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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공원, 창공에 생명 바친 순직 전투조종사와 유족을 기린다

Written by. 이만종   입력 : 2018-04-12 오후 2: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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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전령사인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성남시 야탑동의 상희공원을 찾았다. 1991년 12월 광주광역시 서구 덕흥마을 상공에서 비행훈련 중 민가를 피해 추락하는 전투기와 함께 산화한 故 이상희 공군 대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가 나고 자란 이곳에 성남시가 1995년 공원을 조성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작은 명소이다. 2008년부터는 이 대위의 장한 뜻을 알리기 위해 매년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음악회도 열리는 곳이다.

 지난 4일 경북 칠곡군 유학산(839m) 에서는 훈련 후 귀환 중이던 F-15K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순직 했다. 이들도 이상희 대위처럼 추락 당시 비상탈출(ejection)을 시도하지 않고 애기(愛機)와 함께 산화했다.

 과거 전투기와 달리 최근의 전투기는 비상상황 발생 시 쉽게 사출좌석을 작동시켜 생명을 구할수 있기 때문에 젊은 조종사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다. 사고 경위는 조사 중이나, 비상탈출 시 자동으로 나오는 신호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들이 다른 피해를 우려해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항공 전력인 전투조종사는 공군력을 대표하는 자원으로, 현대전의 승리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래서 ‘탑 건’같은 최고의 전투조종사 양성은 나라마다 관심을 기울이는 사항이다.

 ‘탑 건’ 이란 말은 '최고의 총잡이'로 전투기의 접근전(도그 파이트)에 능한 파일럿에게 붙는 명칭이다. 미국은 ‘탑 건’과 같은 정예전투조종사로 양성하기 위해 공중전 기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Fighter Weapon School’이라는 훈련 기관을 운영한다.

 우리 공군 역시 정예 전투조종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초등비행과정’, ‘중등비행과정’, 그리고 ‘고등비행과정’으로 불리는 3단계 훈련을 실시한다. 고등비행과정을 마치면 비로소 ‘빨간 마후라’로 불리는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중력가속도(8G)를 넘나드는 극한의 상황에서 복잡한 첨단기기를 다루면서 임무를 수행해야하는 힘든 과정이다.

 한 사람의 전투기 조종사 양성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도 막대하다. 교육비부터 시작해서 공중기동, 공중사격, 야간사격 등 각종 비행·사격 훈련에 들어간 항공기 연료비와 탄약비, 항공기 감가상각비를 비롯해 정비비, 수리부속비 등이 망라된다. 

 양성비용의 경우 구체적인 세목별 항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재 우리 공군의 주력기인 F-16 조종사의 경우, 비행훈련 27개월(기종 전환 훈련기간 포함)동안 1인당 약 15억이 들며, 비행훈련 과정을 마치고 전투비행 대대에 갓 배치된 조종사의 경우는, 또 다시 약 2년간의 비행훈련 과정을 거쳐 요기 조종사가 될 때까지 26억 원 가량의 비용이 추가된다.

 그래서 비행편대장 과정까지의 8년차 베테랑 교관 조종사의 양성비용은 무려 109억 원에 달한다는게 일반적인 통계(2017년 기준)이다.

 이렇게 어렵게 양성된 정예조종사의 순직도 안타깝지만, 그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순직한 유가족들의 슬픔이다. 아빠의 영정 앞에 다가가는 어린 아들, 아직도 사고가 믿기지 않는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그칠 줄 모르는 울음은 숙연함을 더하게 한다.

 비록 ‘빨간 마후라’를 이 세상 최고 영예로 알았던 조종사들이지만, 남은 유족들이 세상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기는 만만치 않은 게 현실적 상황이다. 이는 군인 가족은 다른 사회의 일반 가족과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군 조직 안에서 남편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해 오던 군인 가족들은 갑작스런 남편의 순직에 심리적 충격과 자녀 양육, 사회 재적응, 경제적 자립 등의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을 한꺼번에 혼자 짊어지게 된다.

 그래서 군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순직군인 배우자에 대한 국가적 보호체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의 사명감은 가족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훈정책이 생존 군인과 연금, 상징성에 초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순직군인 배우자에 대한 정책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6·25 전쟁과 남북 분단, 군사적 대치 등 슬픈 현실은 지금도 수많은 한국의 군인 ‘아내’들에게 깊은 아픔을 던져주고 있다. 분단 조국의 하늘과 바다, 땅을 지키기 위해 산화해 간 장병들의 그림자 뒤엔 자신의 삶을 희생해 온 미망인들의 희생이 남아있다.

 오늘, 촉촉한 봄비가 내리는 상희공원에서 물방울 품은 목련꽃 봉우리와 산수유의 노란 꽃망울에서도 영공수호를 위해 그들이 잎가로 흘린 피가 베어 나올 듯하다. 다시 한번 순직한 전투조종사와 유족을 기린다.

이만종(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한국테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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