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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사망을 보는 與 vs 野, 보수 vs 좌파

與 “최고위 예우가 도리”, 野 “조문 거부·통일장 반대”
Written by. 최경선   입력 : 2010-10-13 오전 11: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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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87) 북한 前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가 10일 오전 자택 욕조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황 前 비서는 북한 주체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인물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깊은 신뢰를 받았기에 황 前 비서의 망명은 북한에 큰 충격이었다.

 ▲ 97년 망명해 지난 10일 사망한 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konas.net

 황 前 비서는 망명 후 “주민들이 굶어 죽는데 사회주의가 무슨 소용이냐”며 북한 김정일 독재체제의 잔혹성과 그 아래 신음하는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는 데 힘써 왔다.

 심지어 타계 5일 전 한 대북방송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에서 “도적의 지위를 3대째 물려주려고 철부지한테 대장 감투를 씌워놓은 채 주민들에게 만세를 부르라고 한다”면서 북한의 김정은 권력세습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은 이런 황 前 비서를 ‘추악한 민족 반역자’ ‘늙다리 정신병자인 황가 놈’ ‘일신의 향락을 위해 처자를 내던지고, 조국도 배반하고 도주한 인간쓰레기’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는 것은 물론, 그를 암살하기 위해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2명을 국내에 잠입시키도 했다.

 황 前 비서는 지난 8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한국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북한이 한국 내 좌파를 따라가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선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주체사상과 관련해 자신이 주창한 인간 중심의 주체철학을 김정일 위원장이 독재체제 강화를 위해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북한의 권력세습은 수령 절대주의에 봉건적 독재주의로 체제 변화 없이는 권력세습 이후에도 북한내 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으며,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황 前 비서가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북한의 독재체제를 비판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넘치기도 했다며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황장엽 前 비서의 장례식은 5일 동안 ‘통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 빈소에는 정·재계 등 각계 인사의 조문이 줄을 잇고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대부’인 황 前 비서를 ‘분단시대의 영웅’으로 떠올리며 밤새도록 빈소를 지킨 반면, 야당 의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편 통일부는 11일 행정안전부에 故 황장엽 씨에 대해 국민훈장 추서를 신청했고 행정안전부는 12일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그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전망이다.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가와 사회에 현저하게 공헌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을 현충원 안장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률 시행령은 ‘상훈법 12,16,17조 등이 규정한 훈장을 받은 사람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사람으로 본다’고 정했다.

 황 前 비서는 12일 오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될 조건을 갖췄고 오늘 국가보훈처의 안장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현충원 안장이 확정된다.

 황 前 비서의 사망과 국립현충원 안장에 대한 여야와 보수 대 좌파의 반응은 다양하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황 前 비서의 현충원 안장에 대해 “합당한 최고위 예우를 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강조하면서 “황 선생은 북한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지휘를 누릴 수 있는데도 망명해 북한의 실상을 알렸다”며 “국내 친북 주사파들이 잘못된 생각을 뉘우치고 전향시킨 공로로 국가 유공자 예우를 받는 것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용 한나라당 의원도 "우리는 그가 통일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 남기고 간 삶의 흔적을 통해서 그의 영면을 사회장으로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회장(葬)을 주장했다.

 대북 방송매체인 열린북한방송은 함경북도 회령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주민 대부분은 황 씨를 가족도 버리고 달아난 배신자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서의 활동을 전해 듣고 북한 민주화를 위해 죽음을 각오한 위인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 前 비서의 사망에 대해 “남북분단 비극의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라는 짧은 논평 외 공식 행보를 자제하던 민주당은 12일에서야 원내대표단을 황 前 대표 빈소에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미풍양속’이란 조문 입장만 밝힐뿐 손학규 대표 등 당 차원의 조문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황 前 비서에 대해 “훈장추서는 성급하다”고 밝혔고,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국민과 나라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황 前 비서 조문에 대해 “계획이 없다”거나 “논의한 바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새사회연대와 참여연대 등의 단체들도 “개인적으로 안타운 일이지만 공식적인 논평을 내야 할 이유는 없다”며 황 前 비서의 사망에 침묵하고 있다.

 황 前 비서가 ‘국가와 사회에 현저하게 공헌한 인물’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그의 북한민주화 활동이 남북 대결태세를 줄이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데 기여했는지 재고해야 한다는 의의도 제기되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 씨는 11일 오후 라디오 방송에서 “그 분이 파란만장한 일생을 사셨는데 과연 우리 국가 발전에 어떤 도움을 주어서 어떻게 훈장을 주는 것인지 참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도 자신의 블로그에 “김일성 유일사상을 받들고 노동계급 지배를 수령독재로 바꿔 놓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전향도 안한 분이 대한민국 현충원에 안장된다?”며 현충원 안장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는 “황장엽이 김정일과 관계가 악화되자 남한을 피신처로 이용한 사람이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황장엽은 귀순하기를 끝까지 거부하고 망명자 신분을 고집해 왔던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누리꾼들도 황 전 비서의 현충원 안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찬성하는 누리꾼은 황 前 비서를 “북한 독재의 실상을 알려 적절한 대북 대비 태세를 확립케 하는 등 국가에 공헌한 ‘내부 고발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자신의 오류를 뒤늦게나마 반성하고 모순을 극복하려 노력한 분”이라며 보호론을 편다.

 또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황 前 비서의 현충원 안장에 대해 찬반 여부를 전화조사한 결과 찬성 의견이 40.6%로 나타났고, 반대 의견은 36.3%로 나타났다.

 다만 조문을 두고 내부 혼선을 빚었던 민주당 지지층은 반대 의견이 37.3%로 찬성 의견31.7%보다 높게 나타났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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