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기동 박사는 4일 연구원이 발행하는 이슈브리프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전략적 고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북한의 속내는 이중적이라고 밝혔다.

 이익의 측면에서 보면 대미 공동전선 구축 차원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해야 하지만, 정의의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의한 침공행위를 정의로운 전쟁으로 합리화하고 정당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적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러한 이중성을 미국과 서방책임론으로 절충하면서 다음과 같은 전략들을 고려할 것으로 추정했다.

 첫째,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핵전쟁 억지력과 국방력 강화 노선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자평하고, 완전한 비핵화 입장에서 후퇴하여 제한적 비핵화 또는 비핵지대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현존하는 핵무기를 인정받거나 핵군축 협상에 매달리는 방향이다.

 둘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화로 차제에 한미일 안보협력 등 동맹과 파트너쉽 강화를 서두르는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북중러 안보협력 강화의 단초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신냉전 구조가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셋째, 북한이 모라토리움을 철회할 가능성이 점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더해 러시아를 공략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는데 관심과 역량을 모으고 있고, 지금까지 모라토리움 유지를 위한 방파제였던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동참 개연성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접경지역에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군대를 집결시켰다는 점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를 모라토리움 철회의 기폭제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이다.

 넷째는 북한 내부적으로 자강력제일주의와 자력갱생 노선을 강화할 수 있는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러 제재가 푸틴 정권에 국제적 고립과 더불어 국내적 저항에 직면하도록 만든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김정은은 러시아와 같은 상황에 처해도 버틸 수 있는 근력(내구력)을 키우도록 ‘주체역량’을 강화해 정면돌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이런 가운데 우리가 해야 할 일로 첫째,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연대에 동참한다는 명분보다는,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한 반대연대에 동참한다는 대의를 내세워 국제법 준수와 한반도 상황의 평화적 관리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는 북한의 모라토리움 철회를 억제하는 노력보다는 철회를 기정사실화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북한의 정치적·군사기술적 수요와 ‘마이웨이’식 대외 행보, 중러의 추가제재 반대 가능성 제고, 그리고 미국의 역량분산 시점에 대한 북한의 공략 등 제반 조건이 모라토리움 철회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므로,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대비를 해나가야 할 때란 주장이다.

 셋째는 북한의 비핵화정책 변경에 대비한 대중·대러 외교의 전개다. 핵비확산은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정의이므로, 북한의 주요 우방국들인 두 나라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다면 북한의 비핵화정책 변경을 억제하는 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