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국가 인권정책의 로드맵인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National Action Plan) 초안을 확정 발표했다.

 초안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해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국가보안법과 사형제, 보안관찰제 등 3가지 쟁점에 대해 정부가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법무부는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NAP 수립을 위한 제2차 공청회에서 그 간 각 부처 실무진과 학계와 시민 사회, 노동계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만든 인권 NAP 초안을 공개했다.

▲ 법무부는 13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발표하고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국보법 폐지·사형제 폐지'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4일 법무부가 주최한 공청회 모습.ⓒkonas.net

 법무부는 NAP 초안에서 국보법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국가보안법의 해석 및 적용에 있어서 그 남용으로 인하여 인권침해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안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이나 불입건 처리를 활성화하는 등 탄력적이고 신중하게 운용"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보법의 폐지 또는 개정에 관하여는 "현재 폐지법안과 일부 개정법안이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안보형사법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원만한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함"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으로 결론을 내렸다.

 법무부가 '국민적 합의'를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은 그동안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가 집회, 시위, 성명서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고, 이로인해 다수 국민들이 '국보법 폐지 시기상조론'에 동조한 결과로 보인다.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와 관련해서 NAP은 "2006년 4월부터 법조계⋅언론계⋅종교계⋅체육계⋅예술계를 아울러 민관 공동으로 대체복무제도개선연구회를 구성해 병역거부자의 진술 청취, 전문가 의견 청취,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 인정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등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올 3월 중 논의 및 여론조사 결과를 기초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인정 여부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한 후 이를 기초로 후속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NAP에서 군사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통군사법원 폐지 ▲심판관제도 폐지 ▲관할관제도 폐지 ▲군판사의 소속 및 인사를 국방부장관으로 일원화 하는 내용을 추진한다고 밝혀 군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군사법원법폐지법률안』을 지난 1월 5일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 통과 후 시행령 등 부속 법령 개정 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보통군사법원 폐지안은 군사법원을 고등군사법원과 지역군사법원으로 구분하여 국방부 소속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이고, 심판관제도 폐지안은 일반장교가 심판관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대신 군사법원의 재판관을 모두 군판사로만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또 관할관제도 폐지안은 지금까지 부대지휘관이 관할관으로서 사건의 수사단계에서부터 재판부 구성, 재판결과의 확인·결재를 하도록 돼 있는 권한을 없애고 모든 재판권한이 군판사에게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법무부 안이 시행되면 부대지휘관의 지휘 재량권이 크게 축소될뿐만아니라 일반장교들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게되어 지휘통솔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재판관의 권한과 영향력은 절대적이여서 상대적으로 권한이 축소된 야전 군부대 장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사형제의 경우 정부 초안은 "현행법상 사형 규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올해 상반기 중 사형제 존치 여부를 검토하며, 절대적 종신형 도입의 타당성을 분석해 국회 계류 중인 '사형제 폐지 특별법'의 심사를 지원한다"는 선에서 정리됐다.

 또 인권위가 폐지를 권고한 보안관찰제도 남용방지책을 마련해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 NAP 초안은 인권 관련 국내외 협력 지원 분야에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 및 국내의 NGO 활동 지원'을 포함시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내용은 인권위 안에는 없었다.

 정부 NAP 초안은 ▲자유권 보호 증진 ▲사회권 보호 증진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관심·배려 ▲인권교육·협력 및 국제인권규범 이행 등 6개 부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 초안을 토대로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말~4월초 법무장관이 위원장인 국가인권정책협의회에 상정할 방침이다.(konas)

 정미란 기자 sori@kona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