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공군참모총장에 해당하는 일본 자위대의 항공막료장이 일본의 과거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문을 발표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항공막료장이 "우리 나라가 침략국가였다고 하는 것은 정말 억울한 누명이다"라는 등의 주장을 담은 논문을 민간 현상논문에 응모해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반도 식민지배와 중일 전쟁 등을 정당화하는 그의 논문은 일본 정부의 기존 견해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일본 정부는 주변국의 반발 등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31일 저녁 그를 긴급 경질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마다 야스가즈(浜田靖一) 방위상은 "정부 견해와 분명하게 다른 의견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막료장이라는 요직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않다"고 해임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95년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인정, 사과와 반성을 표명한 '무라야먀 담화'를 발표한 바 있으나 일본 방위 일선을 맡고 있는 최고위 지휘관이 침략전쟁을 공공연히 부정했다는 점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의 아시아 외교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위대에 대한 문민통제 등과 관련한 정부의 책임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여 차기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에 악재가 될 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호텔 그룹인 '아파그룹'이 실시한 '제1회 올바른 근현대사론' 현상논문에 응모해 최우수상을 받은 그는 '일본은 침략국가였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일본이 중국 대륙과 조선반도에 군을 주둔한 것은 모두 조약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장제스(張介石)에 의해 일중전쟁에 휘말려들어간 피해자" "일본만이 침략국가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않는다" "도쿄(東京)재판은 전쟁 책임을 모두 일본에 몰아붙이려 했던 것이다"는 등의 지론을 펼쳤다.

 또한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노력으로 현지 사람들이 과거의 압정에서 해방됐으며, 생활수준도 훨씬 향상됐다" "많은 아시아 각국이 대동아전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위대의 현실에 대해서도 영역의 경비는 물론 집단적 자위권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에 지켜달라고 하면 일본의 미국화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해임된 다모가미 막료장은 방위상에게 평소의 생각을 기술했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으며 수상 소감에서도 "일본의 발전을 위해 자학적인 도쿄전범재판 사관에서 해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1995년 8월15일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전후 50주년 기념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과거침략에 대해 "우리 나라가 과거 한때 국책을 잘못해 식민지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각국 국민들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며 침략을 명확히 인정하면서 사과와 반성을 표명했었다.

 일본 정부는 이후에도 이 담화를 정부의 공식 견해로 계승해오고 있으며,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도 "본인의 내각에서도 계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방위를 맡고 있는 최고위 간부가 정부의 견해와는 달리 과거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견해를 공공연히 밝혔다는 점에서 일본 지도층 가운데 그와 같은 극우적인 사고가 어느정도 침투해 있는지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파문과 관련, 주일 한국 대사관을 통해 항공막료장의 개인적인 견해로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한국측에 양해를 구하고 양국 관계에 악영향이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해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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