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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주변 외교” 핑계로 대북제재 풀지 말라

Written by. 정용석   입력 : 2014-09-02 오전 9: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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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 직전에 군용기로 평양을 방문하였다. 미·북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지 않나 주목케 한다. 때마침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추석을 전후해 방미, 수전 라이스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방미는 한미 안보협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례적인 협의의 일환이라고 했지만, 뭔가 주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아닌가 추측케 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북한의 이수용 외무상은 9월 중순 뉴욕을 15년 만에 방문, 유엔 총회에서 연설키로 되어 있다. 이수용이 뉴욕 체류 중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위해 미국과 접촉할 것으로 예측돼 긴장케 한다.

 그런가하면 지난 5월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실태에 대한 전면 재조사 조건으로 대북 제재를 8년 만에 해제키로 했다. 일본이 한일관계 악화를 계기로 북한에 적극 파고드는게 아닌가 싶어 신경쓰게 한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미·일의 돌연한 대북 접근속에 한국이 홀로 소외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미·일의 대북 러시속에 고립되지 말고 적극 북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도 빠지지 않는다.

 실상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대북 5.24 제재조치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22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새누리당 외교통일분과 비공개 토론회에서 “5.24 조치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며 “5.24 조치를 뛰어넘어야(해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의 대북 접촉과 일부 여당 의원들의 5.24 제재 해제 주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 대북 제재를 성급히 해제토록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박 대통령은 주변 정세가 아무리 변한다 해도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를 풀어서는 안 된다.

 우선 우리 정부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8월 방북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 석방을 위한 사무적 방북일 따름이다. 지난날에도 미국은 북에 억류중인 미국인들을 데려오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을 방북케 했지만, 그들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된 바는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미국 당국자들의 방북을 대북 정책의 변화로 간주, 한국의 “외교적 소외” 운운하며 대북 5.24 제재 해제 등을 성급히 촉구한다. 신중치 못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5.24 조치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에 박 대통령은 휘둘려서는 아니 된다.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않은 상태에서 5.24 조치를 해제할 경우 북한은 남한이 굴복한 것으로 간주, 앞으로 군사도발의 수위를 더 더욱 높여갈 게 분명하다. 끝내 남북한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경솔한 5.24 제재 해제 주장은 국가 안보를 위기로 몰아넣는 자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설사 미국과 일본이 대북 유화책으로 나선다 해도 그에 동요하지 말고 ‘先 북한 사과 - 後 5.24 제재 해제’ 원칙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긴박한 주변 외교 흐름” 이니 “외교적 소외”니 하는 따위의 호들갑스런 주장에 넘어가 5.24 제재 해제에 나서서는 안 된다.

 지난날에도 우리의 대북 유화책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피격, 연평도 피폭, 개성공단 가동 중단, 군사도발 협박 등을 자초하였음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된다.

 북한의 호전성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하면 남한의 매서운 대북제재 등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통감토록 해야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은 5.24 제재 후 북한의 군사도발 협박과 국내 종북 세력의 압력에 맞서며 대북제재 조치를 풀지 않고 4년을 버텨왔다. 이제 와서 주변 정세가 변한다는 핑계로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면, 지난 4년의 고통과 인내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의 등뼈 없는 제재 해제에 실망, 못 믿을 국가로 불신한다. 국제적 신뢰추락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할 때 까지 인내심과 용기를 갖고 버텨야 한다. 북한의 못된 버릇을 고쳐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이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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