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 롤 모델 수기집〕모든 정답은 나의 삶이었다
본 내용은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2012년 8월 육·해·공군 및 해병대 등 현역병을 대상으로 지원입영 복무 후 취업 또는 학업에 도움이 된 사례를 모은 ‘현역병 지원입영 롤 모델 수기집’ 『내청춘에 충성』에 실린 내용임. 이번 수기집은 실제 사례를 통해 현역병 모집제도의 장점을 소개하고, 입영대상자 스스로 복무 할 군과 복무분야를 선택해서 지원 입영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편집자 주)
‘모든 정답은 그의 삶이었다.’ 아카데미 8개 부분 수상작인 영화‘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면 인도 뭄베이에서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빈민가 출신의 18살 고아가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최고 인기 퀴즈쇼에 참가하여 모두의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에 오르게 된다. 그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경찰은 그를 사기죄로 체포한다.
하지만, 결국 그가 살아온 모든 순간이 정답을 맞힐 수 있는 실마리였다는 것이 밝혀지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영화처럼 돌이켜보면 역시 ‘모든 정답은 나의 삶’이었다.
2008년 4월 1일 세상 물정도 모르고 철부지로 지냈던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의 품을 떠나 의정부 306보충대에 입영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억지로 졸음을 참아야했던 불침번 근무,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하나로 움직이는 단체 생활, 규칙적인 식사와 낯선 잠자리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3박 4일의 보충대생활은 조금씩 나를 군인으로 만들어주었다.
운동에 취미가 없던 나는 개인정비시간에 다른 전우들이 공놀이를 하러나가면 항상 혼자 조용히 영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곤 했다. 군대의 특성상 장병들의 애국심과 근무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인지 영내 도서관에 있는 책은 역사에 관련된 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사회에서는 책만 보면 잠에 곯아 떨어졌었는데 군대에 와서는 새로운 지식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를 알게 되어 책을 탐독하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휴가 복귀할 때마다 책을 사와서 검열을 받고 개인 관물대에 보관하며 읽고 또 읽었다.
이렇게 책을 읽었더니 한국사에 관한 시사 상식이 매우 풍부해져 서 2010년도 8월에 있던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1급에 정말 별다른 공부 없이도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한자자격증, 한국사 능력검정 시험에 대해서 많이들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사람들에게 따로 공부한 게 아니라 군 복무시절부터 조금씩 공부했던 것이 쌓이고 쌓여서 합격했다는 비결 아닌 비결을 말해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나에게 합격비결을 말해주기 싫은 거냐는 핀잔을 받아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말 따로 공부를 안 해도 합격을 했기 때문에 별다른 비결이나 공부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말 없다고 하소연하였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아서 괴로웠던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 군 복무 기간 동안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했다.
또 하나의 의도치 않은 군대의 경험이 내 삶의 큰 도움이 된 것은 군대에서 했던 여러가지 작업이다. 소위 군대에서는 훈련을 제외한 나머지 잡다한 업무를 작업이라고 한다.군 복무 중 우리 소대는 주둔지에 우리소대 밖에 없는 부대라서 소대원들이 행정, 보급,창고 업무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해야했다.
특히 매일 해야 할 행정 업무도 많아서 중대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문서와 소대 내 필요한 문서를 컴퓨터로 작성하면서 오피스 프로그램에 능통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매일 들어오는 부식과 보급품, 격오지 근무지를 위한 특근자 부식 등 정말 보급대대를 원망할 정도로 일도 많았고 보급품 분류부터 운반, 보관 등,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창고에 왔다 갔다 하며 수량, 유통기한 등을 확인해야 했다.
특히 여름철에는 식중독 때문에 재고조사를 더욱 각별히 할 필요가 있어서 더욱 꼼꼼히 일하는 방법을 선임들로부터 배웠다. 이렇게 매일 매일 창고 업무를 하다 보니 창고 업무에 대해서 어느 순간 익숙해졌고 어떠한 메커니즘인지 알 수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그러한 경험이 앞으로 나한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러한 창고, 문서 작업 경험은 2012년도 1학기에 교육과학기술부와 대교협에서 실시한 대학생 글로벌 현장학습 중국권 인턴실습에서 큰 자산이 되었다.
