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더위에
장마와 무더위가 겹쳐서 “더워 죽겠다”는 사람이 무척 많은 이번 여름이라 하겠습니다. 수은주가 35도를 넘어 37도까지 오른 지역도 있었다니 가히 짐작이 됩니다. 경제가 나쁘다고 입을 가진 사람마다 불평을 털어놓는데도 휴가(Vacance)간다는 사람들이 또한 많습니다.
내가 세 들어 사는 빌딩에서 허드레 일을 하는 어느 집의 ‘가장’도 식구들과 함께 부산으로 휴가를 떠나서 한동안 청소도 못했습니다. 이 나라의 대통령도 관저에서 며칠 쉬셨다는데 백성들이 모두 차를 타고 쉬러 간다는 것도 이치에 어긋난 일이 아닙니까?
아무리 더워도 부채질을 안 하는 이를 내가 한 사람 아는데 나의 누님 김옥길이 바로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왜 부채질을 안 하십니까?”라고 누가 물으면 “부채질을 하면 더 더워져”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옛날 이당(김은호 화백)이 그림을 그려서 보내준 부채도 한 번 부쳐보지 않은 채 우리 집의 어느 장롱 서랍 속에서 여러 십 년 잠자고 있습니다.
정말 살기가 힘들어, 단칸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난한 이들이 이 나라에 많이 있지만 그 분들은 “배고프다”고 떠들지도 않고 “더워 죽겠다”며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수걱수걱 살아가며 이 나라가 잘 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이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지탱된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이런 분들에 대한 관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워서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며 앞장서서 떠드는 놈들은 대개 잘 먹고 잘 사는 ‘협잡꾼들’입니다. 양의 가죽을 쓰고 나다니는 이리떼들입니다. 이놈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 못살게 만들고 오히려 이미 기름진 자기 배를 더 채우려는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악당들입니다.
삼복더위에도 부채질을 안 하던 나의 누님의 그 의젓한 모습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는 새벽이라 하겠습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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