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노병들> 미군 게릴라전의 전설 "역사교육 중요“
"한국 학생이라면 1950년부터 3년 동안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 그 배경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전 게릴라부대의 산증인인 벤 말콤(85) 미군 예비역 대령은 22일 고향인 조지아주로 자신을 찾아온 연합뉴스 기자 앞에서 "한국 국민 대부분이 한국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여서 그런지 역사를 잘 모른다"며 우려 섞인 '쓴 소리'를 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6·25가 한국에서도 '잊혀진 전쟁'이 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면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후세 교육을 거듭 강조했다. 말콤 대령은 미수를 앞둔 고령이지만 교육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다. 지난주만 해도 400명의 미국 학생에게 6·25의 진실을 알리는 등 미국 전역과 군 기지를 돌며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후세에게 들려주는 그가 경험한 한국은 기적 그 자체다. 노스조지아대 ROTC 출신인 그는 소위 임관 2년 뒤인 1952년 한국 땅을 밟았다. 그가 기억하는 당시 한국은 모든 것이 파괴된 끔찍한 흉물이었다.
압록강에서 옹진반도까지 북한 서해안을 작전 지역으로 하는 레오파드 유격 부대에 배치된 그는 백령도를 근거지로 한 레오파드 예하 백호부대(White Tigers)에서 북한 출신 유격대원을 훈련하고 지원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정전협정이 맺어지기 전까지 미군의 비밀 게릴라 부대는 4천485회 특수작전 임무를 수행했다. 북한군 80개 여단급 부대를 괴멸시키고 6만9천명의 사상자를 냈다. 포로로 잡은 적군만 950명이었다.
백호부대에서 유일한 미국인이었던 그는 특히 1952년 7월14일 월내도 전투를 가장 잊을 수 없는 작전으로 꼽았다.
월내도 전투는 서해안 월내도에 침투한 적군에 백호부대가 기습 공격으로 응전, 63명의 북한군을 사살한 사건이다.
그는 적군의 대규모 반격에 대비해 마을 주민 40명과 황소 60마리를 범선에 싣고 섬을 빠져나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잊혀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후세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그는 백호부대 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 영토인 지금의 백령도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용맹스러운 '백호'들이 거둔 혁혁한 전과는 비정규군이란 이유로 1급 군사 기밀로 분류됐다.
미군이 북한 땅에서 비밀리에 운용한 유격부대는 정전과 함께 애물단지가 됐다.
반공 게릴라 대원 2만2천명 가운데 살아서 북한을 빠져나온 사람은 5천명에 불과했고 백호부대의 경우 800명 가운데 350명가량만 남한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중위 말콤은 이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베트남전에도 참전한 그는 1972년 주한미군 고위 지휘관으로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72년 동두천 2사단 2여단장으로 부임했는데 약 20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재건(rebuild) 작업이 한창이었죠. 그러곤 1995년 한국을 방문했는데 '여기가 대체 어디지?'라는 착각이 들 만큼 딴 세상이 돼 있었습니다. 환상의 나라(fantasyland)라고 할까요."
한강의 기적이 완성되는 사이 그가 쓴 게릴라전의 기록은 1990년 기밀에서 완전히 해제됐고, 1996년 '백호들: 북한에서의 나의 비밀 전쟁'이란 책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말콤이 쓴 한국전 비사는 2010년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와 2012년 KBS의 4시간짜리 다큐멘터리로 방영됐지만, 정작 미국 방송사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말콤 대령과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한국전참전전우회 애틀랜타지부의 제임스 콘웨이 총무는 "한국전쟁이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것은 TV로 생중계되다시피 한 베트남전의 인상이 너무 강한 탓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말콤 대령은 "지금 특수전 부대에서 후배 군인들을 교육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 학생들이 한국전의 역사는 물론이고 3대 세습과 핵무기 개발 등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며 "나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끝까지 추적하고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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