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 롤 모델 수기집〕컴맹을 컴퓨터 박사로 탈바꿈시킨 전산병
본 내용은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2012년 8월 육·해·공군 및 해병대 등 현역병을 대상으로 지원입영 복무 후 취업 또는 학업에 도움이 된 사례를 모은 ‘현역병 지원입영 롤 모델 수기집’ 『내청춘에 충성』에 실린 내용임. 이번 수기집은 실제 사례를 통해 현역병 모집제도의 장점을 소개하고, 입영대상자 스스로 복무 할 군과 복무분야를 선택해서 지원 입영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편집자 주)
2009년 봄, 나는 재수 끝에 서울에 있는 모 대학교의 IT학과에 진학을 하였다. 그러나 이전까지 컴퓨터나 전산계열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도 흥미도 없던터라 대학교 1학년 당시는 학과공부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두 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당연히 학점도 좋지 못했고, 나는 의미 없는 삶에 회의를 느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위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1학년을 마치자마자 군대에 입대하기로 하였다.
그래도 이왕이면 나의 전공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군 복무를 하고 싶었다. 여러 정보를 수집하던 중 해군에서 매 기수마다 전산병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해군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터라 망설임 없이 해군 전산병에 지원하기로 결심하였다.
지원 후에 병무청에서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뒤 드디어 2010년 3월 8일, 해상병 565기로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에 입영해서 4주간 해군 수병이 되기 위한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교육사령부 내에 있는 정보통신학교에서 전산병이 되기 위해 병과교육도 4주간 받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이 4주간의 전산병 교육이 나의 미래에 정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믿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IT전공자인 나에게 처음으로 컴퓨터 학습에 흥미를 느끼게 해준 기간이었다는 것이다. 4주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나와 약 30명의 동기생들은 정보통신학교 교관님들께 기초적인 사무작업에 필요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의 숙련된 사용방법을 배웠을 뿐 아니라 실습용 컴퓨터 본체를 뜯어 내부에 있는 중앙처리장치, 주기억장치, 보조기억장치 등의 구조도 실제로 눈으로 보며 파악하였다.
또한 자대 배치 후 실무에서 필요한 기술인 LAN선 만들기 등도 교관님의 시범을 따라하며 직접 해보며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군 복무 시절뿐이 아니라 전역 이후 사회에서도, 실생활이나 자격증 취득에서도 굉장히 유용하게 쓰이는 지식들이었다.
나는 이 4주간의 교육기간동안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살면서 처음으로 아무 잡념 없이 온전히 컴퓨터에 관해서만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매우 재미있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알고 보니 컴퓨터는 내가 20여년을 살면서도 몰랐던 숨겨진 적성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있었지만 끄집어낼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행복했던 4주간의 직별교육을 마치고 나는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헌병대의 사이버순찰요원으로 배치되어 2년간 복무를 하게 된다. 각 군의 주요 헌병대마다 배치된 사이버순찰대에 관해서는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는 요즘 유행하는 SNS나 개인 블로그, 카페 등 사이버상에서 국군에 해가 되고, 군인의 품위를 떨어뜨리거나,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사진이나 게시물을 게시한 경우 이를 적발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SNS가 발달하고 사이버상에서의 정보교류가 활발해진 요즘은 대한민국과 국군을 위해 봉사하는 군인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위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사이버순찰은 이를 단속하기 위한 업무이다. 4주간의 직별교육이 내 숨겨진 적성을 찾고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처음으로 뚫었던 관문 이었다면, 이 2년간의 실무생활은 나의실력과 정신무장을 한층 견고히 하게 해주고 진로를 확실히 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 중요한 시간이었다.
직별교육 때 배웠던 전산 사무기술들은 실무에서 2년 동안 줄기차게 활용하게 되었다. 매일하는 사이버순찰 결과 보고서 작성은 나를 워드 작성의 달인으로 만들었고, 수시로 해야 하는 부대 내 컴퓨터의 수리 역시 컴퓨터와 전산기기에 능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근무시간 이외에도 실력 향상을 위해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노력을 하였다.
거의 1년여간 근무를 하면서 부대 업무와 생활에 많이 익숙해진 나는 이후부터는 개인 여가 시간을 쪼개어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물론 이는 부대장님을 비롯한 간부님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해군뿐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군에서는 장병들의 자격증 취득을 많이 독려하고 있기에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군 장병 누구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나 역시 이러한 배려로 여가시간에 열심히 공부해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인터넷 정보관리사, 리눅스마스터를 포함하여 전역하기 전까지 총 6개의 자격증을 군대에서 취득하고 전역할 수 있었다. 이 자격증 취득은 사실 실무에 배치받기 전 4주 동안 받았던 직별교육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
실제로 당시의 교육과정이나 교재 내용이 자격증 취득시 공부했던 책들과 매우 유사해서 놀라웠다. 나뿐만이 아니고 해군 전산병으로서 정보통신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취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군대에서의 2년은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주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6개의 자격증 말고도, 손에 익은 기술들, 머릿속에 들어있는 각종 전산 관련 지식과 용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국가관과 안보관 그리고 헌병대에서 복무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상식 등 돈으로도 살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많이 얻고 지난 2012년 2월 21일, 나는 누구보다 기쁘게 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하였다.
전역 이후 나는 바로 학교에 복학을 하였고 놀라운 변화를 바로 체감 할 수 있었다. 가장 달라진 것은 군 입대 전 지루하고 보기 싫던 전공 학업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 데이터베이스 등의 IT 전공 수업들에 재미가 붙었고 이는 당장 성적으로 증명되었다.
군 입대 전 나의 1학년 평균 학점은 4.5점 만점에 3.22점 이었다. 그러나 군 제대 후 복학했던 지난 학기의 학점은 4.22점으로 2학년 학생들 중 상위 10%안에 드는 성적으로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2년간의 군 복무를 통해 컴퓨터에 친숙해지고 컴퓨터에 자신감이 붙은 결과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군 전산병으로 입대해 사이버순찰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경험을 하였고 많은 지식과 기술들을 습득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군 복무 중 6개나 되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을 학교 교수님들께서도 많이 인정해주시고 칭찬해주셨다. 사실 자격증 취득이 나 혼자만 노력해서 취득한 것은 아니기에 조금 창피하기도 했다. 직별교육 당시 해군 정보통신학교 교관님의 가르침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군대에서 배운 전공 지식과, 헌병대 사이버순찰요원으로 복무하면서 경험한 경력등을 활용해 현재는 학교를 계속 다니며 추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전산 관련 학과에 재학중이면서도 컴퓨터 공부에 힘들어 하던 대학생이 해군 전산병으로 입대 한 뒤 180도 바뀐 인생을 살고 있다. 머리에는 부족했던 지식이 채워졌고 이전에는 없던 진로에 대한 목표 또한, 가지고 있다.
정말 당시 해군 전산병으로 지원하게 해준 하늘에 감사하고 또한 대한민국 군대에 감사하다. 아직 군대에 입대하지 않은 청년들에게는 꼭 전공에 맞춰서 기술병이나 특기병으로 지원해 볼 것을 권유해보고 싶다.
예전의 나처럼 자신의 전공에 대해, 미래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이 있을 것이다. 장담하건데 미래는 180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남들이 아까운 시간이라고, 희생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군 복무를 통해서!(Konas)
김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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