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새해에는‘독자 핵무장 추진 위원회급 국가기구’를 만들자
연구는 이미 충분하다
올 한 해 우리의 안보는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새해가 다가오지만,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은 축하와 희망을 말하기 어려울 만큼 냉혹하다. 북한은 이미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공식 안보문서에서 삭제했다.
북한의 핵 보유량이 얼마나 늘어날지 다양한 전망이 있으나, 우리에게 위협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제정세도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위기, 미·중 전략경쟁 강화로 요동치며, 동맹에 대한 의존만으로 우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했다. 이제 한국은 핵 자강을 당위로 주장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전략의 새로운 축을 구축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중심에 바로 ‘독자 핵무장 추진위원회급 국가기구’ 설치가 있다. 연구는 이미 충분하다.
한국핵안보전략포럼 대표 정성장 박사 등 다수 전문가들은 독자 핵무장 추진에 대한 필요성과 비판 논리에 대한 반론도 마련한 지 오래고, 주변국을 설득할 논리도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논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오피니언 리더층의 결단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확장억제의 균열과 우리가 직면한 생존의 질문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즉 핵우산에 기댄 억지력 구조를 유지해 왔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정치·사회 불안정성과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의 부상은 이러한 억제 체계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대만을 방위선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트럼프판 애치슨 라인을 현실화한다면? 미국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같은 본토의 대도시를 위험에 빠뜨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
정성장 박사가 지적했듯, 북한이 제한적인 도발 후 한국이 반격하면 전술핵을 사용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이 올 경우, 한미 양국은 정책적 마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핵을 협상 수단이 아니라 강압 수단으로 다루고 있고, 우리는 그 강압 앞에 방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핵자강을 막아온 가짜 공포의 해체
핵무장을 논의할 때마다 제기되는 가장 큰 반대 논리는, 한국이 핵을 만들면 국제 제재로 경제가 붕괴한다는 공포다. 그러나 최근 실증 분석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다. 심규상·김지용 연구팀의 MCMC 분석은 한국처럼 미국의 핵심 파트너이자 선진국인 국가에 대해 제재가 발동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즉, 기존의 제재 공포는 사실상 정치적 프레임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국제법적 분석에서도 길이 열려 있다. NPT 탈퇴라는 극단적 방식이 아니라,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한 이행정지 방식으로 핵능력 확보에 착수할 수 있다는 합리적 대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결국 핵자강 논의는 더 이상 금기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데이터·법·전략의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국가 생존 문제다.
* MCMC(Markov Chain, Monte Carlo) 분석: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통계 기법
기존 국가기구가 감당하지 못한 영역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이미 NSC(국가안전보장회의)도 있고, 민주평통도 있고, 과거에는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기구도 추진한 바 있는데 왜 새로운 국가기구가 필요한가?
NSC는 현존 위기관리에 최적화된 기구이기 때문이다. NSC가 독자 핵무장, 핵잠재력 확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 기존의 안보 인프라 틀을 흔드는 옵션을 공식 의제로 올리기 어렵다. NSC 같은 위기 관리 기구가 아니라 국가 전략 옵션의 근본적 재설계를 담당할 수 있으려면 위원회 급의 국가기구를 새로 창설해야 한다.
민주평통은 상징·의례 중심의 기구로 변질되었다. 민주평통은 헌법 기구로 전국적인 국론 수렴 기능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권의 성향에 좌우되는 느슨한 조직이며 핵문제처럼 극도의 전문성·기밀성·전략성이 필요한 의제를 다룰 수도 없다.
그 어떤 기구도 한국의 생존을 좌우할 핵·전략무기 기획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새로운 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독자 핵무장 위원회급 국가기구의 구성 원칙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는 위원회급 국가기구는 기존 제도적 인프라와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첫째, 금기의 영역을 공식 의제로 관철하는 전략 옵션 설계 기구가 되어야 한다. 이 기구는 독자 핵개발뿐 아니라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모델, 전략적 모호성 유지 등 국가 생존을 위한 모든 옵션을 금기 없이 논의할 공식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둘째, 전문가 중심으로 실질 기획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핵공학, 군사전략, 제재체제, 국제법, 동맹정치, 경제안보 등 분야별 국가 최정예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민주평통식 정치 안배가 아닌 실질적 전략 설계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 형성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는 북한 핵능력 변화, 한국의 잠재력과 옵션 전략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국민에게 공개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국론 수렴 구조에 대한 구상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초정권적·독립적 구조로의 법적 설계가 필요하다. 핵 자강은 3년·5년 단위의 정치가 아니라 30~50년 단위의 국가전략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법률로 설치하고 임기형 위원을 두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한국 최초의 장기전략 전담 기구가 되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이 현실화된다면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는 위원회급 국가기구를 헌재, 중앙선관위에 준하는 정도로 헌법기관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한국의 핵자강론은 오랫동안 주변부 담론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이제 새해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새로운 생존의 질서로 근본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팬덤적 주장도, 감정적 호소도, 정치적 구호도 아니다. 한국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현실적 전략이며 대한민국의 국운을 결정할 문제다.
새해에는 기존 기구들이 다루지 못한 공백을 채우고 한국 안보의 새로운 중심축을 세우기 위한 독자 핵무장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금기를 넘는 용기,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함,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여는 전략적 상상력이다. 대한민국은 그 문턱에 서 있다. (konas)
권영태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논문심사위원,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국방사업연구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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