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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기적, 흥남철수작전

Written by. 이만종   입력 : 2015-12-24 오전 9: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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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땅이 돼버린 고향을 탈출해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난민들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어린이 쿠르디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난민 행렬은 그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근 파리 테러 이후 난민 틈에 숨어 들어오는 테러리스트의 위험에 난민들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수용국 입장도 안보와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인도주의만을 내세워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는올해 전 세계 난민이 6000만 명을 넘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사상 최대라고 할 수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 냉전 시기에 난민은 체제경쟁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걸어 다니는 투표자'로 인식됐다. 서방 자유세계와 공산주의체제 양 진영에서 난민들은 이데올로기 경쟁에서 '승리의 트로피'로 상징되며 그들은 신청국 정부에 의해 적극적으로 수용됐다.

 굳이 이스라엘 유대민족의 방황과 베트남전쟁 막바지에 난민을 태운 보트피플이 아니더라도 우리 현대사에서도 오늘날 유럽의 난민 상황과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불과 70년 전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은 고향 땅을 떠나 만주와 시베리아를 배회하는 비참한 시기가 있었다.

 6·25전쟁 때 '흥남철수작전'은 대표적인 피란민 철수작전이었다. 정원이 고작 60명인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배에 선적했던 무기 25만톤을 전부 내리고 피란민 1만4000명을 태워 남쪽으로 철수하는 데 성공한 기적 같은 작전이었다. 삶의 빈곤을 견디지 못한 피란민들은 동해의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사흘간 목숨 건 항해 후에 전원이 무사히 12월 25일 거제도에 도착한 한국판 크리스마스 기적이었다.

 테러리즘, 내전, 경제침체, 인구증가 등의 원인이 존재하는 한 난민 문제가 쉽게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무릇 분쟁과 갈등은 곧 난민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난민은 전쟁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인류 역사는 잘 가르쳐 주고 있다. 난민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인류의 평화와 안정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만일 남북통일이 현실로 나타나, 고향을 떠난 북한 난민이 몰려들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있는 흥남철수작전기념비에는 피란민의 인명을 구한 6명 영웅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민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영웅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것이다. 조국이 있음은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최일선에서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이 있음에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가져보는 연말이다.

이만종 (호원대 교수·한국테러학회장)

* 국방일보 12월 24일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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