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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그림자를 찢고서

Written by. 김기성   입력 : 2012-12-11 오후 12: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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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2년도 공익근무요원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으로 선정된 글임.(편집자 주)

 밤을 끝을 알리는 신호탄

 어느 새벽, 여느 겨울과 다르지 않는, 얼음장 같은 칼날을 연신 갈아대는 바람 소리가 내 귀를 긁던 날, 문득. “딩동댕, 구급 출동”

 나의 새벽은 밤이 아님을 알려주는 작은 소란이 우릴 깨웠다. 오늘도…역시나 라는 마음의 소란 같은 것도 잠시 일어났으나, 혹시나 누가 들을까 얼른 꺼트리고 올라탄 구급차. 구급차의 시동 소리. 구급차의 진동. 구급차의 빛. 그런 것들이 나를 잠에서 조금씩 조금씩 깨워내고 있었다. 나의 피곤 같은 것들은 나의 것이 아님을 문득 깨닫고 눈을 부빈다. 늘 그렇듯 손을 감싸는 위생장갑. 내 온기를 감싸줘 추위를 조금은 이겨내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 등 뒤에서 들리는 무전 소리 여기 부전급…나도 부전급…이 된지 어언 몇 개월이 되었다.

 사회 복무 요원으로써 근무지 선택을 나 스스로 소방서에 오게 된 나. 훈련소의 훈련, 퇴소, 발령…같은 것을 겪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얼마 되지 않았겠지만 나로썬 꽤 긴 시간이 지났을 터. 어지간한 출동쯤은 그러려니 한 것도 꽤 된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구월에 훈련소를 갔으니…보자 보자 사개월 반인가…에게게 고작 그 정도 밖인가 하이고…많이 남았다. 그러면 앞으로 스무개월은 남았네…아이고 언제 소집 해제해서 언제 대학교 졸업하나…이런 사소한 근심 따위를 어깨에 조금씩 얹고 있을 때. 구급차의 제동. 퍼뜩 모자를 쓰고 문을 열었다. 오늘도 계시는 노숙자 아저씨.

 아저씨 여기 있으시면 위험해요. 노숙자 쉼터 들어가서 주무시지. 아이고 아이고 여기가 좀 아픈데 병원 한번만 데려가 주시오. 어디요 여기요? 저기요? 아니 아니 거기 말고 거기 고기. 어디 봅시다.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걸으면 걷지. 그럼 구급차 까지만 걸어갑시다. 아이고 고맙소. 아니에요. 근데 총각. 예, 환자분. 그저 이천원만 좀 줘. 왜요? 물 한병 사 먹그로. 환자분 또 술 사 드실려고 그러신 거 아니에요. 아녀라 아녀라 외로워서 그래.

 그래 겨울은 늘 그래. 이제 겨우 첫 겨울을 맞으면서도 늘 그렇단 생각이 절로 든다. 어쩌면 꼭 겨울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그렇게 길지 않은 근무 기간 속에서도 문득 느꼈던 건 내가 사는 곳은 내 생각보다 힘든 사람들이 많단 것. 그들은 술이 외로움을 탈까 걱정되는지 자기 몸 걱정은 안 하시고 술의 친구가 되어 주시곤 하신다. 우리 삶은 술과 싸우느냐 친해지느냐…가 나와 친해지느냐 싸우느냐 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자신과 싸우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쓰다. 그래서 술도 미워졌다.

 근무 전 나는 내가 소방서 근무를 서게 된 다는 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많은 상상들을 해 왔었다. 불이 난 집에서 어여쁜 아가씨를 구출해서. 어머 생명의 은인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을 한 걸요. 저기…이름이라도. 죄송합니다. 저는 한낱 사회 복무 요원에 불과 합니다. 그냥 그 정도만 아십시오. 그럼 이만. 어머, 어머 감질나 저 남자.

