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흘려 지킨 한국에 묻어달라”
 1953년 7월 26일 밤 철의 삼각지대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후송됐던 네덜란드의 한국전 참전용사 고 윌렘 코넬리스 드 바우즈르씨의 유언이다. 그는 2019년 3월 부산 유엔공원묘지에 안장됐다. 프랑스의 참전용사인 레몽 베르나르씨, 영국군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씨도 자국으로 돌아간 이후 한국을 잊지 않았고 생전의 유언이 “내가 지킨 한국에 묻어달라”였다. 이들은 모두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하고 있다. 이들의 안장식에서 헌화하는 유가족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버지께서 이곳에서 편안히 잠드시게 됐습니다. 아버지도 한국 땅에 묻히셔서 행복하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가슴뭉클한 장면이다. 20대 전후의 청년기에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나라 한국에 와서 전투를 하고 사후에 다시 돌아온 유엔 참전용사들...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나라의 영토와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어 유엔군 전몰장병들이 안장돼 있는 유엔공원에 대하여 취재하게 되었다. 

 유엔기념공원(UNMCK)은 1951년 유엔군(United Nations Forces:국제연합군) 사령부가 6·25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되었던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하여 재한유엔기념공원으로 조성한 유엔군 묘지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로서 같은 해 4월 묘지가 완공됨에 따라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지에 가매장되어 있던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가 안장되기 시작하였다.

 1955년 11월 대한민국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이곳 토지를 유엔에 영구히 기증하고 아울러 묘지를 성지로 지정할 것을 결의하였다. 1955년 12월 15일, 한국정부로부터 국회의 결의사항을 전달받은 유엔은 이 묘지를 유엔이 영구적으로 관리하기로 유엔총회에서 결의문 제977(X)호를 채택하였고, 이에 따라 1959년 11월, 유엔과 대한민국간에 “재한 국제연합기념묘지 설치 및 유지를 위한 유엔과 대한민국간의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지금의 유엔기념묘지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 후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 (UNCURK, 언커크)에 의해 관리되었으나 1974년 UNCURK 가 해체됨에 따라 관리업무가 11개국으로 구성된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 (Commission for the UNMCK)에 위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먼저 정문을 지나 바로 앞에 있는 추모관부터 가보았다. 일단 건물이 정말 독특했다. 그리고 그 내부에서 나오는 웅장함과 화려함으로 인해 말문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추모관은 양쪽의 스테인드글라스 하나하나에 담긴 작품의 의미(평화의 사도/승화/전쟁의 참상/사랑과 평화 등)와 내부에는 전투지원참전 16개국을 뜻하는 16개의 선이 중앙정면 바닥에서부터 유엔마크를 통과하여 하늘로 승화하는 의미로 천장을 가로지르는 형태에서, 전쟁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과 의지를 담은 추모공간으로서의 엄숙함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밝은 계통의 색감과 조명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어우러져 신비로우면서도 2,300여명의 안장 용사 안식처로 그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추모관 바로 옆에는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은 추모관보다 더욱 현대적인 디자인을 지닌 건물이라서 내심 더 기대되었다. 내부에 들어가니 역시 현대적인 시설로 사진과 기념물이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어 보기 좋았다. 기념관 벽면에는 전쟁 당시 유엔군의 활약상을 담은 사진이 참전국별 알파벳순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그 아래쪽에는 기념유품과 방문기념패 등이 전시되어 있다 . 그리고 변화되어 온 유엔기념공원의 전경과 국내에 세워진 한국전쟁 관련 참전 기념비, 설립 이래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 200 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수상 등을 비롯해 각국에서 방문한 VIP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추모관을 나와 걷다보니 물고기들이 수로를 따라 헤엄치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도은트 수로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는데 이는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전사자 중 최연소자(17세)인 호주병사(J P DAUNT)의 성을 따서 지은 것이었다. 이 수로는 묘역과 녹지지역의 경계에 있어 삶(녹지지역)과 죽음(묘역)사이의 경계라는 신성함을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에 잠들어있는 참전용사들의 영혼이 이 물길처럼 깨끗하고 평화롭게 쉬고 계시기를 기원했다. 

 6.25전쟁 기간 동안(1950년 6월 25일~1953년 7월 27일), 참전 22개국 중 17개국에서 40,896 명의 유엔군 희생자가 발생했다. 얼굴도 모르는 나라의 국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을 탐방하면서 유엔참전용사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더욱 진하게 자리잡게 되었다.(konas)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신서연, 조승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