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기자생각]내가 본 美 대사-캐슬린 스티븐스

" 한국전쟁 참전용사는 당시의 자신의 참전이 잘한 것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확신합니다. 60년 전에 씨앗을 뿌렸고 지금 그 열매를 맺고 있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0-07-20 오전 10:24:48
공유:
소셜댓글 : 0
facebook

  현장 취재를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연세가 훨씬 많이 드심에도 기자나 주변의 낯선 이들에게 예의를 다 갖춰 깍듯하게 하는 노(老)신사가 있는가 하면 한참 아래뻘 같아 보이는데 앞뒤가 꽉 막혀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무대뽀인 무례한 이들도 대하는 경우가 가끔 있게 된다.

 천차만별인 경우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거니 하지만 그럴 때면 오히려 자신을 더 낮추지 못했다는 민망함과 당황스러움으로 부끄러워 지는가 하면, 반대로 황당무계함에 뻗쳐오르는 감정을 자제하고자 붉어진 안면을 다독이느라 난처한 지경에 빠지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사설이 좀 길어졌지만 그런 측면에서 조직의 대표이건 한 나라 지도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신중하고 진중해야 하며, 국민에게 진정성이 닿게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하겠다.

 그 중에서도 외교관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움직이는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가 대표하는 국가의 힘이 크고 강한 국가일수록 외교관의 자긍심이나 폭발력에 못지 않게 그의 언행은 주재국 국민에게 어필하는 행동반경이 다를 수가 있다.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여러 나라의 대사들을 접할 기회가 있다. 그 중에서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4강국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사는 물론 아프간이나 남아공, 몽골 대사 등 상대적으로 우리보다는 덜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나라의 대사와도 얼굴을 대면하는 기회가 종종 있다.

 ▲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 ⓒkonas.net

 어떤 나라의 대사는 민족적 우월감에 사로잡힌 듯한 행동을 보이는가 하면, 또 다른 대사는 화려한 수사적 기법으로, 더러는 더도 덜도 아닌 외교관 그 자세만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보다 약한 나라 대사의 경우는 자국(自國)에 더 많은 지원과 도움을 부탁하면서, 차라리 읍소(泣訴)라고 할 정도의 측은함(?)마저 느끼게 해 불과 몇 십년 전 우리나라 대사가 외국에서 저렇게 나라를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하지 않았을까를 추측케 하기도 한다.
 
 지난 15일 주한 미국대사인 케슬린 스티븐스(D. Kathleen Stephens) 대사가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의 초청으로 정책포럼에 강사로 나섰다. 주한미국대사인 관계로, 특히나 천안함 폭침 이후 한미관계라든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위한 의장성명이 채택되고 한미연합훈련 일정 발표가 임박한 시점인지라 기자들의 취재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스티븐스 대사는 현재의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확고하고, 이명박-오바마 대통령 또한 가장 돈독한 관계로 양국의 현안 문제를 적극적으로 조율해 나가고 있다며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외교적인 수사가 아닌, 더도 덜도 아닌 적극적인 열린 자세로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발언을 진정성을 담아 발표해 나갔다.

 여러차례 박수가 쏟아지고 웃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거기에는 지난 1975년 그녀가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해 2년 동안 충남 예산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자원봉사를 한데서도 기인한다.

 또 1983년 우리사회가 최루탄 가스가 난무한 가운데 새로운 사회를 위한 운동이 한창일 때와 이어 87년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전환기에 한국을 직접 보면서 그리고 다시 강대국 미국을 대표하는 전문 외교관이 되어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그녀의 한국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더욱 깊어갔다고 한국사랑의 마음을 진솔하게 전하기도 했다.

 그것은 적어도 주재국 국민을 대표한다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있는 자리라는 통상적이거 나 의례적인  외교관으로서의 발언만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스티븐스 대사는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韓國戰參戰勇士紀念碑)에 새겨진 비문(碑文)을 우리말로 전했다. "조국은 그들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조국의 부름에 응한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6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더 이상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리고 한국인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양국 관계는 넓고 깊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강력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으로 그 위상은 세계 무대에서도 날로 높아가고 있으며, 한국전쟁 참전용사는 당시의 자신의 참전이 잘한 것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확신합니다. 60년 전에 씨앗을 뿌렸고 지금 그 열매를 맺고 있다"고.

 노란색 원피스에 같은 빛깔 스카프를 단아하게 매고 단상에 선 캐슬린 스티븐스, 한국명 심은경 대사. 그의 마음이 담긴 한국사랑에 양국의 한미동맹이 더 크게 여물어 가는 시간이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26.10.16 금요일
안보칼럼 더보기
[안보칼럼] 트럼프의 손짓으로 김정은이 핵을 내려놓을까?
들어가며지난 9월 1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포토뉴스 더보기
핫클릭 뉴스
깜짝뉴스 더보기
공소청·중수청 시대 오늘 개막…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으로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