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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수기 ‘창신화랑경(創新花郞境)’(입선)

Written by. 손호영   입력 : 2019-11-25 오후 1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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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은 지난 5월 24일∼ 6월 21일까지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를 공모해 선발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2019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를 9월 26일 발간했다. 2006년 시작된 체험수기집 발간은 올해가 14번째로 사회복무요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코나스는 병무청의 협조 아래 우수작을 중심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새롭게 만들어가는 화랑의 세계
 창신(創新): 새롭게 만들다. 내 발목을 잡았던 심장, 사회복무요원 근무지에서 다시 뛰다!

 “사회복무요원” 나에게는 의미가 깊은 단어이다. 이 단어는 내 생각을 변화하게 만들고, 세상을 보는 시선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13년 간호학과에 입학하여 평소 원했던 간호사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였고, 군대를 의무병으로 가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여 2014 년에 해군으로 드디어 입대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어른들의 말이 맞는것 같았다. 내게는 청천벽력 같은 심장 이상 증세가 발견되어 타의로 퇴소를 하게 되었고,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고 보충역으로 편입하게 되었다.

 살아가는 모든 것이 남들과 같았으며 미래 또한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내가 가진 질병의 발견은 충격과 불안으로 다가왔다. 이 시기에 친구와 동기들은 입대를 하고 군복무를 시작하였으나, 나는 죽음이 한층 가깝게 있었다는 불안과 인생 계획들이 실행되지 않는 좌절감에 큰 혼란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더 깊이 나를 돌아보게 되었으며 청춘과 인생이 가지는 의미, 인간의 삶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아가며 학업에 열중하여 2013년에 간호대를 졸업하였으며, 또 다른 도전으로 간호학부 때 실습을 나갔던 정신 재활센터로 사회복무요원 신청을 하였다. 평소 정신간호에 관심이 많았으며 전공과 병역이행 두 가지를 가장 의미있게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신청은 그 해에 허가되지 않았다. 조금은 실망하였으나 1년을 기다려 화랑마을로 재지원하게 되었다. 결국 2018년 화랑마을로 복무가 확정되었고,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뿌듯한 마음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훈련소로 당당히 입소를 하였다.

 경주시 화랑마을은 경주시가 운영하는 ‘청소년 수련시설’이었다. 화랑마을에서 진행되는 청소년수련활동은 청소년들이 밝고 건강하게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그리고 청소년의 건강한 육성을 위한 수련원이다. 대지 282,462㎡ 면적에 대형 한옥 건물들이 위치해 있으며, 각종 시설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매우 활동적이며 역동적인 복무지였다. 건물 사이를 헤매어가며 찾아간 사무실에서는 여러 주무관님들이 환영해주셨고 나의 역사적인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첫 근무가 시작되었다.

 나는 화랑마을 수련지도팀으로 배치되어 청소년지도사 선생님들과 함께 청소년 수련활동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심장이 새롭게 두근거렸다. 내 심장은 늘 불안하게 두근거리는게 아닌지 불안했었는데, 화랑마을에서 내 심장은 너무나 건강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힘차게 두근거림을 느꼈다. 정말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껏 간호학만 공부하고, 병원에서 긴박하고 생명과 직결되는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엄격한 생활을 하던 나에게 전과 다른 미래지향적인 청소년 활동과 깊고 다양한 인간관계의 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화랑마을의 청소년수련활동은 화랑의 수련방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프로그램 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복무생활을 화랑의 수련방법 세 가지로 나누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는 나를 돌아보고자 한다.

 산수유오(山水遊娛) : 몸과 마음을 단련
 첫 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산수유오이다. 옛 화랑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즐기며 수련한다는 의미이다. 나도 많은 장소와 상황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은 현역의 어느 부대로 향하기도 했고, 좌절감의 강을 건너가기도 했으며, 정신재활센터에도 기대감으로 머물던 것 같다. 그러나 이곳은 모두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업무들의 연속이었고, 그 경험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화랑마을에서 첫 업무는 청소년을 위한 보건실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나도 구성원의 일원으로 보탬이 되고 싶었고 사회복무요원이긴 하지만 사회인으로 나의 역할에 보다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의상마(道義相磨) : 자아실현/심성계발
 화랑은 청소년 무리의 리더였으며, 리더에게 요구되는 성숙한 인성을 수련하였다고 한다. 내가 화랑마을에서 복무를 시작했을 때는 화랑마을이 준공이 된 시기였다. 그 후 많은 주무관님들이 발령을 받아 팀원으로 합류하게 되었고, 곧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들이 우리들 손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궁금해졌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경험했던 여러 수련활동의 좋지만은 않았던 기억을 준 수련활동들의 의미들이 궁금해졌다.

 참가자로서의 수련활동과 제공자로서의 수련활동은 차이가 있을까. 그래서 청소년들이 이곳 화랑마을에서 배워가는 것과 내가 배운 것은 차이가 있을까. 여러 고민들이 꼬리를 물었다. 내가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살아오면서 이런 활동들로 우리 청소년과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화랑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완수하는 ‘미션엔티어링’, 프로그램, 도전모험시설인 짚라인과 에코 어드벤처 시설을 체험하는 ‘풍월도 전대’, 양궁을 이용한 서바이벌 게임인 ‘펀아처리’ 등이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화랑마을에서는 지난 1년간 실행이 되었고 나는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며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 청소년들 중에는 열린 마음으로 프로그램의 목표를 달성해가는 친구들도 있었고, 매우 닫힌 마음으로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자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고, 지도자의 의도를 오해하고 반항하기도 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다양한 모습으로 1박2일, 2박3일의 수련활동을 마치고 나갈 때에는 오히려 표정이 환하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안고 버스를 출발하는 모습을 나는 매일 보고 있다.

