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희 前한양대 부총장(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은 29일 서울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주최한 「북한민주화 전문가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변화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아래는 이날 강연과 문답에서 나온 핵심내용을 요약, 재구성한 것이다.]

 우선 중국인은 자기중심적인 中華사상의 소유자들이자, 「전략적(戰略的) 사고」를 하는 이들이다. 전략적 사고는 「현실주의」, 힘이 곧 정의(正義)라는 생각이다.
 
 전략적 사고는 춘추시대, 전국시대 등 중국 내에서 복잡다기한 국가(國家)관계가 끊임없이 벌어졌다는 데 기인한다. 중국의 지도자, 지식인들을 보면 역사에 해박하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춘추(春秋), 사기(史記), 삼국지, 수호전, 손자·오자병법 등 왕조(王朝) 명멸의 수많은 스토리를 배우며 자란다.
 
 전략적 사고를 하는 중국은 경제발전을 최고의 국익으로 보며, 이를 위한 한반도의 「안정(安定)」을 원한다. 한반도가 시끄러워지면 경제발전에 장애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중국에게 외부충격의 완충지대지만, 북한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면 골치 아픈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동맹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변하고 있다.
 
 北核은 중국과 북한관계를 더욱 나쁘게 만들었다. 북한은 핵보유 사실도 미국에게 먼저 했고, 중국의 만류에도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국은 중국이 『중재』를 제대로 못한다며 「중국위협론」을 정당화한다. 김정일의 불장난이 계속되면서 美中관계, 日中관계가 모두 이상해졌다. 북한이 중국의 국가목표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중국은 김정일에게 정나미가 떨어져 버렸다. 양국 관계는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미국·북한 갈등이 재연될 수 있고, 미중·중국의 타협으로 親中정권이 용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이 개입할 경우 (反김정일) 쿠데타의 형태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중국은 어쨌건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 내에 올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 같다.
 
 향후 한반도는 여러 가지 급변상황을 내포하고 있다. 군부의 다툼 과정에서 일부 군대가 휴전선 이남으로 밀려올 수도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공격 일변도로 가느라 이런 문제를 등한시했는데, 지난 9년간은 정반대 차원에 집착해 북한의 현상을 오도(誤導)해 왔다.
 
 현재 북한인권문제는 2·13합의 이후 미국의 對北정책 변화(變化)에 밀려버린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잠정적인 것이다. 부시가 어떤 생각을 하든, 미국 체제의 성격상 북한의 인권(人權)문제, 민주화(民主化)문제가 완전히 덮일 순 없다. 송곳이 있으면 뚫고 나오게 돼 있다. 북한민주화, 인권문제는 송곳이다. 아무리 덮으려 해도 삐져나올 것이다.
 
 김정일로 하여금 변하게 할 순 없다고 본다. 「북한에 갖다 주면 변할 것」이고 했지만, 지원해서 폭정(暴政)만 연장시키고 핵을 개발했다. 핵무기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남한을 협박하는 인질용이다. 햇볕정책은 북한에서도 개혁·개방을 막고, 주민들만 어렵게 만들었다.
 
 가장 좋은 것은 압력뿐이다. 남한 국민이 일어나면, 북한의 군부도 『김정일과 같이 망할 순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남한 국민이 잠잠하고, 소위 「민족공조」에 매달리는 한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 남한 사람은 북한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한다. 그러나 못 본 척하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이것은 단지 북한의 문제가 아닌 남한의 재앙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정리/ 김성욱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