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중에 북한으로 끌려가 실종 처리돼 상속권을 잃은 지 수십년이 지났어도 상속 당시 생존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상속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서영효 판사는 6·25전쟁 당시 북으로 끌려가 36년 前 실종 처리된 이모(1933년생)씨의 탈북자 딸(45)이 “할아버지 상속분을 돌려달라”며 친척들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회복 청구소송에서 “선산 315분의 45 지분 소유권을 이전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중학생의 신분인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1950년 9월 북한으로 끌려가 1977년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고 제적 말소됐다.

 이씨 아버지(1961년 사망)가 보유하고 있던 충남 연기군 선산 5만여㎡는 제적 말소 이듬해인 1978년 어머니와 다른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그러다 이씨가 2004년 5월 중국 연길에서 동생과 사촌 동생 등과의 상봉을 통해 가족들이 그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씨는 남한 가족과 만난 사실로 북한 기관에 조사를 받다 2006년 12월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북한에서 태어나 자란 이씨의 딸이 2007년 북한을 탈출해 2009년 11월 남한으로 입국했다.

 이후 이씨의 딸은 할아버지가 재산을 물려줄 때 아버지가 살아 있었던 상황을 고려해 자신도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2011년 친척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또 딸은 작년 11월에는 법원으로부터 아버지의 실종 선고 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서 판사는 “남북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북한 주민의 상속권이 침해된 지 10년이 지난 경우가 허다할 것”이라며 “특별법은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북한의 상속인이 사실상 상속권을 박탈당하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정됐다고 보이며 이에 따라 10년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가 북한에서 사망함에 따라 그곳에서 상속권을 취득한 이씨의 딸도 특례법에 의해 소송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Konas)

코나스 이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