남북 간의 대치상태가 해결되고 통일이 된 뒤에 전작권 문제를 다뤄야지 그 이전에는 현 체제가 유지돼야 합니다.”
▲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노크 귀순’은 국민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일이 생긴 건 소위 진보정권 10년간 군의 사기를 완전히 저하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대 가서 3년 썩는다’는 못된 말을 하니까 군인들도 복무하면서 썩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극단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적에게 유리한 이적 행위를 너무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이 발발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은 일본에 건너가 축구 구경을 하고 장병들이 전사했는데 장례식 참석도 안 하고. 어디 부끄러워서 내놓을 수 없는 나라였습니다.”
▲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응 방식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소위 말하는 ‘보수꼴통’이니까…. 국민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해 500만 표 이상 이겼으면 그걸 무기로 삼아 과거에 노출된 종북세력들을 제거해야 하는데 전혀 못했습니다. 집권 초 안보와 관련 없는 광우병사태로 권위가 완전히 실추돼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도 하고 나름 업적이 있었지만 안보적 차원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겁니다. 새누리당도 과반수 의석을 국민이 만들어줬는데 제대로 못하고 끌려다녔습니다. 천안함이 침몰하고 연평도가 포격을 당했을 때 강력하게 응징했더라면 NLL 문제도 안 생겼을 텐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습니다.”
▲ 종북세력이 우려할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안보도 문제지만 국가 공권력, 사회의 기강이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종북세력이 국회의사당까지 점령했으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호시탐탐 적화통일을 노리는 북한 앞에서 국가기강 해이와 안보 무력화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나라가 망하는데 복지, 반값 등록금이 무슨 소용입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 잠도 오지 않습니다.”
▲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나 복지에 비해 안보문제에 소홀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 사람 모두 똑같이 관심조차 표현하지 않습니다. 남북이 대치한 채 휴전상태에 있는 나라에서 최우선해야 할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입니다. 나라가 있어야 경제민주화라는 말도 있는 겁니다.”
▲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이라면 이적행위입니다. NLL 해제하면 충청권까지 북한의 포위망 안에 놓이고 서해 해상이 완전 봉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경우 어선도 무장어선이 대부분이고 해양경비대는 언제든 군의 역할을 대신해 작전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최근 ‘NLL은 유지하되 남북한 공동어로 수역을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해군들이 통제를 하겠지만 북한 어선들이 무장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어선 중에 북한 해군이 직접 운영하는 어선도 많습니다. 그런 어선들이 서해를 마음대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 어떻게 통제하겠습니까.”
▲ 보수단체들이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문제가 논란이 됐습니다. 평소에는 모르지만 북한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상황에서 전단을 보냈다가 북한이 도발을 하면 보수진영이 ‘호전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충분히 일리가 있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협박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김영삼 정부 때 북한에 수해가 나서 구호물자를 배에 실어 보냈는데 북측이 배에서 태극기를 내리라고 하니까 내리고…. 북한이 요구하면 대한민국이 꼼짝 못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스러운 일입니다. 북한이 도발을 할 때 다시는 그런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태세를 확고하게 갖추고 어떤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북한이 도발을 할 때 우리가 보복을 하면 다시 북한이 도발하고 결국 전면전이 된다는 식으로 가정하면 문제가 끝이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상비군을 대폭 감축하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산문제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충분한 대체전력을 구축하지 않고 덜컥 지상병력을 감축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가장 적은 예산으로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지상군입니다.”
▲ 이제 옛날 이야기 좀 들어볼까 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육사 동기신데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5·16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었고 중령으로 진급했을 때는 청와대 경호를 맡았습니다. 당시 북한 김신조 침투사건이 있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박격포를 항시 대기체제로 배치해 두었는데 박격포를 이용해 조명탄을 쏴 김신조 일당을 사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일로 박 전 대통령의 눈에 특별하게 들게 됐습니다. 박격포가 없었다면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까지 침투할 수도 있었고 박 전 대통령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12·12 쿠데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같이 ‘국가를 변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후에 알려졌듯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노재현 국방장관이 말을 잘 안 듣고 박 전 대통령 살해사건과 관련해 뒤를 캐려고 하는 전 사령관을 지방으로 좌천시키려 했습니다. 좌천이 되면 수사를 할 수 없으니까 빨리 정 총장 진술서를 받으려고 했습니다. 대통령 살해 현장에 있으면서 김재규와 같이 차를 타고 가는 등의 약점이 있으니까 참모총장 물러나면 사후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하려 했던 거죠. 그런데 보안사 수사과장 이학봉이 정 총장을 총장공관에서 연행하려다 경비병들과 총격전이 벌어진 거죠. 그 결과 육사에서 다시 대통령 두 분이 나오게 됐지만 말이죠.”
▲ 12·12 쿠데타 당시 무엇을 하셨습니까.
“저는 동부전선에 사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 국보위에서 활동하셨는데 전 전 대통령과 육사에서부터 친했습니까.
“생도 때부터 전 전 대통령과 알고 지냈지만 더 가까웠던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입니다. 같이 럭비를 했는데 매일 합숙훈련을 해 굉장히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니까 모른 척 하더군요. 사실 저는 하나회가 아닙니다. 제가 군인의 길만을 걸어온 것을 아니까 후배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상징적인 의미로 저를 임명한 것이 아니냐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국보위에서도 핵심인 운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 국보위원으로 위촉됐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군의 인사명령으로 하달됐기 때문에 사전에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국보위에서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 차원에서 소신껏 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5공화국 탄생에 일조를 한 셈이죠. 그러나 장관을 그만둔 뒤에는 공직활동을 일절 안 했습니다. 모든 제의를 사양했습니다.”
▲ 1987년 금강산댐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당시 국방장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았으니까 과잉 투자가 아니냐고 비판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위험을 과대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1%의 위험만 있더라도 거기에 대비를 해야 합니다.”(문화일보)
Konasnet
*국보법개정서명바로가기 : http://konas.net/event/signature.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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