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지하철을 타고 문산역에 도착 할 때쯤 야산에 커다란 탑이 이정표처럼 서있다. 호기심에 찾아 가보니 통일공원 내에 위치한 ‘육탄 10용사 충용탑’이었다.

 육탄 10용사는 6.25전쟁 발발 1년 전인 1949년 5월 4일, 북한군의 기습으로 빼앗긴 개성 송악산 일대를 탈환하기 위해 박격포탄을 가슴에 안고 적 벙커에 뛰어들어 장렬히 산화해 나라를 지킨 구국영웅이다. 송악산 전투 전사자 전원에게는 을지무공훈장이 수여됐고, 우리는 이들을 육탄 10용사라 부르며 희생정신과 용맹함을 널리 기리고 있다.

▲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봉서리 통일공원 내 육탄 10용사 충용탑 ⓒkonas.net

개성은 6.25전쟁 이전까지 38선 남쪽에 속했고, 북쪽에서 바라봤을 때 서울로 향하는 관문이었으며, 개성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송악산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남북간 대치가 치열한 곳이었다.

1949년 5월 3일 북한군은 송악산을 방어하던 국군 11연대 진지에 기습공역을 감행해 함락시켰다. 우리는 즉각 반격에 나섰지만 병력도 장비도 역부족이었다.

 당시 북한군의 토치카(콘크리트로 쌓은 중화기 진지)를 파괴해야만 고지를 탈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계획을 세웠으나 위험천만한 작전에 공격대원을 지정할 수 없어 특공대 지원자를 받았다. 특공대원의 역할은 폭탄을 들고 이동해 북한군 토치카에 직접 투하하는 것이었고, 생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작전이었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하사관 교육대의 제1소대는 소대장 김성훈 소위를 비롯하여 소대원 전원이 가담하겠다고 지원했으나, 공격조의 제한된 인원으로 지원 순서대로 선발하였다.

서부덕 이등상사, 박창근 하사, 김종해 상등병, 박평서 상등병, 양용순 상등병, 오제룡 상등병, 윤승원 상등병, 윤옥춘 상등병, 이희복 상등병, 황금재 상등병, 10명의 용사들이 선발 되었다.

▲ 육탄 10용사 동상 ⓒkonas.net

 토치카 파괴를 위해 박창근 하사가 7개의 수류탄을 안고 돌진하였으나 적진으로 가는 도중 집중사격을 받아 전사하자, 나머지 용사들은 각자 정해진 목표물을 향해 200m 지점까지 포복으로 이동하고, 엄호사격 속에 총탄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목표물에 접근하여, 자신들의 몸을 던져 임무를 완수하였다. 

이들의 희생으로 북한 토치카 대부분은 무력화됐고, 11연대는 즉시 반격에 나서 빼앗겼던 292고지, UN고지, 155고지, 비둘기고지 등 송악산 고지 모두를 탈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군의 희생은 너무나 컸다. 이 전투에서 제2대대장 김종훈 소령, 특공대원들을 지휘했던 김영직 대위, 제1소대장 김성훈 소위, 육탄 10용사 등 장병 39명이 전투 중 사망했다.   

정부에서는 10용사 모두에게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했으며, 서부덕 이등상사는 소위로, 박창근 이등중사등 9분 모두 육군상사로 특진되었다. 

▲ 육탄 10용사의 송악산 전사 비문 ⓒkonas.net

‘육탄 10용사 충용탑’은 육군 하사관들 후원으로 육탄 10용사의 충혼을 위로하고, 살신구국 군인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1980년 5월 3일 파주읍 통일공원 내 건립됐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나서 목숨을 바친, 육탄 10용사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통일공원에서 매년 5월 호국정신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으며, 이들의 정신을 잊지 말고 이어나가자는 의미에서 육군에서는 조국 수호의지가 투철한 군인들을 선발해 '육탄 10용사상'을 수여하고 있다. (konas)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김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