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로 살자’는 주장에 경악과 분노한다.
인류는 지금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하였고 31개월째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하마스의 기습을 응징하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반격이 확대일로에 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군인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고, 무고한 시민들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안전과 생명을 위협당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초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가’로 남북한을 ‘교전중인 두 개 국가관계’로 발표했다. 북한 김정은은 핵과 장거리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실전화하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과의 화해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아예 대한민국을 무력으로 회복해야 할 잃어버린 땅으로 규정하였다. 북한은 이 같은 위협을 행동으로 겁박하기 위해 올해 1월 5일부터 3일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 완충지대를 향해 약 350여발의 포탄 발사시험을 강행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 5월 말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오물풍선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더욱 빈도가 잦아지면서 9월 23일 현재 총 22회에 걸쳐 오물풍선을 살포를 지속함으로서 한국 사회의 불안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대한민국 내부에서 한 정치권 인사의 통일과 관련한 놀라운 주장이 귀를 의심케 했다. 지난 9월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통일, 하지 맙시다!”라고 외쳤다. 그는 이어서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를 개정하자고 했다. 또한 남북한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 관계’가 아닌 ‘별개의 국가관계’로 규정하는 소위 ‘2국가론’을 수용하자고 말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지금은 통일을 지우고 평화만 추구하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 헌법 영토 조항의 삭제(또는 수정), 모든 제도와 정책에서 통일 지우기,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등을 하자는 말이다.
필자는 군에 평생을 몸담은 예비역으로서, 그리고 지금은 국가안보와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교수로서 귀를 의심할 정도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해 온 국민들과 특히 군복을 입고 안보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고 있는 군인들은 그야말로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나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과 사회와 국가 구성의 일원이 된다. 이때부터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대신에 책임과 의무가 주어진다. 그래서 자유만 주장하고 권리만 향유하는 자는 구성원으로 부적합하다. 마땅히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만 그 대가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자유와 권리여야 한다. 이런 면에서 임 전 비서실장의 주장은 무책임한 정치선동이라고 생각된다.
임 전 실장은 1980년대 후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으로 학생 운동권을 이끌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 사면되었다. 이후 16대와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고, 2014년에는 서울시 정무부시장, 2017년부터는 문재인정부의 대통령비서실장직을 수행했다. 과거 학생운동대표에서 2선의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가로 변신했고, 대통령비서실장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준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하였던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의 이번 발언은 신중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선동에 가깝다는 생각에 다음과 같이 비판적 견해를 제기한다.
첫째, 그의 주장은 우리 헌법에 위배된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적시함으로써 분단 이전 상태부터의 역사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어서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했다.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는 영토와 국민과 주권이다. 따라서 그가 이번에 주장한 현재의 영토 조항 삭제 또는 수정 제안은 현행 대한민국 헌법에 배치된다.
둘째, 그의 주장은 최근 북한의 입장과 일치하며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식화한 ‘두 국가론’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31일, 제8기 9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이라는 데는 ‘대한민국 영토는 조선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버젓이 명기돼 있다”고 문제 삼았다. 우리는 최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의 책임과 원인은 현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정책 때문이 아님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난 30여 년 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을 개발해 대한민국 국민을 ‘핵 인질’화한 북한 김정은임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그의 주장은 6.25전쟁에서 공산주의 세력과 싸우다 산화한 62만여 명의 군인을 비롯한 2만여 명의 경찰, 100만여 명의 민간인 등의 희생을 헛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유엔군으로 참전한 21개 국가의 15만여 명의 자유우방국의 희생도 그 의미를 희석하게 될 것이다. 또한 통일의 포기와 두 국가론의 수용은 한반도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방기하는 것이다. 6.25전쟁으로 파생된 일천만의 이산가족과 3만 4천여 명의 북한이탈주민, 그리고 독제체제와 인권유린의 동토에서 신음하고 있는 2천 5백만의 북한주민들을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체제로 인도하여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무와 책임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평양 5·1경기장 연설에서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통일과 평화를 강조하던 대통령을 보좌하고 남북정상회담에 수행했던 임 전 비서실장 입에서 불과 6년 만에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우리 대한민국에게 통일은 최종 목표(end state)이고 평화는 과정이자 수단이어야 한다. 그런데 과정을 위해 목표를 포기하겠다는 게 과연 논리가 맞는 말인가?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로 살아가면 처음에는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다 종국에는 북한의 핵위협에 의해 적화 통일될 것을 그는 내다보지 못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에 대해 임 전 비서실장은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로 살자고 주장한 저의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하길 촉구한다. (konas)
박동순 :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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