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뒤에 역사가가 할 일을
일전에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태익 씨는“위암 장지연 선생 친일 문제는 결국 정부가 위암에게 줬던 건국훈장을 도로 빼앗는 것으로 끝났다”로 시작되는 짧은 글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우리나라 정부 보훈처의 서훈심사위원회가 어떤 인간들로 구성되었기에 장지연 선생에게 주었던 훈장을 도로 빼앗았는지 매우 궁금하다고 하였습니다.
김 논설위원은“궁금하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 자들이“괘씸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지연의 외손도 아니고 사돈의 팔촌도 아니지만, 우리가 1세기를 두고 을사보호조약 체결에 즈음하여“오늘 (나는) 소리내어 크게 통곡하노라”라는 제목 하에 글을 써서 민족을 울린 애국 언론인 제1호이던 장지연 선생을 친일파로 몰고 이제 마치 역사를 바로 잡은 듯 의기양양한 그자들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집니다.
나는 한평생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를 가르친 역사학도 중 한 사람인데, 물론 전공분야는 서양사이지만, 왜 한국인으로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없겠습니까. 수여했던 훈장을 빼앗는다는 것은 후손인 우리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고 역사를 뿌리 채 흔드는 결과가 됩니다. 이런 해괴망측한 짓이 어디 있습니까.
위암이 친일파라고 이런저런 증거를 들고 나온 것이 민족문제연구소라는 민간단체라는데, 사실을 사실이라고 들고 나오는 것을 문제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풀이를 제멋대로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보훈처가 ‘대죄’를 범한 것이란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위암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한 당시의 대통령과 정부의 모든 관련 인사들이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
오늘의 대한민국 정부가 제 정신이 아닙니다. 영국의 청교도혁명은 17세기에 있었고, 의회파 군대를 이끌고 왕당파의 군대를 무찌른 올리버 크롬웰은 찰스 왕의 목을 치고 새로운 공화국을 수립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죽은 뒤 2년 만에 왕정은 복고됐고 크롬웰은 독재자의 낙인이 찍혀 역적이 되고 말았지만, 200년 뒤에 나타난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이 그 ‘독재자’의 편지와 연설문들을 편집하여 세상에 내놓아, 크롬웰이 영국 역사 최대의 영웅임을 입증한 셈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에 살면서 인민공화국에 사는 김정일의 시각으로 한국 역사를 풀이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특히 우리가 존경하는 일제시대의 인물들을 모조리 친일파로 몰아붙이고 혈안이 되어있는 이자들에게 우리 정부가 놀아나선 안 됩니다. 이 악당들의 진정한 의도는 역사를 따로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정신적으로 약화시키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자들에게, ‘백년 뒤에나 입을 열어라“라고 일러줘야 마땅합니다.
누가 뭐래도 장지연의 애국심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믿습니다.(konas)
김동길(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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