 그러면서 나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면서 내 행동과 생각을 점검하며 많은 부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동안 나의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업무에 임했었던 모습, 그 사이에 있었을 나도 모를 실수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내 젊은 날의 ‘사회복무요원’의 시간은 이전까지의 내 삶을 성찰하며 새로운 성장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고, 스스로 성숙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악상열(歌樂相悅) : 정서함양
 화랑들이 매일 힘든 수련과 훈련만 한 것이 아니라 동료와 더불어 함께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수련활동도 있다는 것은 화랑마을에 근무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화랑마을은 즐거운 일들이 날마다 샘솟듯이 일어나는 곳이다. 그래서 매일 출근하는 내 발걸음은 힘차고 아침공기는 상쾌하게만 느껴진다. 출근하며 많은 주무관님들께 인사하는 내 목소리는 경쾌하게 노래하고 있고 업무시작 전 커피 한 잔의 향기는 달콤하기가 그지없다. 이런 일상의 기쁨은 학창시절에도 느껴보지 못했고 위계질서가 확실했던 병원 근무 때도 경험하지 못했었다.

 물론 때로는 사회인으로 복귀할 때를 대비한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불안한 마음이 떠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많은 관찰을 하였다. 업무에 바빠 보이는 주무관님들의 인생 이야기를 틈틈이 여쭤보며 삶의 기쁨과 즐거움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그 답을 찾아갈 수 있는지 지혜를 배우게 된다. 여기에 와서야 깊은 의미의 ‘공동체’라는 단어를 몸으로 체득하고 어른들에게 다양하게 배우는 것 같았다.

 화랑마을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나는 나의 감정이 매우 풍요로워짐은 느낀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복무요원의 삶을 즐기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이라는 복무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리고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다. 이 부족함을 알고 매일 이 흠을 메꾸려고 뛰어다닌다. 어제의 꿈을 꾸던 나와 똑같은 꿈을 꾸는 내일의 나는 발전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언젠가 커가는 나를 바라보며 꿈꾸던 모습이 이루어지기를 도전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한다. 약한 나의 마음은 그 훗날 돌사탕 같은 마음으로 바뀔 것이다. 나는 군복무를 위해 5년여 동안 굽이굽이 돌아 다녔다. 훈련소도 2번 가보고 질병을 검사하기 위해 여러 검사도 해보고. 어린 나이에 병 진단도 받아보고. 나와 같이 병을 진단받고 우울한 날을 보내는 환자들을 위해 일도 해보고. 인생은 항상 굴뚝에서 피어나는 검은 연기 같은 삶만 있지 않다, 저 넘어 푸르른 하늘같은 인생도 있다. 사회복무가 때로 나를 옥죄는 의무로 생각 되었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 평생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느끼게 되었다.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며 이 즐거움을 느끼고 눈이 부시게 하루를 보낸다. 좀 더 나아가서 이 즐거움을 넘어 보람이라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창신호경(創新花郞境→創新鎬永境) - 새롭게 만들어가는 호이의 세계
 병역이행은 누군가에게는 막막한 어둠, 별빛조차 없는 길로 느껴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어두운 길 넘어 밝은 햇살의 길을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길이 어둡기도 하고 밝기도 하다. 때론 포기하고 돌아서고 싶은 꼬부라진 길이다. 하지만 믿고 있다. 이 길은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고 맑은 물살이 흐르는 강가에 누워 쉴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 이루어고 만들어야 할 일이 많은 복무이다.

 때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맞으면 흉터는 생기지 않지만 아픈 말들을 한다. 사회복무요원이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한 번 해보고 싶고 만들어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심장을 뛰게 하였다. 나는 끝을 알고 있는 삶을 걸어가고 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아스팔트같은 길은 걷지 않고 있지만. 조금 돌아가는 울퉁불퉁한 흙길이지만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소집해제 이후 나에게 맞는 병원에 들어가 간호사로서 사는 것.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삶이 나에게는 너무 부담이 되고 싫어졌다. 문득 별똥별이 지나가듯이 생각이 스쳐 갔다.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사로서의 삶 말고 마음이 설레어지는 일을 여러 분야에서 찾아보고 싶어졌다. 청소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나와 같은 아픔을 숨기지 말고 혼자가 아닌 것을 지도하고, 상쾌한 아침에 차가운 바깥 공기와 차를 마시는 다도프로그램도 한번 운영해보고 싶다.

 화랑마을에서 복무를 하면 할수록 한편으로 미래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미래의 나에게 배웠노라. 후회하지 않고 잊지 않게 배웠노라라고. 좀 더 배우고 알아 가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랑마을에서 복무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심폐소생술 자격증(BLS,응급처치일반과정)을 시간을 내어 따로 이수하였다. 문득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혼났었던 아픔이 어른이 되어 깊이 깨우친 것처럼 화랑마을 한 주무관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였다. “창신화랑경(새롭게 만들어 가는 화랑의 세계)”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냥 나보다 먼저 살아본 선생님이 살아오셨던 30년 길을 한자성어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리고 화랑마을에서 따뜻했던 봄이 지나고 더위에 찌는 여름이 가고 마음 한편이 그리워지는 가을을 견뎌내며, 모두가 숨죽여 지나가길 바랐던 겨울이 지나갔다. 이젠 그 말씀이 머리에서 맴돈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이 구절이 나에게 화살같이 마음에 박혔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호영이의 세계. 화랑마을 복무를 떠나 내 삶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내가 이루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흘러가고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선 새롭게 만들어가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해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손호영(경주시청)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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