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표결처리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양국이 공식 서명한 지 4년 4개월만에 비준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의 강력한 저지 속에 비준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적의원 295명 중 170명이 참석해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 자체를 당내 의원들에게도 알리지 않는 등 사실상 비공개로 표결에 임했다.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는 전날 심야회동을 갖고 ‘22일 표결처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상의 이유로 지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박희태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일을 지정한 뒤 사회권을 정의화 부의장에 넘겼다. 정 부의장은 곧바로 질서유지권과 경호권이 발동된 상황에서 비준안을 직권상정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정책의총이 끝난 직후 본회의장으로 이동했으며, 국회 사무처는 한나라당의 요청에 따라 본회의장 문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당 소속 김성곤 의원의 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돌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표결에 앞서 김선동 민노당 의원이 본회의장 내 의원 발언대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사상 초유의 일을 감행하면서 한때 본회의장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여야가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을 벌임에 따라 새해 예산안 처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한미 FTA 이행을 위한 14개 법안도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켰다. 처리된 법안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한미 FTA 이행을 위한 관세법 특례법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행정절차법 ▲저작권법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상표법 ▲실용신안법 ▲우편법 ▲특허법 ▲우체국예금·보험법 ▲약사법 개정안이다.

 한편, 정의화 부의장은 김용덕ㆍ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했으나 여야가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두 안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표결을 연기했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