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에 대해 걱정입니다. 최근 개헌론을 보면 마치 건드리기만 하면 황금이 되는 마이더스 왕이 떠오르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대 연정이니 헌법 개정이네를 말하면 국민은 돌아서는데 이것이 바로 마이더스 손이 아닌가 을 떠올리게 합니다."

13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인 이석연 변호사를 대표로 한 '법무법인 서울' 설립 및 이 변호사의 저서 '헌법과 반헌법', '침묵하는 보수로는 나라 못 지킨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최근 정국의 키워드인 개헌론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한나라당의 정체성 논란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견해를 쏟아냈다.

▲ 이석연 변호사가 축하케잌을 자르고 있다.ⓒkonas.net

이 날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한 이회창 전 총재는 로비에서 반갑게 이석연 변호사와 손을 맞잡으며 축하인사를 나눈 뒤 행사장에 들어서서도 좌석을 빙 돌며 일일이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코발트 색 코트를 받쳐입고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객석을 돈 이 전 총재에게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전하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도 보여 건재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빅3 중 일인으로 현재 부동의 여론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 전 총재보다 5분여 먼저 도착해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다 이 전 총재가 들어서자 반갑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행사장 단상 좌석에 자리를 잡은 이 전 시장은 바쁜 행보답게 행사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 날 이회창 총재는 개헌론을 중심으로 ▲모든 문제는 법을 고치면 된다는 생각 ▲법 운영의 잘못을 제도의 잘못으로 보는 자세 ▲헌법의 정략의 도구화 ▲헌법의 의미와 가치 중요성 재음미 등을 주 의제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해 나갔다.

이 전 총재는 말문을 열기에 앞서 이석연 변호사로부터 개헌론과 관련된 얘기를 좀 해달라는 부탁을 들었다며 듣기 좋은 얘기든 그렇지 않은 얘기든 (내)생각을 말하겠다며 예의 톤 굵은 음성으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전 총재는 "지난해 7월 헌법포럼에서도 강연을 통해 '헌법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며 "그때는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대다수 였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이 개헌론을 주장한 이후에는 반대여론이 대다수"라며 찬·을 떠나 느끼는 것과 문제점, 잘못된 인식들을 말하겠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우리는 지금 모든 문제가 법을 고치고 새로 만들면 된다는 사고를 갖고있고 그 바탕에는 '완전한 법'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지만 30년 법관생활을 하며 법과 씨름하면서 터득한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완전한 성문법'은 없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법은 법관이 해석을 통해 스스로 완성도를 높이고 현실에 맞게끔 창조적 기능으로 적용해 나가야지 완전한 성문법은 (절대)만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정치인이 되어) 국회에 들어와 보니 입법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법으로 모든 것을 완전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자만이고 착각이며, 그런 자세로 법을 만들고 고치면 사회질서가 훼손되고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개헌론도 그렇다면서 "이번 개헌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단임제인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임기가 달라서 여소야대가 발생해 대통령 통치에 부담이 된다는 점"이라며 "임기를 맞추면 여대야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내각제로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제에서는 여소야대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임제 개헌이)단임제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한다고 하는 것은 반론이 가능한 허점 투성이고 영토조항을 비롯, 21세기에 맞게 완전한 헌법을 만들자고 하는 것 자체가 자만이고 헌법의 핵심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헌법은 결코 동네 만화가게에 널린 만화책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이 전 총재는 또 정치권 등 일각에서 법의 제도적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는데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법 운영을 잘못해서 생기는 문제점을 제도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라며 "대통령이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해야지 제도를 문제로 돌리며 지금 바꾸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자 반 헌법적 발상이며 여소야대가 되어 통치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말은 내 탓으로 인한 잘못을 네 탓으로 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잘못"이라고 경계했다.

▲ 강연하는 이회창 前 한나라당 총재.ⓒkonas.net

이어 이 전 총재는 "법을 보는 우리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장 무거워야 할 헌법을 정략의 도구로 가볍게 여기는 것이며 역대 정권 말기에는 항상 개헌론이 거론되었다. 이번 노 정권에서도 개헌론을 제기하면서, 정략적이거나 나(대통령)를 위한 것이 아니라 차기 정권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말을 국민이 믿겠는가? 어떻게 다른 대통령 일까지 걱정하는가?"고 반문한 뒤 "개헌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통과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하려는 것은 정치판을 흔들려는 정략에 다름 아니다. 모든 국민은 그렇게 보고있다"며 노 정권을 맹 비난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이번 개헌론을 계기로 헌법의 의미와 가치를 음미하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언급하면서 헌법의 핵심적 가치가 인간존중의 정신, 사랑에 있음을 부언하기도 했다.

그는 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에도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지금 6자회담에 상관없이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서 행세를 하려 할 것이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이런 때 정치지도자, 특히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유민주주의의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야 된다"고 말하고 "김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주의 말했지만 말만으로써는 부족하다"고 말해 차기 대통령은 이념적으로도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신봉자가 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들은 국가 지도자의 민주주의 신념을 확실히 알고서 판단해야 하고 (이런 주장들을) 일방적으로 색깔론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며 대선 경선 후보들에 대한 당내 보수세력의 '이념공세' 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이 전 총재는 말미에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변호사로 헌법지킴이로, 시민운동가로 열심히 활동하는 이석연 변호사를 높이 평가하고 존경한다면서 "시민운동가와 시민단체를 존경하는 것은 사회의 소금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진솔하게 시작했다가도 어느 정도 힘을 얻고 확산되면 독선적이고 권력화 되어 소금의 맛을 잃어버리게 된다" 며 "초심을 잃지 말고 시민운동을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애정을 보였다.

이 날 '서울' 법무법인 설립 및 출판기념식에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국민중심당 신국환 대표와 이인제 의원,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여야 전 현직 의원 다수와 박세일 선진화국민회의,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등 시민단체 대표, 이명현 전 교육부장관 등 학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열렸다.(Konas)  

▲ 이명박 前 서울시장도 참석했다.ⓒkonas.net

 이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