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이후 정치권과 소위 진보진영 일각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평화체제'란 말이, 결국 '국가연합'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이기도 하다는 주장이 집권여당 소속 정치인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 23일 열린 '2.13합의와 한반도 평화의 봄' 토론회. 오른쪽 두번째가 임종석 의원. ⓒkonas.net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23일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2.13합의와 한반도 평화의 봄'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남북통일은 우리 정부의 일관된 통일방안이라 할 수 있는 교류협력→국가연합→통일의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한다는 것은 현재의 남북간 교류협력의 단계를 넘어 사실상 '국가연합' 단계로 진입하는 시작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국가연합론'은 이른바 좌파진영에서 주장해온 통일방안으로, 노무현 대통령도 이를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자유보수진영 일각에서 '대통령이 反헌법적'이란 지적이 제기됐었다.

 임 의원은 이와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 "남과 북이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문제에 미국과 중국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에 '남북협정 체결+미·중 보증'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4자(남북+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함께 토론자로 참석한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도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동북아 질서 재편 및 한반도 안보구도 변화"와 "민족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 국내에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도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등 정강정책을 변경시키고 있으므로,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크게 줄었다"며 "단 남남갈등을 줄이고 초당적 외교를 수행하기 위해 특사파견에 대해서는 기밀유지 약속하에 야당지도부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주목할만한 것"이라며, 이전의 대북강경책은 "악의적인 무시"(malign neglect)에 입각한 것이었다고 문제삼았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이 오히려 민주당 출신 정치인보다 관계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이를 북한에게 인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월남전을 수행한 케네디·존슨 대통령은 모두 민주당 출신이고, 월남에서 철수한 닉슨은 공화당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런가하면 "북한은 지난 10년간 재래식 병력은 거의 강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면 남북간 총체적 군사력 균형이 주한미군을 제외하고도 남한에 유리하게 되므로 핵 폐기로 나가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홍 위원은 "따라서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 군비통제, 나아가 군축까지 동시 진행함으로써 상호안보 개념에 입각한 남북간 군사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노 대통령에 대해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을 안심시켜 핵폐기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정당과 언론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 대북정책을 전개하는 것에 흔쾌히 협조하고 비판은 정책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건설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토론회에 앞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konas.net

 한편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북한이 변했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평양거리는 온통 경제건설에 대한 구호만 가득할 뿐, 미국에 대한 비난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이러한 변화는 북한 최고위층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의 변화는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며, "관례적으로 정치사상→군(軍)→당(黨)을 다룬 다음에 경제, 남북관계 등의 분야를 다뤄왔는데 이번에는 맨 처음에 경제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북한문제에 대한 '태도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며, 크리스토퍼 힐 美국무부 차관보가 자신과의 대화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가,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이 목표였기 때문에 협상에 진전이 없었지만 이제 양측의 목표가 '평화체제로의 이행'으로 동일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2000년 정상회담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6.15회담이 분단 반세기의 닫힌 장벽을 여는 '소통'을 위한 회담이었다면, 이번 회담은 그동안 축적된 소통의 성과를 바탕으로 질적 도약을 통한 새로운 시대로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밖에 "임진강과 한강 하구의 모래 준설"이라는 남북협력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이 사업을 하게 되면 "한강하고 서해가 뻥 뚫리게 된다"며 "질 좋은 모래(금모래)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산 지역에 수해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효과도 가져온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듯, "배가 다니게 되면 관광자원으로도 좋다"며 "이것은 '경부운하'와는 다른 차원"이라고도 했다.(konas)

 김남균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