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8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국민 반성' 발언과 관련, "제정신을 갖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망발" 이라며 "레드라인을 넘어도 한참 넘어버린 오만한 태도" 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돌이켜 보면 분단 이후 지금까지 국민들이 얼마나 평화를 만들거나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는가는 깊이 반성할 일" 이라는 이 장관의 전날 발언을 지적한 뒤 이같이 말했다.

나 대변인은 "남북열차가 시험운행을 하게 되니까 주무장관으로서 너무 흥분돼 잠시 이성을 잃은 게 아닌가 싶다" 며 "전직 성직자라 더니 국민들이 자신의 신도들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 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얼마나 하찮게 보고 있으면 '반성하라' 고 훈계 하겠느냐" 며 "이 장관은 마치 자신만이 평화의 사도이고 모든 국민들은 평화를 반대하는 전쟁론자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열차 기적소리 한 번 울렸다고 머리에 이고 있는 핵무기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북열차의 소중한 역사적 의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를 통한 속도조절이 절실하다" 며 "과속, 신호위반으로 탈선 사고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들이 반성할 것이 아니라 장관이 반성해야 한다" 고 했다.

이에 앞서 이재정 장관은 16일 남북경제협력포럼 조찬특강에서“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고 만들어 가는 것이고 발전시켜 가는 것”이라며“돌이켜보면 분단 이후 지금까지 국민들이 얼마나 평화를 만들거나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는가는 깊이 반성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장관은 이날 “분단 이후 한반도에는 평화가 없었다. 전쟁을 하지 않거나 군사적 긴장이 조금 해소됐다고 평화가 오지 않는다. 평화는 정의가 살아있고 양심이 뛰고 이웃이 있고 나눔이 있는 사회”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한편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이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고는 "명색이 장관이란 사람이 국민을 향해 이토록 모욕적인 말을 할 수 있는가. 구(舊)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 집단의 남침(南侵)에 맞서 나라를 지키려다 숨져 간 호국 영령들과 그 뒤에 남은 자유대한 국민은 평화가 아닌 전쟁의 화신(化身)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며 "국군 창설이래 지금 이 순간까지 국방의 의무를 다해 온 예비역과 현역 군인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었단 말인가"며 이 장관의 발언을 꼬집었다.
신문은 이어 "원칙 없는 대북 지원을 비판하면‘쪼잔 하게 군다’는 식으로 나무라는 그의 태도가 안하무인"이라며 "그러면서도 북의 김일성·김정일 세습 전제(專制)체제에 대해서는 거의 무비판적으로 한없이 부드러운 이 씨"라며 이 장관의 정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Konas)

정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