 또는 대기업 사장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대기업 사장 아저씨! 호흡과 맥박이 없어! 배운 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지! 하나 둘 셋 넷 아저씨! 으으…여기가 어디오. 아저씨 정신 들으셨어요? 당신이 날 살린 게요? 하하, 아닙니다. 깨어나서 다행입니다. 오오 생명의 은인이여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을 한 걸요. 저기…이름이라도. 죄송합니다. 저는 한낱 사회 복무 요원에 불과 합니다. 그냥 그 정도만 아십시오. 그럼 이만. 아아, 감질나 저 총각. 이런 저런 상상을 해 왔던 나였지만.

 “기성아 화장실 청소 끝냈냐?” “예! 부장님! 이제 대기실 청소 한번 할까 합니다!” “허허, 그래 빨래도 한번 해놔라.” “예! 하하 부장님!”

 또는 “아저씨, 어디가 편찮으세요?” “몸이…아파…” “어이구 술 많이 드셨네 냄새 엄청나요.” “술이 문제가 아니야 내가 많이 아파.” “그래요? 어디가 아픈데요??” “모…몸이 많이 아파…” “그러니깐 어디가 아프신지 대충이라도 말씀해 주셔야 저희가 조치를 해드리죠.” “내가 술을 좀 마셨는데…토할 거 같아…” “아이고, 아저씨 술 얼마나 드셨어요?” “한…네병?” “네?”

 이렇게 내 생명존중의 보람 같은 것들이 조금씩 부서져 갈 때, 그러니깐 여느 겨울과 같은 날 한 노숙자 아저씨에서 환자분으로 바뀐 채 병원에 들어가신 분 이송을 끝내고 센터 내에서 조금 휴식을 취할 때였다. 아침 일곱 시 삼십 분 삼십 분 뒤면 식사 시간. 밥 먹고 한 시간 뒤면 퇴근 하면서 흥얼거릴 때 일어난 소란 “딩동댕, 구급 출동” “아이고.”

 무겁게도 차가운 한마디를 건내다

 서둘러 차에 올라타 의자에 몸을 기대고 무전 내용을 경청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으니 와서 봐 달라는 무전 내용. 저런 어디가 편찮으신가 보다…하고 평범한 무전 내용에 대해 평범한 생각을 하며 간 나, 그리고 구급 반장님들을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맞이하셨다.

 “네, 신고하셨죠.” “예 예, 저희 영감 상태 좀 봐주세요.” “어디가 편찮으신가요?” “몸이 원래에 조옴 안 좋았는디이 느을 아침은 먹어서 오늘도 아침을 차려 놓고 불렀더니 불러도 일어나질 않길래 이상해서 신고 했어요오.” “그럼 저희가 한번 확인 해 보겠습니다.”

 하고 열었던 방 문에 할아버지는 추운 겨울 때문인지 많이도 싸늘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반장님 표정도 많이 싸늘해진 것 같다. “기성아 제세동기.” “아, 예!”

 서둘러 제세동기를 가져온 뒤 할아버지의 몸에 부착했다. 반장님이 아까 보다 조금 더 온기 빠진 표정으로 제세동기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나는 그 모습과 제세동기의 기다란 직선을 바라본다. 평평한 평야 집을 지어도 좋고, 공원을 만들어도 좋고, 무엇이 되든 그것 그대로를 세워 올릴 수 있는 평야, 하지만 적어도 산 인간에게만 해당 될 그런 평야를 할아버지의 심장은 계속해서 긋고 있었다. 반장님이 조금 전과 비슷한 온기의 표정을 짓고는 몸을 서서히 일으켜 세우셨다.

 그리곤. “할머니.” “예, 우리 영감 좀 어때요?” “죄송합니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아, 그럼 빨리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런 말 드리기 죄송하지만. 돌아가신 거 같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없으셨다. 아니 뭐라고 말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커다란 입 모양만 잠시 생겼다 말았고 그저 아무 말도 않으셨다. 그래, 다만 눈시울을 붉히셨다. 그리고 우린 경찰을 부르고 그곳을 나왔다. 어쩌면 또 다시 있을지 모르는 환자를 염려하며, 다음 팀에게 인수인계를 하기 위함으로 혹은, 그 차가운 공기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소망 같은 것들이 내 등을 떠밀었다.

