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를 통해 본 사회안전시스템 강구 방안
봄 한가운데 진도 앞바다에서 전해온 비보에 가슴이 미어진다. 꽃다운 청춘, 그리고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다 가신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세월호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이 순간에도 나라 곳곳에선 우리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을 일들이 도사리고 있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 언젠가는 꼭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겠는가. 이 숙제는 몇몇 사람과 제도만 고쳐서 해결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지금부터 나서지 않으면 풀 수 없는 숙제다.
1807년 독일은 나폴레옹 군대에 패했다. 국민들은 절망 속에서 날로 타락해 갔고, 사회에는 이기심이 충만했다. 도덕과 정의가 실종된 사회가 바로 당시의 독일사회였다.
이때 한 사람의 지식인이 나타나 ‘독일국민에 고함’ 이라는 제목으로 피를 토하는 설교를 했다. 철학자 피히테(Johann Fichte, 1762〜1814)였다. “독일은 왜 패하였는가? 군대가 약해서가 아니다. 패한 것은 독일인 모두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국가 혼을 길러야 한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실천하자”
그 후 64년이 지난 1871년, 독일국민은 프랑스를 점령하고 돌아오는 영웅 몰트케(Helmuth Karl B. von Moltke, 1800〜1891)원수를 열렬히 환영했다.
이때 과묵한 사상가로 알려진 몰트케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의 승리는 나와 군인들의 공이 아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공이다. 이 모든 영광을 그들에게 돌린다”
지금 우리사회도 나폴레옹에게 패한 당시의 시대상과 너무나 흡사하다. 따라서 법치주의의 실종, 적당주의, 편의주의, 우선의식과 상황발생 시 책임의식 실종 등 여려 원인이 복합적으로 세월호 사태의 밑바닥에 깔려있다. 그 원인과 대책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준법정신의 부족이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법과 규정 자체는 거의 선진국 수준인데, 그 규정들이 무시되고 지켜지지 않을 때 따르는 불이익은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모든 공무원과 관련기관 임직원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 각자가 자기 직업과 자기 업무와 자기 일에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고 어떤 조그마한 일이라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에 관련된 공무원이나 관련기관 담당자들은 정확한 기준을 토대로 점검 및 평가를 실시하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모든 법과 규정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결과에 따른 엄중한 평가 및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각 분야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마땅히 존중받는 사회가 될 때,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재난 안전시스템의 재정비이다.
돌이켜보면 출범 초기 국민안전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법’을 대폭 개정해 안전행정부(안행부)에 범정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고, 사회재난 총괄기능을 맡겼다.
중대본, 안행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해운조합, 선급협회 등 국가 전체적으로 재난사고를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한 관련법과 시스템은 있었다.
문제는 그런 법과 시스템을 관장하는 조직이 제대로 잘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재난현장을 장악하여 일사분란하게 지휘 통솔하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산하 협회 사람들의 자질과 책임감과 사명감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대본에 사회재난 총괄기능을 맡겨 각 부처로 흩어진 재난관리의 일원화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총괄주체가 안행부와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 되었다.
부처 이원화는 위기대응을 지연시켰다. 과거에는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방재청이 인적 재난의 총괄기능을 담당했지만, 안행부로 사회재난 총괄기능을 이전하면서 소방방재청의 전문 인력은 흡수하지 않는 등 준비가 불충분 했다.
셋째, 매뉴얼에 따른 철저한 훈련과 정신개조 운동이다.
법과 규정 및 매뉴얼에 따라 이를 철저히 지켜 나가도록 훈련하고, 지키고자 하는 시민 정신도 길러야 한다.
미리 매뉴얼에 따라 훈련하고 대응했다면,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장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러한 매뉴얼에 따른 변변한 연습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즉 위기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측하고 연습과 훈련을 통해 위급상황에서 매뉴얼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월호 사고 수습과 사후대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법으로 규정된 범정부 재난대응체계보다는 사고 이후 부처별로 10여개 이상의 대책본부가 만들어져 현장 총괄에 혼선을 빚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장 중심의 지휘권이 결정되면 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다른 부처들이 지원할 수 있는 것을 결정하고 요청할 수 있도록 앞으로 발족될 ‘국가안전처(최고 전문가로 구성)가 이를 전담하고 점검할 수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9.11테러 당시에 그 지역의 소방관리 책임자가 사고수습 총책임을 맡은 것이 좋은 예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앞으로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재해대책본부(약칭, 국가안전처), 상황별 현장지휘권(해상 재난 시 : 1차 해경의 현장 초동조치, 2차 군‧경의 합동구조작전, 이후 또는 병행해서 민간 구조회사로 전환 등) 명시, 해당 지방자치단체 자산 적극 활용(무분별한 민간잠수사 동원을 피하고, 해당 지자체에 국가자격 베테랑 민간잠수사 등록 후 유사시 동원 등) 및 각종 지원세력의 총괄조정(해상비상체계망 연동 등) 재난 구조체계를 재정비하고 일원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부터 ‘답계(踏階)정신운동’〈공자의 ‘논어’ (군군신신부부자자, 아버지는 아버지답게...)에 나오는 말이기는 하지만, 도산 안창호선생의 ‘정신개조운동’ (무실, 역행, 충의, 용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계단을 밟듯이 모든 사람이 자기의 직분에 맞게 (예, 선장답게, 전문가답게 등)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차근차근 나아가자는 정신운동이다〉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공무원 등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간 용원들의 정신을 개조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너무 많다. 이제 국민들은 비행기, KTX, 선박들은 불안해서 더 이상 탈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안전불감증의 중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IMF시 금 모으기 운동 등 나라가 위기에 처할때마다 국민들이 똘똘 뭉쳐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이번 사태수습과정에 임하고, ‘답계(踏階)정신운동’을 펼쳐 나간다면, 반드시 안전이 담보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전상중 (예, 해군제독, 칼럼니스트)
* 출처 : 월간자유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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