내가 인턴 근무를 한 곳은 상하이에서 한국 식료품을 파는 업체로 이미 상하이에 거주중인 교포들 사이에는 유명한 1004마트였다. 물건이 많은 마트이다 보니 엑셀이나 워드파일로 문서를 관리하였는데 군대에서 엑셀을 배워서 인지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못한 다른 여자 동기들보다 월등한 작업량을 관리자들에게 보여줬다.
이렇게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나는 다른 여자 인턴동기들이 감히 상상도 못할 회사 내 여러 가지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1004마트는 단독으로 대형 물류 창고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재고조사차 창고 업무를 가게 되면 군대에서 늘 했던 물품 정리, 재고 파악 등을 했다.
같이 파견된 여자동기와 달리 나는 너무나도 능숙하게 작업을 해내서 직장 상사분들이 ‘역시 예비역’이라며 칭찬을 받았다. 누군가 군대도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했다. 2년의 복무기간동안 쌓았던 사회경험이 인턴실습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우선 눈치가 빨라져서 항상 이등병 정신으로 언제 어디서나 상급자들을 도와주니 그들로부터 성실하며 싹싹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내가 군대 전역 후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군대식 말투’인데, 회사 상급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회의를 할 때마다 군대에서 했던 것처럼 육하 원칙하에 ‘다나까’로 끝나는 말을 했다. 상사 분들이 처음에는 다들 군대식 말투를 어색해 하시고 부담스러워하셨지만 곧 적응하시고 오히려 명확하고 공손하며 예의바른 말투를 사용하는 나에게 호감을 가지셨고 그것이 인턴실습 기간 내내 나에 대한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군대에서 습득한 여러 가지 작업 스킬과 상사를 대한 태도는 나를 짧은 기간이었지만 회사로부터 인정받게 해주었고 인턴실습 수료식 때 다른 여자동기들과 달리 사장님으로부터 다음 방학 때 한국지사에 추가 유급 인턴실습과 정식 입사를 제안 받았다.
정말 기쁘지 아니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고생했던 3개월의 실습시간이 주마등 처럼 지나가며 감격스러웠다. 만약 군 복무기간의 경험이 없었다면 정식으로 입사하는 권유는 고사하고 다른 동기들처럼 인턴기간 내내 인정받지 못하고 잡일만 하다가 하마터면 소중한 기회를 날릴 뻔 했다. 예비 사회인인 내가 군 복무기간 중에 얻은 여러 가지 소중한 경험들로 좋은 성과를 얻은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여러 장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롤러코스터가 무서운 이유는 롤러코스터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입대 전에 예비역 선배들로부터 때론 아버지로부터 군대이야기를 많이 들어도 직접 체험해보지 않았으니 나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히 두렵고 너무나도 지옥과 같을 것 같고 길고 긴 어두운 터널 같은 시간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입대 후 나의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러 가지 훈련과 작업 때문에 가끔 지치고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늘 보람찼던 나의 23개월의 군 복무 기간은 입대 전만 하더라도 나약하고 항상 부모님에게 의지했고 응석받이 울보였던 내가 군 복무 이후에는 모든 혼자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진정한 남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간이었다.
나는 신병 훈련소부터 전역하는 날까지 사회에서는 만나지 못할 각양각색, 각지에서 올라온 내 또래의 건장한 청년들과 교류했으며, 그러한 인적 네트워크는 사회의 인맥보다 전우애로 엮어서 좀 더 끈끈하며 특별하였고 지금 나에게 있어서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군 복무 기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본인이 맡은 임무와 짬짬이 자기개발에 노력한다면 군 복무 기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고 장담한다.
‘모든 정답은 나에게 있었다.'라는 한 인도 영화의 주제처럼 나에게 있어서 군 복무 기간에 했던 여러 가지 업무는 너무나도 유익하고 보람찬 기간이었다. 그 어떠한 것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군 복무기간의 그 모든 경험은 나에게 있어서 모두 유익한 자양분이 되어서 아직 예비 사회인이지만 내가 사회에서 만개할 가능성을 이미 사회로 부터 검증받았다.
아직 군 복무 중인 장병이나 입영 전 청년들이 나처럼 군 복무 기간 동안 나의 미래는 현재 나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누구나 나처럼 알찬 군 복무 기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며 군 복무 경험은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 결국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Konas)
김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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