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제적 범죄행위를 분쇄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美 법무부는 IRA(아일랜드 공화국 군)의 지도급 요원이 북한과 함께 수백만 달러의 위조 지폐를 동유럽과 영국에 유통시킨 혐의로 기소했다.  

▲제이 솔로몬(Jay Solomon)

 美 법무부는 용의자 6명과 함께 션 갈란드(Sean Garland·71세)를 기소하면서 북한이 처음으로 슈퍼노트(Supernotes)라고 불리는 100달러 짜리 위조 지폐를 대량 제작해 해외로 밀 반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리들은 지난 금요일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에서 체포된 갈란드 건과 함께 미국이 현재 북한의 가짜 담배, 헤로인 밀수와 같은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만까지 유입된 북한의 위조지폐 '수퍼노트'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제조 프로그램을 폐기시키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이다. 미국의 관리들은 미국의 정책은 다면적(multipronged)이기 때문에 협상을 지속하면서 계속적으로 북한에 대해 인권과 국제적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번 수사를 맡은 한 美 정부 관리는 "우리가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취급하지 않는데 어떻게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행동하길 바라느냐"고 말한 뒤 "북한이 위조지폐를 계속 만든다면 미국과의 협상은 물 건너간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美 재경부는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북한의 밀수 자금을 세탁 해준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미국의 정보 요원들은 뉴저지와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이 제조한 가짜담배, 의약품, 위조지폐를 미국으로 밀반입하려던 100여명의 아시아계 조폭들을 체포했다.

 北, 아일랜드 테러조직 IRA와 연계해 英으로 위폐 유입

 한편 美 재무성 비밀검찰국 요원과 대만의 관리들은 지난 8월 합동수사를 벌여 대만으로 흘러 들어온 2백만 달러 상당의 '슈퍼노트' 압수했다. 현재 美 관리들은 이 위조지폐가 북한에서 제작된 것으로 믿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갈란드를 체포한 美 법무부 고위관리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 뒤 "이번 사건을 통해 국제적으로 북한의 불법적인 비즈니스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갈란드는 아일랜드 노동당 대표로 그의 조직은 IRA내에서도 가장 급진적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조직은 북한의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막시즘(Marxism)을 표방하고 있다.

 美 법무부 관리들은 갈란드가 지난 금요일 오전 호텔로비에서 美 재무성 비밀검찰국, 북아일랜드 경찰, 영국의 범죄수사대 소속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는 갈란드를 6명의 용의자와 함께 재판을 위해 미국 송환을 준비하고 있다.

 美 관리는 갈란드에 대한 美 재무성 비밀검찰국과 기타 정보기관들의 수사는 15년을 거슬러올라가며, 최근 유럽과 아시아에 출몰한 수퍼 노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다고 말했다. 초기 수사과정에서 미국의 수사관들은 북한이 위조지폐의 생산 및 전 세계 공급처(해외주재 북한 대사관을 거점으로 삼음)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해외주재 북한 외교관 수퍼노트 전 세계 유포"

 실제로 그동안 수많은 북한 외교관들이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헤로인과 코뿔소 뿔과 같은 매매가 금지된 물품들을 거래하다 체포됐다. 이번에 체포된 갈란드의 공소장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정부 차원에서 슈퍼노트를 대량으로 생산해왔다"고 쓰여 있다. 뿐만 아니라 공소장에는 "겉으로는 공식적인 정부 관리인양 행세하는 북한 사람들이 슈퍼노트의 전 세계 유포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고 적혀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개인) 사업과 정치활동을 병행해온 갈란드는 그동안 동유럽과 러시아를 자주 드나들며 노동당 당수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갈란드는 북한 외교관 및 정보기관 요원들과 접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일례로 지난 97년 10월 갈란드는 슈퍼노트를 구매하기 위해 바르샤바를 방문해 북한 요원을 만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는 그동안 모스크바, 민스크, 벨라루스에서 북한 요원들을 주기적으로 접촉해온 것이 밝혀졌다. 이 같은 접촉 결과 수퍼노트가 동유럽과 영국으로 유입됐는데 이들 위조지폐의 상당수는 아일랜드를 통해 영국으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美 '불법활동저지방안'(IAI) 목표는 핵 개발 프로그램 자금 차단

 영국의 법무부는 지난 2002년 수사를 통해 세 명의 남자를 위조 달러를 유포시킨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 가운데 러시아 국적의 데이비드 레빈(David Levin)이 (전직) KGB요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그동안 주기적으로 북한에서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퍼노트를 모스크바에서 영국으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소장에는 갈란드와 6명의 용의자들이 그동안 러시아에서 여러 공모자들을 가담시켜 북한 사람들이 이 일에 가담하지 않은 것처럼 위장해왔다고 적혀있다. 

 美 관리는 이번 갈란드 건의 경우 그동안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부시 행정부의 '불법활동저지방안'(IAI: Illicit Activities Initiatives)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활동에는 CIA, 국방부(Pentagon), 국무부, FBI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활동 목적은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시키는데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는 것이다. 

▲출처: 美 월스트리트저널 10/10                                                                          

▲필자: 제이 솔로몬(Jay Solomon) 프리랜서 기자, 칼럼니스트
▲번역·정리: 김필재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