 밤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난 죽음과 대면하는 일을 한다. 그것도 죽음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우린 그것에 대한 성질 따위를 알기 때문에 그것이 풍기는 검은 그림자의 심연을 조금이라도 밝히고자 구급차의 시동을 켠다. 초록 불이 반짝 반짝 검은 그림자를 조금씩 몰아내며 어두운 밤을 밝히고 깊은 새벽을 뚫고 어딘가에 있을 죽음을 몰아내러 간다. 저승사자가 있다면 내가 죽을땐 그들의 눈초리가 곱지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비록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현재 1년 1개월의 사회 복무 요원의 신분으로써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의 집으로 다시 불러들인 사람들의 장부를 우리 멋대로 바꿔 버렸으니, 그렇지 않아도 바쁠 그들을 더 헷갈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언제나 나를 한 사람의 마지막은 몇 번을 보았던들 익숙해지는 장면이 아니다.

 아무리 산소를 주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해도 내 목소리에 조금도 응답해주지 않는 두 눈동자는 언제고 야속해진다.

 우리 구급 반장님은 실력이 아주 뛰어나신 분이다. 내가 근무하는 부전 센터에 오셔서 하트 세이버만 해도 세번째이다. 그만큼 나보다 환자를 더 많이 만났었고 그만큼 내가 두려워 하던 그 죽음과도 많이 대면 하셨던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장님은 죽음을 더 싫어 하신다.

 이런 일을 하다 보니 트라우마를 겪으신 적도 있으셨다 하신 반장님은 아마 그 때문에 사람을 살리는 일에 매우 필사적이신 것 같다. 한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때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 되던 한 여름의 이른 밤에 일어난 출동. 한 아저씨가 만화방에서 만화를 보던 도중 발작을 일으키신 것. 신고 당시 멀쩡하던 분이 갑자기 쓰러져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나는 구급장비를 모두 챙기고 두 분의 반장님을 따라 갔다. 반장님 한 분이 제세동기를 환자 몸에 부착하는 동안 나는 산소를 주입하고 다른 한 분이 심폐소생술을 하셨다. 첫 싸이클이 끝이 났지만 여전히 맥박이 없었고 반장님은 조금 지친 상태여서 이번엔 내가 시도했다.

 처음 해보는 심폐소생술, 배운대로만 하면 된다 생각하고 힘차게 가슴을 압박했다. 그리고 들린 소리 “뚜둑”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난 걱정되는 표정으로 반장님께 소근거렸다. 반장님 뚜둑…괜찮아 빨리해. 네. 그때부턴 가슴 압박 자체가 두려웠지만 눈 딱 감고 했다. 하지만 내가 두려움을 느껴서 였을까 아저씨의 맥박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빨리 병원에 옮기기로 하며 환자를 구급차로 옮겼다.

 병원에 가면서까지 총 10분가량을 쉬지 않고 가슴을 압박했지만 아저씬 끝내 숨을 쉬지 않으셨다. 그때 반장님의 절규 어린 목소리가 “아저씨 이 정도 했으면 살아나 줘야지!”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이제 고작 1년을 일한 내가 느꼈을 간절함을 반장님은 얼마나 크게 느꼈겠는가. 반장님의 간절함 담긴 목소리는 죽음 앞에서 순간의 두려움으로 주춤거렸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하루 빨리 소집해제 하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내가 없을 부전센터를 생각하며 항상 걱정이 앞선다. 비록 사회 복무 요원으로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못 받은 나지만 누가 과연 나처럼 일에 대한 열정 보다. 내 사명을 다하지 못했을 때의 슬픔을 느낄 수 있을까 싶다. 남은 11개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내 손을 거쳐,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한번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사회 복무 요원으로써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기쁨 이기에...(Konas)

김기성 (부산진소방서)

*국보법개정서명바로가기 : http://konas.net/event/signature.asp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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